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보도, 과도한 정치공세 삼가야
미래통합당의 한 예비후보가 코로나19를 “문재인 폐렴”이라고 불렀다. 4월 총선에서 대구 동구갑 선거구에 출마한 그는 지난 20일 “문재인 폐렴 대구시민 다죽인다”는 피켓을 들고 선거운동을 벌였다가 호된 비판을 받았다. 코로나19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표를 얻어보겠다는 얄팍한 계산도 한심하지만, 언론인 출신임을 당당히 앞세우면서 이런 극단적 언행을 대놓고 일삼다니 씁쓸할 뿐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언론 보도나 소셜미디어상에 도는 말 중에 ‘대구 폐렴’ ‘대구 코로나’와 같은 말들이 가뜩이나 어렵고 힘든 대구…
민주당,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에 온갖 정치구호가 넘실댄다. 바야흐로 총선의 계절이다. 하지만 9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이런 풍경을 가슴 졸이며 지켜봐야 했다. 선거일 전 180일부터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글 등을 게시하지 못하게 한 공직선거법 제93조 1항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고 이때부터 인터넷 매체를 통한 선거운동이 허용됐다. 19대 총선을 4개월여 앞둔 2011년 12월29일의 일이다. 이번엔 신문 지면이 문제가 됐다. 지난달 28일 경향신문에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을 기고한 임
또 청와대 직행, 기자인 게 부끄럽다
청와대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의 각사 책상은 가로 약 90cm 정도로 비좁다. 다닥다닥 붙은 독서실 같은 이 기자실은 정권 비판의 최전선이다. 바로 그곳이 참여정부 시절, 강민석 당시 중앙일보 기자의 자리였다. 기자실에서 나와 약 20보 걸어가면 ‘닫혔음’이라는 팻말을 목도하게 된다. 이 팻말과 기자실 사이의 좁은 공간에서 줄담배를 피우던 강민석 당시 기자의 모습을 후배들은 기억한다. 그런 그가 이젠 ‘닫혔음’ 팻말의 다른 저편에 서는 것을 택했다. 지난 2일 중앙일보에 사표를 제출한 뒤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6일, 청와대 대변인
반중정서 부추긴 신종 코로나 보도
1923년 9월1일 일본 도쿄 일대 관동지방에서 발생해 15만명이 사망한 관동대지진은 그 자체로 비극적 대재난이었지만, 재난이 민족차별과 결합하면 폭력과 광기로 돌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당시 지진 직후 극심한 피해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일본 신문들은 ‘조선인들의 방화와 폭탄에 의한 테러, 강도 등을 획책하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보도했는데 이는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약탈을 하며 일본인들을 습격하고 있다’는 헛소문으로 확대 재생산됐다. 결국 6000명이 넘는 무고한 조선인들은 분노한 일본인 자경단의 손에…
혐오표현 퇴출 위해 언론이 힘 모을 때
언론계 현업단체가 날로 심해지고 있는 미디어 속 혐오표현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자 나섰다. 지난 16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주도한 ‘혐오표현 반대 미디어 실천선언’에 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한국인터넷기자협회·한국PD연합회·한국아나운서연합회·한국방송작가협회·전국언론노동조합 등 국내 미디어를 대표하는 9개 단체가 참여한 것이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미디어 종사자들은 막중한 저널리즘의 책무와 윤리의식 아래 혐오표현, 나아가 어떠한 증오와 폭력의 선동에도 반대한다”며 앞으로 관련 보도 시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정치인과 더불
‘열린 편집회의’로 투명성 강화 출발하자
모든 기업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조직문화를 갖지만 언론사, 특히 한국 언론사의 위계구조는 폐쇄적이고 수직적이기로 유명하다. 수많은 단점을 가진 이 구조는, 그러나 나름의 연원을 갖고 있다. 언론이란 사회 전체를 조망하는 ‘종합예술’이며 기자 개인의 노력 못지않게 다수의 협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좋은 뜻이든 나쁜 뜻이든 한 언론사에 속한 기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그들이 생산해낸 기사는 체계적으로 정리돼 독자 또는 시청자에게 전달된다. 이 과정을 지휘하는 위계구조의 최정점엔 편집회의가 있다.오랜 기간, 어쩌면 언론사가 탄생한 이래
언론계 안의 민주주의 회복에 힘쓸 때
연초부터 언론계가 뒤숭숭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보도로 지난해 가을 이미 ‘대자보 사태’를 겪었던 한겨레에선 편집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이 또 나왔다. 박용현 편집국장이 신년기획 노동자의 밥상 제목과 레이아웃에 대한 편집팀 의견을 묵살하고, 조국 전 장관 기소 관련 보도에서는 검찰만 비판하는 쪽으로 제목을 달았다는 주장이다. 편집팀 기자들은 성명에서 “소신과 원칙에 따라 기사에 충실한 제목을 뽑고 싶다. 독단적 판단을 강요하는 국장의 편집권 행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YTN은 보도국장에 대한 임명동의 투표가…
경향신문 기자들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지난달 13일 경향신문에 실릴 예정이던 한 기업에 대한 기사가 해당 기업의 요청으로 제작과정에서 삭제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는 지난달 22일 성명을 발표하고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경향신문지회는 “경영난과 정부의 견제, 변화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오직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감시자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외부로 솔직하게 공개하고 사과드리는 것이 독자 여러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사 사장과 광고국장, 편집국장은 사퇴 의사를 밝힌 상태다. 경향
저널리즘 변화 모색할 공론장 필요하다
지난 8월 조국 교수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되며 시작된 일명 ‘조국 사태’는 ‘사태’라는 표현 그대로 한국 사회 전반을 휩쓸었다. 여·야 공방을 시작으로 보수 대 진보, 청년 대 386, 금수저 대 흙수저 등 사회 전체가 갈라졌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논쟁 속에서 그야말로 모두가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이중 가장 깊은 내상을 입은 곳이 있다면 단연 ‘언론’일 것이다. 정의를 추구하고, 권력을 감시하며,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언론의 신화는 ‘조국 사태’와 함께 빠르게 무너졌다.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절정에 달한…
중앙일보가 디지털 전략에서 놓치고 있는 것
언론사의 주역은 누구인가. 이 근본적 질문이 2019년 12월 현재, 유령처럼 한 언론사를 배회하고 있다. 디지털화 최전선에 스스로를 던진 중앙일보 이야기다. 우리의 오늘의 이 비판이 디지털을 위한 중앙일보의 노력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을 먼저 분명히 밝혀둔다. 그 반대다. 디지털화를 위한 중앙일보의 노력이 한국 언론 전체에 던지는 울림이 크기에 주목하는 것이다. 언론사의 주역은 기자다. 기사를 발굴하고 취재하고 쓰고 출고하는 기자들은 저널리즘의 핵심이다. 언론사가 혁신을 꾀할 경우 그 주인공도 기자가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