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안의 민주주의 회복에 힘쓸 때
연초부터 언론계가 뒤숭숭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보도로 지난해 가을 이미 ‘대자보 사태’를 겪었던 한겨레에선 편집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이 또 나왔다. 박용현 편집국장이 신년기획 노동자의 밥상 제목과 레이아웃에 대한 편집팀 의견을 묵살하고, 조국 전 장관 기소 관련 보도에서는 검찰만 비판하는 쪽으로 제목을 달았다는 주장이다. 편집팀 기자들은 성명에서 “소신과 원칙에 따라 기사에 충실한 제목을 뽑고 싶다. 독단적 판단을 강요하는 국장의 편집권 행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YTN은 보도국장에 대한 임명동의 투표가…
경향신문 기자들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지난달 13일 경향신문에 실릴 예정이던 한 기업에 대한 기사가 해당 기업의 요청으로 제작과정에서 삭제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는 지난달 22일 성명을 발표하고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경향신문지회는 “경영난과 정부의 견제, 변화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오직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감시자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외부로 솔직하게 공개하고 사과드리는 것이 독자 여러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사 사장과 광고국장, 편집국장은 사퇴 의사를 밝힌 상태다. 경향
저널리즘 변화 모색할 공론장 필요하다
지난 8월 조국 교수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되며 시작된 일명 ‘조국 사태’는 ‘사태’라는 표현 그대로 한국 사회 전반을 휩쓸었다. 여·야 공방을 시작으로 보수 대 진보, 청년 대 386, 금수저 대 흙수저 등 사회 전체가 갈라졌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논쟁 속에서 그야말로 모두가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이중 가장 깊은 내상을 입은 곳이 있다면 단연 ‘언론’일 것이다. 정의를 추구하고, 권력을 감시하며,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언론의 신화는 ‘조국 사태’와 함께 빠르게 무너졌다.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절정에 달한…
중앙일보가 디지털 전략에서 놓치고 있는 것
언론사의 주역은 누구인가. 이 근본적 질문이 2019년 12월 현재, 유령처럼 한 언론사를 배회하고 있다. 디지털화 최전선에 스스로를 던진 중앙일보 이야기다. 우리의 오늘의 이 비판이 디지털을 위한 중앙일보의 노력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을 먼저 분명히 밝혀둔다. 그 반대다. 디지털화를 위한 중앙일보의 노력이 한국 언론 전체에 던지는 울림이 크기에 주목하는 것이다. 언론사의 주역은 기자다. 기사를 발굴하고 취재하고 쓰고 출고하는 기자들은 저널리즘의 핵심이다. 언론사가 혁신을 꾀할 경우 그 주인공도 기자가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소통없는 소통 창구… 임명동의 부결 의미
“선거란 누군가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뽑지 않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다.”일찍이 미국의 정치학자 프랭클린 P. 애덤스가 관찰한 선거의 본질이다. 실제로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노력 못지않게 싫어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노력한다. 임명동의 투표 역시 최악을 피하기 위한 견제 장치로 채택됐다. 지난 10년 YTN의 공정보도 투쟁을 이끌었던 노종면 YTN 앵커가 보도국장 임명동의제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달 21일부터 이틀 동안 보도국 구성원 374명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찬성이 과반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지상파 여성 메인앵커 기용, 이제 첫 걸음
‘KBS 9시뉴스 메인 앵커 이소정’의 등장을 환영한다. 언론 환경이 요동치고 있지만 KBS 9시뉴스는 여전히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보도 프로그램이다. 이소정 앵커의 기용 소식이 만시지탄이지만 의미가 큰 이유다. 그간 한국의 방송 뉴스 프로그램엔 3개의 암묵적 규칙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남오여삼(50대 이상의 남성과 30대 이하의 여성)’, ‘남중여경(남성은 경성 뉴스, 여성은 연성 뉴스)’ 그리고 ‘남선여후(남성 앵커 먼저 여성은 나중)’다. 지상파뿐 아니라 대다수의 종합편성채널도 이 규칙을 충실히 따랐다. 때로 주말 뉴스
MBN은 우아한 가
최근 막을 내린 MBN 드라마 ‘우아한 가’는 재벌에 숨겨진 비밀과 오너리스크를 막는 TOP팀의 초법적 일탈을 다뤘다. 허를 찌르는 반전이 극의 긴장을 높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MBN 드라마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주연과 스토리는 다르지만 한편의 드라마 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MBN 출범에 얽힌 시크릿이다. 종편 출범 때 자본금이 부족하자 임직원 명의로 차명 대출받아 주식을 매입, 편법을 저지른 혐의가 핵심이다. 또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주식을 나중에 사주기로 한 혐의도 검찰이 확인했다. 물론 재무제표엔 한 줄도 반영
실검 기사 제작업체까지 등장하다니
‘하루 기사 20건 이상 송고.’ ‘500자 분량의 기사는 15분이면 충분.’ 한 종합일간지 디지털뉴스부에서 일하는 A기자는 포털 실검 대응 기사를 찍어냈다. A기자는 “발제 회의나 데스킹도 없다. 오직 실검과 온라인 이슈를 따라 쓸 뿐”이라고 말했다. 연예 매체만 실검에 등장한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는 건 아니다. 종합일간지, 경제지도 누리꾼들의 악플을 ‘논란’으로 포장해 보도함으로써 오히려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을 부추기고 있다. 왜 언론사는 이런 자극적 내용의 실검 대응 기사를 물건 찍어내듯이 생산하고 있을까. 트래픽을…
법무부의 정보통제 발상 위험하다
무분별한 피의 사실 공표는 법에 명시된 무죄 추정의 원칙을 훼손하고, 재판도 받기 전에 피의자에게 범죄자 낙인을 찍었다. 검찰은 피의 사실을 흘려 ‘망신주기식 수사’와 ‘여론재판’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끌고 가곤 했다. 10년 전 ‘논두렁 시계’는 우리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법무부가 기소 전에 수사상황 등 피의사실 공개를 금지하고 공개소환과 포토라인을 폐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 훈령)을 내놓은 배경도 이런 연장선에 있다. 이런 취지와 달리 법무부 훈령은 “피의자 인권
댓글·실검 부작용, 네이버도 결단하라
카카오가 지난 25일 자사 포털사이트 ‘다음’의 연예뉴스 댓글과 인물에 대한 연관 검색어를 폐지하기로 했다. 카카오톡에서 제공되는 뉴스서비스의 실시간 검색어는 25일부터 삭제됐고 포털사이트 내 ‘실검’ 기능을 개편하는 방안도 고민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정치·선거 관련 뉴스에 대한 댓글 중단까지 검토하겠다고 한다. 카카오 측은 “최근 안타까운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예 뉴스 댓글에서 발생하는 인격 모독 수준이 공론장의 건강성을 해치는데 이르렀다는 의견이 많다”며 “관련 검색어 또한 이용자들에게 검색 편의를 높인다는 취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