EBS 인사 파동, 사장이 결단하라
EBS가 붉게 달아올랐다. 계절은 5월로 들어섰지만 더 붉게 타오르고 있다. EBS 인사를 두고 벌어지는 내홍 탓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불길이 번진 지도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청원의 내용은 EBS 부사장 임명 철회다. 청원인은 EBS 전 피디였던 김진혁씨다. 7일 현재, 청원에 2만5000명이 동참했다. 김진혁씨는 2013년 반민특위 다큐멘터리인 ‘나는 독립유공자 후손입니다’를 만들던 중, 부당인사로 제작이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제작 중단에 책임이 있는 박치형씨가 부사장으로 임명된 것은 문제가 있고, 임명을 철회해야 한
성숙한 태도 보인 조현병 환자 보도
이른 새벽 불길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30분도 지나지 않는 사이에 초등학생, 시각장애인, 70대 노인을 비롯한 주민 5명이 희생됐다. 지난달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발생한 40대 남성 안모씨의 방화ㆍ살인사건은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희생자 5명 중 4명이 여성이었고, 치안 관리가 허술한 저소득층이 사는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비극성은 더했다. 사건 직후 안씨가 조현병 환자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언론은 그가 왜 이렇게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연합뉴스, 정부 아닌 독자 바라봐야 할 때
언론 중의 언론. 연합뉴스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스스로를 소개하는 문구다. 언론사에 기사를 공급하는, 이른바 ‘뉴스 도매상’으로서의 통신사를 표현한 것이다. 한동안 연합뉴스는 언론 중의 언론, 언론의 언론이었다. 모든 분야, 모든 사건 현장에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기 어려웠던 언론사들은 연합뉴스와 계약을 맺고 뉴스를 공급받았다. 도매-소매로 이어지는 이러한 뉴스 유통 구조는 언론사 간 중복 투자를 막는 효율성을 발휘했다. 특히 중소규모 지역 언론사들에 혜택이 돌아갔다. 하지만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연합뉴스는 차츰 소매상의 영역으로 들
‘조회수 목매는 선정 보도’ 악순환 끊어야
‘설령 그렇다 해도 무슨 상관인데?’지난 8일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방송인 하일(로버트 할리)씨에게 동성애 의혹까지 제기됐다고 밝힌 기사를 향해 한 누리꾼이 적은 댓글이다. 기사에 달린 1117개의 댓글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공감을 받았는데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댓글도 ‘마약한 것만 다뤄야지, 저런 개인 사생활까지 까발려져야 하나…’라는 한마디였다.그러니깐 ‘범죄 사실과 관계없는 개인의 사생활은 지켜져야 한다’는 명제는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인 상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굳이 언론 윤리까지 들먹일 일도 없다. 특히
지역언론 없는 모바일 뉴스는 반쪽이다
서울공화국이 뿌리 깊게 똬리를 틀었다. 학교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이 “서울로!”를 외친다.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 절반이 지역에 살지만, 정작 지역을 홀대한다. 서울이 아니면 변방으로 치부한다. 봉건시대처럼 신분세습 하듯 편을 가르고, 공고한 ‘서울 캐슬’을 지키기 위해 성곽을 더 높이 올린다. 그 벽이 너무 높아 이젠 사다리로 감히 넘볼 수 없다. 네이버까지 그 성곽의 수호자가 된 지금, 더 이상 참지 못한 이들이 신문고를 울리고 있다.네이버가 뉴스서비스를 개편하며 모바일 뉴스 편집을 언론사에 맡겼는데, 44개
소유·경영 분리, SBS 생존의 문제다
‘방송은 누구의 것인가?’ 지난 수십 년간 방송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묻고 또 물었던 질문이다.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뿐 아니라 민영방송의 기자, PD들도 같은 물음을 던져왔다. 지배구조가 어떠하든, 지분구조가 어떻게 변하든 방송은 공공의 이익에 복무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오랜 논쟁도 여기에서 출발한다.방송에 대한 사적 지배는 무수한 의혹을 낳는다. SBS의 경우를 보자. 지난 2009년 윤세영 당시 태영그룹 회장은 4대강 비판 보도를 하던 박수택 환경전문기자를 논설위원실로 전보 처리했다. 윤 회
2019년에 ‘검은머리 외신기자’ 표현이라니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이가 뉴욕타임스 최상훈 서울특파원이다. 요즘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이 지난 13일 논평을 통해 유행시킨 표현을 빌자면 ‘검은 머리 외신기자’다. 최상훈 기자는 심지어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소위 ‘순수 토종’ 한국인이다. 그런 그가 서울에서 송고하는 기사는 뉴욕타임스 내에서도 권위를 인정 받는다. 최 기자의 연수 기간 중 대신 서울에 부임했던 ‘금발’ 외신기자는 이렇게 토로한 적이 있다. “한국어와 영어 모두에 능통한 것은 물론이고 한국 역사 및 사회에 대한 지식까지 풍부한 상훈 이상의 기사를
우리는 피해자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습니다
관성은 여전했지만, 이를 넘어서 한 발짝 나아갔다. 가수 정준영의 성관계 불법촬영·유포 사건에서 보여준 언론의 보도태도를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피해자를 부각시키는 과거의 보도행태를 답습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외부의 감시와 비판을 수용하고 자정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채널A는 정준영 사건을 보도하면서 ‘단독’이란 타이틀을 달고 피해자를 언급하며 특정 여성 연예인을 추론할 수 있는 방송화면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동아일보 역시 채널A가 보도한 피해자를 파악할 수 있는 주변 정보를 그대로 썼다. 아주경제는 피해자로 거론되는 여
청와대 언론 대응의 가벼움
믿고 싶었을 것이다. 결렬이 아니라고 말이다.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을 지켜본 청와대 얘기다. 넘겨 짚는 말이 아니다. 청와대의 입인 김의겸 대변인의 언행을 보면 드러나는 팩트다. 김 대변인은 결렬 당일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실장들과 함께 서명식을 시청한 뒤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결렬이 공식화되기 30분 전 시점이었다. 그리고 김 대변인이 기자실을 떠난 지 약 10분 뒤, 백악관은 결렬을 공식 발표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서였다. 결
뉴스제휴평가위, 밀실에서 나와야
출범 4년째를 맞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휴평가위)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휴평가위의 역할과 위상에 걸맞게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라는 요구다. 사실 뉴스 소비가 대부분 포털을 통해서 이뤄지고 있지만 포털에 진입할 수 있는 뉴스매체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제휴평가위의 존재는 일반인들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소비자연맹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1.4%만이 제휴평가위의 운영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제휴평가위는 네이버와 다음 등과 같은 포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