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빚투'에 돌을 던지랴
요즘 자산시장에서의 ‘패닉 바잉’에 대한 기사를 흔히 본다. 집값이 더 뛸 것을 우려해 30대들이 허겁지겁 서울의 집을 사들인다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주식투자와 관련해서도 퇴근 후 미국 주식 직구에 몰두하는 직장인, 내무반의 병정개미, 밀레니얼 주린이(주식초보), 신용대출로 5000만원을 당겨 동학개미 대열에 합류했다는 40대 이야기들은 엄청난 클릭 수를 끌어 모았다. 그만큼 공감하는 독자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물론 이런 기사들은 양면성이 있다.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전달하지만 그 자체가 대중의 불안심리를 부추기기도 한다
무죄추정 원칙의 남용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을 계기로 무죄추정의 원칙이 다시 논란이 됐다. “재판에서 최종적으로 유죄라고 판정된 자만이 범죄인이라 불려야 하며, 단지 피의자나 피고인이 된 것만으로는 범죄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원칙”(국가인권위원회 인권 용어사전)을 언론이 위배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제기한 사람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원순 전 시장의 행위도 재판을 통해 확정된 바가 없는 만큼 언론이 가치판단을 유보해야 한다는 뜻이었다.2016년 12월로 돌아가 보자.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재판을 통해 유죄가 확정되기는커녕 기소조차 되지 않은 상
현란해진 북한의 메시지 변화… 소통 능력 키워야
호모 사피엔스는 소통으로 살아남았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가 신체적으로 훨씬 강한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키고 승리한 인간종이 된 요인으로 고차원적인 언어 능력을 토대로 한 협동 능력을 꼽았다.그 유전자를 물려받은 우리는 훨씬 복잡다기한 방식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말을 하고 편지를 쓰고 담화를 내며, 모바일 기기로 문자와 이모티콘을 날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과 동영상을 올린다.나라와 나라 사이에는 전략적 함의가 담긴 소통이 이뤄진다. 각국 정부와 언론매체는 우방과 적국에서 나온 메시지를 신속하게 포착하
'조희연 칼럼 게재'에 대한 어떤 반성문
혼란과 분노, 자조와 자괴가 몰아치는 날이 7월 내리 계속되고 있다. 전자는 2020년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30대 여성으로서, 후자는 기자로서 느끼는 감정의 거스러미들이다. 지난 6일, 사법부는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불허하며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얄팍한 이해도를 드러냈다. 같은 날 근조 화환이 도열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모친상 빈소에선, 성범죄로 복역 중인 그를 ‘민주투사’에 빗대는 어느 정치인의 몰지각한 발언이 튀어나왔다. 지난 10일 새벽엔 박원순 서울시장이 성추행…
돈 필요하시면, 중앙은행이 찍어드립니다
나라곳간, 재정은 늘 부족합니다. 세금을 더 걷기도 어렵습니다. 정부지갑은 늘 빈털터리입니다. 만약 돈이 필요한데 중앙은행이 마음껏 찍어낼 수 있다면 어떨까? 경제는 조폐창 윤전기를 많이 돌릴수록 좋아지겠죠? 그런데 그런 시절이 왔습니다. 혹시 돈 필요하세요? 중앙은행이 찍어드립니다.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어려움에 빠진 기업들의 회사채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위기의 기업들에 직접 돈을 꿔주는 겁니다. 벌써 4억달러어치나 샀습니다. 중앙은행이 동네 새마을 금고도 아니고…. 지난 양적완화(2008~2014)때 4500조원…
언론사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고 있나
흑사병의 재앙은 르네상스를 꽃피우는 계기가 됐다. 고매한 사제도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 걸 보며 교회 권위와 신앙에 회의를 가지게 됐고, 점차 합리적 이성에 눈뜨기 시작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의 탁월한 대가들이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터전도 마련됐다.코로나19는 언론사에도 위기와 동시에 기회를 가져왔다. 잃었던 뉴스 신뢰를 회복하는 데 코로나19가 반전의 계기가 됐다. 확진자가 급증하자 사람들은 빠른 정보보다 ‘믿을 만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특히 안전이나 건강과 직결된 정보는 소셜미디어보다 전통 미디어에
故 최숙현 선수의 명복을 빌며
스포츠 스타에게 어떻게 기량이 늘었느냐 물어보면 “먼지나게 맞으며 배웠다”는 대답이 으레 돌아온다. 남녀 불문, 종목 불문이다. 스포츠 기자를 하면서 1990년대를 휩쓴 연·고대 농구부 오빠들과 2002년 월드컵 태극전사들이 복날 개처럼 두들겨맞으며 컸음을 상세히 알게됐다. 베테랑 여자배구 선수 A는 늘씬한 요정같은 외모와 실력을 겸비했는데 “손찌검은 폭력도 아니다”라고 과거를 웃으며 들려줬다. 열살 때부터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형태의 막대기의 마찰력을 경험했고, 프로 진출을 눈앞에 둔 고등학교 때는 ‘리시브 1개 놓치면 귀싸대기…
정말 아름다운 것들
영화 ‘찰리와 초콜렛 공장’에서 찰리의 초콜릿 속에 들어있던 마지막 황금 티켓,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해리가 받아 든 호그와트의 입학 허가서. ‘그랜드 부다페스트호텔’의 멘들스 케이크 상자. 어떤 소품은 단 한 장면 스쳐 지나가더라도 관객에게는 영화 그 자체가 되곤 한다. 매주 신간 수십 권이 쌓이는 문화부 공용 책상에 최근 특별한 책이 한 권 도착했다. 윌리 웡카의 비밀스런 초콜릿 공장으로 초대하는 황금 티켓처럼 비밀스런 초대장이 들어 있는 책이었다. 영화와 드라마 전문 그래픽 디자인 아티스트로 활약하는 애니 앳킨스가…
이 비는 장맛비일까
지난 8일, 곧 장맛비가 내릴 것 같아 ‘제주 역대 가장 이른 장마’란 기사를 냈다. 기상청에서 제주도가 10일부터는 장마철에 들어설 거란 전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세 거짓말을 한 꼴이 돼버렸다. 제주지방기상청에서 장마 시작 시점을 12일로 미뤘고 곧바로 16일로 또 한 번 수정한 것이다. 불과 몇 시간 만에 다시 10일로 변경되긴 했지만 장마 초입부터 시작 시점이 오락가락하면서 오류 기사를 쓴 건 아닌지 진땀을 뺐다.장마철의 본격 시작과 끝, 장마의 시종(始終)은 태풍과 함께 여름철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이다. 그런데 올
물이 빠질 때, 누가 옷을 입고 있었나
위기가 오니, 또 터졌다. 불완전판매 이슈 말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세계경제가 흔들린 지난해부터 독일국채연계증권(DLF), 라임펀드에 이어 각종 사모펀드들이 손실을 내면서 가입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라임펀드의 경우 매니저가 펀드의 돈을 빼돌리고 수익률을 조작하는 희대의 불법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긴 하지만, 판매단계에도 문제가 있었음이 금융당국의 조사에서 드러나고 있다.2008년 금융위기 이후 키코사태를 계기로 ‘불완전판매’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누구나 아는 말이 됐지만 처음 이 용어를 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