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라는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보고 듣는 세상사 수많은 사건사고는 기후 문제와 얼마나 연관성이 있을까? 국내 언론 보도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면, 일견 기후 문제는 우리 일상과 그렇게 거리가 가까운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대로라도 삼라만상을 이해하는 데 문제없어 보이지만, 기후환경적인 관점이 없이는 문제의 본질과 원인을 놓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기후변화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핵심이 보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우리 일상이 기후변화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건 최근 뉴스에서 쉽게 발견된다. 최근 식료품과 생필품
청년세대에 무례한 대선
청년세대에게 참으로 무례한 대선이 한창이다. 청년정책을 토론하겠다던 후보들은 정작 생방송 내내 뻔한 다툼을 주고받느라 바빴다. 나는 순식간에 유권자 내지 주권자에서 저스트 시청자로 전락했다. 후보가 민달팽이 청년들에게 어떤 말을 건넬지 내심 기대했던 것이 초라해졌다. 대선 후보 내지 운동 전략이 우리에게 무례한 탓이다. 그리고 저 무례함은 어쩐지 익숙하다. 민달팽이유니온이 청년들을 대상으로 주거상담과 주거교육을 할 때마다 겪는 장면과도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 무례함이다.일방적으로 반말하거나, 부모를 얕잡아 부르는 것은 무례하다. 상대
지명관 선생님의 부고를 접하며
2022년 새해는 일본에서 맞이했다. 1월1일 아침에 가족들과 함께 신사에 가서 모두의 건강을 빌었는데, 그날 지명관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접하고 낙담했다. 어쩌면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많이 알려진 사람일지도 모른다. 1973년~88년, 일본 잡지 세카이(世界)에 T.K생이라는 필명으로 칼럼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을 연재하며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2003년에 지명관 선생님이 T.K생이 자신이었음을 밝히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부모님이 젊은 시절에 읽었다는 한국으
뉴스 신뢰도와 오디언스 파편화
지난달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21년 언론 수용자 조사 보고서에는 뉴스 소비 파편화의 단면이 담겨 있다. 이 보고서는 2019년부터 신뢰하는 언론사를 1개만 적으라는 문항을 신설해 매년 신뢰도 톱10 매체 명단을 공개해 왔다. 여기에 담긴 세 가지 특징이 흥미롭다.첫째, 매체간 신뢰도 편차가 줄었다. 3년 전 총 44%의 몰표를 받아 1, 2위에 랭크됐던 KBS와 JTB의 신뢰도는 매년 하락하고 나머지 매체의 신뢰는 다 올랐다. 둘째, JTBC의 급락과 TV조선의 급등이다. 3년간 JTBC의 신뢰도는 반토막이 났고, TV조선의
지역 언론과 미디어교육
초등학교 6학년 국어교과서에는 뉴스에 대해 학습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뉴스의 짜임과 정보의 타당성에 대해 판단하는 학습 내용이다. 다루고 있는 뉴스를 보면 파리기후협약이나 스마트 기부확산과 관련된 내용이다. 학생들이 이 뉴스를 보고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있는지 판단하는 학습 내용이 제시되어 있는데, 소재면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얼마나 많은 초등학생들이 기후협약이나 스마트 기부에 대해 중요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할 것 같은가? 국정 교과서 체제의 한계상 다양성과 지역성을 반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에,…
'이 바닥은 원래 그래'라는 말
과, 팀별로 부서원들만 밥값을 갹출하고 순번을 정해 (실)국장, 과장님들 식사를 챙겨요. 실,국(과)장 모시기라고 하죠.얼마 전 모 광역시 공무원들의 직장 내 괴롭힘 실태를 조사하면서 접한 이야기다. 지난해 7월 대전시 9급 공무원이 부당지시, 각종 허드렛일 등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통을 겪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여전히 변함없는 공직사회의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그런데 왠지 모신다는 표현이 익숙했다. 불현듯 공인노무사가 되기 전 신문 기자로서 각종 정부 부처를 출입하던 시절의 몇몇 장면이 소환되었다. 기자실에서 기사를 마감하고…
'언론'과 '노동'은 화해할 수 있을까
지난해 충북민언련에 와서 진행한 첫 사업은 언론은 노동자를 어떻게 지우고 있는가 기획강연이었다. 언론노동계 관련자들과 언론의 노동 보도 행태를 짚어보고 대안을 모았다. 언론의 노동 문제 왜곡축소는 오래 지적돼왔다. 한국사회 전반에 반노동 정서가 짙게 깔리고 노동 문제가 주변화된 데 언론이 크게 일조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충북은 제조업 중심 경제 구조 특성상 각종 공장이 밀집해 다양한 형태의 사고나 문제가 빈번히 발생한다. 때문에 제대로 된 노동 보도는 더욱 중요한데 대다수 언론이 자본의 입장에서 보도하는 게 현실이다.강연 기획…
누가 신문을 읽었다 하는가?
한국ABC협회 사태가 발생하자 미디어비평지와 방송은 해외로 팔려나가서 포장지로 유통되거나 계란판 생산에 쓰이는 잔지 실태를 폭로했다. 자연스럽게 등장한 질문이 누가 신문을 읽는가?였다.지난해 12월30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신문잡지 이용자조사 결과에서 만 19세 이상 국민의 13.2%가 지난 1주일 동안 장소와 관계없이 평균 4.0일, 하루 평균 13.9분 동안 종이신문을 읽었다고 응답했다. 또한, 신문을 읽은 장소로는 가정(69.9%)이 직장이나 학교(20.0%), 식당은행(5.8%), 자신이나 가족이 운영하
기후 편집국을 두자
언론의 취재 부서와 인력은 이슈의 중요도 변화에 맞춰 바뀐다. 누가 변화를 먼저 포착해 이슈를 선점하고 그것을 지켜나가는지가 결국 언론사의 경쟁력을 좌우하기도 한다.몇 년 새 기후변화가 주요 현안으로 부상했다. 단순히 과학과 날씨의 문제였던 기후변화는 이제 산업과 정치안보, 심지어 종교와 문화의 문제로도 확장되고 있다. 자연히 기후변화는 환경 출입처에서만 다룰 수 없는 이슈가 됐다.여러 변화들이 시도됐다. 뉴욕타임스는 2017년부터 기후팀을 신설해 80여명의 취재인력을 보유했고, 워싱턴포스트는 별도 기후 섹션을 개설해 관련 의제를…
먼저, 기자를 구하라
직장에서의 탈진(burnout) 현상이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적인 질병 분류체계에 포함된 것은 2019년이다.탈진 연구자들은 탈진의 주요 원인을 여섯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지속불가능한 업무량. 둘째,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는 인지. 셋째, 노력에 대한 불충분한 보상. 넷째, (자신을) 지지하는 공동체의 결여. 다섯째, 공정성의 결여. 여섯째, 가치(value)와 기술(skill)의 부적당한 결합.이제 이 여섯 가지 요인들을 기자들의 삶에 대입해 보자. 첫째, 업무량.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일하고 있나? 둘째, 통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