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
아들의 심장이 점점 느리게 뛰는데 구급차는 멈춰 서 있습니다. 남편의 부러진 다리가 썩어 가는데 받아주는 병원이 없습니다.지독한 악몽 같지만, 지난해 이준규군(14)의 어머니와 박종열씨(40)의 아내가 직접 겪은 일입니다. 지금도 누군가 겪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의 표류-생사의 경계를 떠돌다 시리즈는 이들처럼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떠돈 응급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히어로콘텐츠팀은 동아일보가 2020년 창간 100주년을 맞아 출범했습니다. 취재 기간과 주제, 형식에 제한을 두지 않고 참신한 콘텐츠를 독자에
[이달의 기자상] 돈봉투 전당대회 녹취파일
관련자들은 돈 봉투를 거마비라고 불렀습니다. 영호남 지역구에서부터 택시를 타고 올라왔던 걸까요. 아니면 글자 그대로 말이라도 빌려 타고 왔던 걸까요. 뭐든 적절치 않은 금액입니다. 그런가 하면 원외 본부장들은 의원님들보다 한참이나 얇은 봉투를 받아갔습니다. 여의도의 금배지는 기름값도, 택시비도 6배쯤 올려버리는 걸까요. 알 수 없는 일입니다.마케팅은 네이밍이 반이라고 합니다. 돈 봉투를 거마비라고 부르면서 의원님들의 부담은 크게 줄었던 것 같습니다. 20명은 부주의한 소수나 일탈로 볼 수 없는 수입니다. 무려 20명의 현역 국회의원
[이달의 기자상] 故 황예서 양 死因은 '행정실패'
아직도 변한 게 없네요. 고(故) 황예서양 아버지는 지난 5월23일 영도구청장과 만난 후 기자에게 이같이 전했다. 4월28일 청동초 참변으로 딸을 잃고, 다음날인 29일 빈소에서 본 후 구청장과 두 번째 만남이었다.첫 번째 만남은 유족의 화를 돋우었다. 사고 다음 날 예서의 빈소를 찾은 영도구청장은 사고 원인과 재발대책을 묻는 예서양 아버지의 애끊는 물음에 어쩌다 보니 사고가 발생했다며 책임을 부정했다. 동석한 국회의원과 트레일러 문이 내리막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열려 있었더라면 사고가 없었을 텐데 너무 안타깝다는 이야기에 갑자기…
MBC '깡통전세 감별기' 보도, 데이터 2700만건 실체적 분석 노력
제391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총 11개 부문 69편이 출품됐으며, 이 가운데 5개 부문에서 6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경제보도부문에서는 모두 10편이 출품된 가운데 경향신문의 비계덩어리 삼겹살 눈속임 종지부-고기와 지방 비중 법제화 끌어내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비계덩어리 삼겹살보도는 전형적인 생활밀착형 기사로서 뉴스 이용자들에게 소구력이 높다는 점에서 좋은 기사로 평가받았다. 나아가 주어진 현상을 단편적으로 폭로하고 비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고기와 비계 비중에 대한 객관적 기준조차 없는 제도적 미비점을 찾아내고 농식품부와
[이달의 기자상] '비계덩어리 삼겹살' 눈속임 종지부
고물가시대 삼겹살 데이(3월3일) 반값 할인행사는 서민들에게 고마운 기회였다. 그러나 소비자의 제보는 참담했다. 사진 속 삼겹살은 절반 이상 비계덩어리였고, 유통사는 반품환불을 거절했다. 먹지도 못할 비계를 밑바닥에 깔아 사실상 가격을 속이는 그릇된 상술이다.대형마트, 삼겹살데이=비계데이 첫 기사를 보도했다. 곧바로 유명 커뮤니티와 SNS에는 비계 덩어리 삼겹살 인증샷이 넘쳐났다. 업체들은 수백, 수천개의 공감 댓글과 비판이 쏟아지자 반품환불과 재발 방지를 악속했다. 경험상 업체들은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데만 급급할 것이고 근본적…
[이달의 기자상] '질병산재' 황유미들의 733년
떨어지고, 찢어지고, 부서지는 사고 산재는 세간의 주목을 받습니다. 사고 현장이 참혹하고 자극적이기에 언론도 사고 경위와 원인을 세세히 취재해 보도합니다.문제는 질병 산재입니다. 작년 질병 산재 사망자는 1349명으로 사고 산재 사망자(874명)의 1.5배를 넘어섰습니다. 최근 5년간 질병 산재 사망자는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습니다. 특히 직업성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은 10~15년 동안 잠복하다 갑자기 발병해 서서히 재해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질병과 직업 간 의학과학적 인과관계가 역학조사를 통해 명확하게 규
[이달의 기자상] 작전명 '모차르트'… SK의 수상한 파트너
아들~ 그런 거 자꾸 취재하면 나중에 안 좋은 거 아니니? 올해까지만 그 부서 한다고 해, 응? 이번 보도를 통해 노모에게 또 하나 걱정거리를 안겨드린 모양입니다. 오랜만에 TV에 나온 아들이 반가웠는데, 아들 어깨너머로 거대 자본 권력이 보이셨나 봅니다. 걱정의 종류는 조금씩 달랐지만, 이번 보도 내내 우리 부서를 바라보는 회사 안팎의 시선은 딱 걱정 반, 응원 반이었습니다.여러 걱정들을 불식시킬 수 있는 방법은 진실에 가까워지는 것뿐이었습니다. 찾아내고, 분석하고, 묻고, 토론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야 했습니다. 서로를 지키기
[이달의 기자상] 700억 전남도청 사무관리비 예산, 은밀한 관행
내가 내 돈으로 물건을 구매할 때 과연 19%의 웃돈을 얹어주며 거래할 수 있을까.예산 201-01. 흔히 사무관리비로 불리는 예산이 쌈짓돈으로 쓰이는 일은 공직사회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소모성 물품 구입에 쓸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사적인 물품을 끼워서 함께 결제하는 방식으로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이었다. 올해에만 전남도청이 편성한 사무관리비는 769억원에 이르렀다.전남도청 모 부서의 예산 집행 과정에서 공적 물품에 사적 물품을 끼워서 구매하다 한 공무원이 적발됐고 감사가 이뤄졌다는 소문을 접하자마자 취재에 나섰다. 사적 물
[이달의 기자상] 깡통전세 감별기
지난해 가을 주거 기본권에 대해 취재를 하던 중 깡통전세 문제가 1년 후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데이터를 확인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깡통전세 문제가 더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사실과 다른 발표에 피해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문제점에 대한 지적뿐 아니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역할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해자들이 간단한 정보조차 얻기 어려워하는 점을 확인하고 쉽게 자신이 이사할 집의 전세가율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깡통전세 감별기를 기획하게 됐습니다.오
[이달의 기자상] '응급실 뺑뺑이' 10대 환자 사망 사건
구급차를 탔는데도 병원을 못 찾아서 결국 죽었다던데?응급실 뺑뺑이 10대 환자 사망 보도는 퉁명스러운 말 한마디로 시작됐습니다. 알고 보니 응급실 뺑뺑이는 지금껏 비일비재한 일이었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환자는 병원에 가기 위해 구급차에 올라타지만 정작 병원 응급실은 병상과 인력이 부족해 그 환자를 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10대 환자의 죽음을 시작으로 현 응급의료체계의 모순을 지적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취재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환자가 거쳐 갔던 병원들은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