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보도에 관한 윤리 강령을 위한 세미나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04-08-24 10:58:14
1. 일 시 : 2004년 8월 27(금) ~ 28(토)

2. 장 소 : 제주도 서귀포 칼호텔

3. 주 최 : 한국자살예방협회, 한국기자협회

4. 후 원 : 한국언론재단

5. 주 제 : 자살 보도에 관한 윤리 강령을 위한 세미나

6. 발제 및 사회
1) 발 제 1 : 허태균(외국어대 사회과학대 교수)
"자살행동과 미디어의 영향과 윤리강령"
발 제 2 : 전우택(연대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
"자살의 이해와 자살예방을 위한 언론인의 역할"
2) 사 회 : 김영욱 (한국언론재단 미디어 연구팀장)
3) 토 론 : 지정토론 이충헌 KBS 기자







자살 보도에 관한 윤리 강령을 위한 세미나


□일 시: 2004년 8월 27일 ~ 8월 28일
□장 소: 제주도 서귀포 칼호텔


주최: 한국자살예방협회/한국기자협회
후원: 한국언론재단
자살 보도에 관한 윤리 강령을 위한 세미나






1. 발 제


전우택 연세대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
“언론인을 위한 자살의 이해와 자살 예방 방법제”

허태균 한국외국어대 사회과학대 교수
“자살행동과 미디어의 영향과 윤리강령”



2. 사 회

김영욱 한국언론재단 미디어 연구팀장


3. 지정토론

이충헌 KBS 의학전문기자, 전문의










언론인을 위한
자살의 이해와 자살 예방 방법



전 우 택
(연세대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



I. 시작하는 말

한국 사회 전체에 충격을 주는 자살 사건이 계속하여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재벌 총수나 지자체 지도자의 자살에서부터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함께 옥상에서 떨어지는 젊은 부모들까지, 모든 자살은 한 개인의 문제만 아니라, 우리 사회와 국가 전체의 문제를 단면적으로 강렬하게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자살 소식과 그 관련 내용들을, 우리 국민들은, 다른 모든 소식들과 마찬가지로, 언론을 통하여 접하고 있다. 따라서 자살을 다루는 언론의 태도와 시각은 자살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시각과 생각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언론이 생명을 존중하며, 정확하고 균형 잡힌 자살에 대한 보도 태도를 가지고 있을 때, 우리 사회는 좀더 건강하고 자살이 적은 사회로 변화해 갈 것이다. 그러기에 자살을 다루는 책임 있는 언론인들을 위하여 본 글을 씌여졌다.

자살은 인간 모두의 문제이다. 전 세계 각국의 자살 통계나 우리나라의 자살 통계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성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매 년 자살을 하고 있는가를 보여 준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실제 자살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10-20배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므로, 알려지는 경우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어떤 형태로든 조용히 자살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 사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 많은 자살들은 한 개인의 문제일 뿐 아니라 국가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국가가 한 사람을 키워내기 위하여 투자한 모든 자원과 정성이 자살로 인하여 단 한번에 날라 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살을 하거나 자살을 시도한 사람의 동료들, 그리고 가족들에게는 자살이 평생 한으로 남는 뼈아픈 충격들이 된다. 그런데 정신과 의사로서, 그리고 우울증 특수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임상의로서, 늘 환자들의 자살 문제와 대면하고 있는 필자는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하여 분명히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100%의 자살을 모두 다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와 언론이 조금만 더 자살을 이해하고 그 예방을 위하여 노력을 한다면 상당수의 자살은 예방이 가능하다.


II. 자살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

먼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흔한 자살에 대한 오해를 이야기하도록 한다.

1. 오해 1 : “정말 자살할 사람은 남에게 자살 의도를 밝히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연구 결과들을 보면, 자살할 의도가 있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자살 의도를 타인에게 대부분 이야기 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몰래 혼자 결심하고 몰래 죽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통 속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고통에 대하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주변 사람을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면 자신들의 힘든 이야기, 그리고 자살하고 싶은 생각까지도 어떤 형태로든 이야기 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2. 오해 2 : “자살하는 사람들은 꼭 죽고야 말겠다는 확고한 결단을 내린 사람들이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자살을 실행에 옮기기 직전까지도 “죽을까? 말까?” 하는 고민을 계속 한다. 즉 그들은 비록 자살을 결심한다 할지라도 반드시 죽고 말겠다는 확고한 결단을 내린 사람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누군가, 단 한사람이라도,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자신을 도와주려 하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자살을 안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누군가의 관심 어린 따뜻한 말 한마디는 그 말하는 사람이 상상하는 이상의 큰 의미를 가지게 된다.

3. 오해 3 : “한 번 자살을 결심한 사람은 결국 자살하고 말 것이다.“

삶의 어려움이 있어 자살 충동을 느끼기 시작하면 그 자살 충동은 마치 밀물처럼 밀려온다. 그것은 도저히 저항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그러나 일단 그 고비를 넘기기만 한다면, 그 자살 충동은 다시 썰물처럼 사라진다. 그리고 평생 다시는 그런 자살 충동을 강하게 느끼지 않고도 잘 사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러므로 한 번 자살 충동이 강하게 있었다고 그것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그런 자살 충동이 강하게 있을 때에 그것을 무사히 극복하는 것이고, 그 이후 그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 유지되는 것이다.

4. 오해 4 : “한 번 자살시도를 하다가 실패하면 그것으로 자살 의도는 다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한 번 자살을 시도하였다가 실패하였다고 자살 충동이 다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다시 자살 시도를 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뒤에서 다시 언급되지만 자살을 한 번 시도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나중에 자살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일단 한 번 자살 시도를 하였던 사람에 대하여는 매우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5. 오해 5 : “자살은 유전병이나 정신병이다.“

자살 생각을 강하게 하거나 실제로 자살 시도를 하는 것 그 자체는 정신병이 아니다. 그러므로 자살 시도를 하였던 사람들을 정신질환자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들은 다만 삶의 어려움을 그런 식으로 해결해 보려고 생각하였던 사람들일 뿐이다. 또한 자살 그 자체는 유전병도 아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자살은 우울증 등의 정신 질환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이 있고, 그러한 정신 질환은 유전적 경향을 가진다. 즉 확실히 유전되는 것은 아니나, 유전될 가능성이 일반인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집안에 자살을 하였던 사람이 있으면, 그 나머지 가족 중에 자살자가 다시 나올 가능성은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하여 더 높을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확률의 문제일 뿐, 자살 그 자체는 유전질환도, 정신 질환도 아니다. 그리고 한 번 자살시도를 하였어도, 그 고비만 잘 넘기면 그 이후에 평생 건강하게 잘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III. 자살을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미리 알아볼 수 있을까?

사회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어떻게 자살 의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미리 알아보고 그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그런 사람들이 보이는 언행상의 특징을 이야기하기로 한다.

1. 과거에 자살 시도를 한 경력이 있는 경우

과거에 자살을 시도한 경력이 있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요주의 인물이 되어야 한다. 그들은 다시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 극도로 우울해 하고 불안해하면서 지쳐 있을 때

자살하는 사람들의 80% 이상은 극도의 우울증을 동반하고 있었다. 따라서 우울의 정도가 심해보이고, 그러면서 매우 불안해하고, 지쳐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자살의 위험성은 크다고 보고 주의를 하여야 한다. 우울 증상이란 침체된 기분, 쉽게 눈물을 흘리고, 모든 일에 의욕이 없고, 자신과 주변 환경, 미래에 대하여 부정적인 생각만을 하고, 잠을 못자거나 지나치게 많이 자고, 식욕 등이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3. 주위에 자살을 시도할 수 있는 도구나 여건이 마련되어 있을 때

자살을 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적극적인 자살 시도를 할 수 있는 힘이 없는 상태이다. 따라서 이들이 자살을 하기 위하여 스스로 적극적이고 주도면밀하게 자살 시도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은 그저 무기력하게 있다가 자기 주변에 우연히 자살을 시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을 때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자살을 하려는 사람 주변에 자살을 시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즉 농약이나 노끈, 총기류 등에 접근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4. 자신의 죽음이 가족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하여 관심을 보일 때

“내가 죽는 다면 아마 우리 어머니는 몹시 슬퍼하시겠죠. 그러나 우리 아버지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것입니다“ 라는 식으로 자신의 죽음에 대하여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 것은 일단 자살 위험이 높다고 보고 주의를 하여야 한다.

5. 자살할 생각이 있다고 자주 말할 때

누군가 죽고 싶다는 식의 이야기를 자주 하거나, 아예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경우, 그런 사람들의 자살 이야기는 무시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일종의 거짓말하는 양치기 소년 같은 경우가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위험하다. 그것이 아무리 농담처럼 보이고, 말버릇처럼 보이는 것이라 할지라도, 일단 그런 말을 자주 할 때에는 그것에 관심을 보이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6. 많이 초조해 하고 불안해 하다가 갑자기 차분해 지고 편안해 할 때

앞에서 말한바와 같이, 자살하려는 사람은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죽을까 말까 불안하게 고민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나 그런 고민 끝에 일단 죽겠다고 결심이 서게 되면, 불안감은 줄어들고, 오히려 안도하고 차분해 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최근 많이 우울해 하고, 자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던 사람이 갑자기 편안해 하는 것처럼 보일 때는, 좋아졌다고 생각을 하지 말고, 일단 한 번 더 신경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

7. 최근 가족의 죽음이나 건강의 상실 등 삶의 어려운 일을 당하였을 때

많은 경우 이미 우울하여 자살을 할까 말까 고민하던 사람들에게, 소위 업친데 덮친 격으로, 자기 가족에게 큰 어려움이 생기거나 애인의 변심 등이 있게 되면, 자살을 결심하는 경향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최근에 주변 환경에 극단적인 어려움이 생긴 사람들에 대하여 더 큰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하여는 자살에 대하여 걱정되는 사람들의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를 정확히 파악하도록 평소에 대화가 원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

8. 가족 중에 자살하여 죽은 사람이 있을 때

이것은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일단 한 사람의 자살 위험성을 평가를 하는데 있어, 이것을 먼저 파악할 수 있으면 좋다. 그러나 보통 이것은 가족의 비밀로 숨기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인격적인 신뢰와 좋은 관계가 먼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그러한 사실이 있었을 때, 정신과 의사나 돌 봐 주는 사람들에게 미리 말하는 것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인식하고 솔직하게 다 밝힐 것을 권한다. 이것은 마치 시력이 나쁜 사람이 그것을 인정하고 안경을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일단 안경만 쓰면 정상적인 교정시력을 가지고 정상적인 삶을 살게 되기 때문이다.
9. 죽은 가족에 대한 죄의식의 표현이 많이 나올 때

“내가 이런 모양으로 사는 것을 우리 돌아가신 어머니가 보신다면......... 전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라는 식의 이야기가 반복하여 나온다면 그것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강한 죄책감은 일반적으로 자살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0. 자신의 삶의 무가치성을 강조하며 의기소침해 할 때

“ 나 같은 것은 아무런 살 가치가 없습니다. 그저 밥이나 축내고 있는 존재일 뿐이죠........“ 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위험하다고 보아야 한다.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할 때 사람들은 자살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식의 사고는 우울할 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11. 자신의 죄에 대하여 벌받기를 강력히 원할 때

“ 내가 지은 죄는 어떤 형태로든 용서받지 못할 것입니다. 하나님도 결코 용서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사실 저도 저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필자에게 하였던 그 젊은 남자는 결국 자살하고 말았다. 자신의 죄에 대하여 처벌받기 원하는 사람은, 자기 스스로를 처벌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 자살하게 된다.

12. 생물학적 욕구 (음식, 성, 수면, 일반 활동)가 현저히 줄어들었을 때

자살할 정도로 우울해 지는 사람들은 생물학적 욕구가 급격히 줄어든다. 식욕이 거의 없어지기 때문에 식사를 잘 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서도 배고픔을 별로 느끼지 않는다. 또한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는 일 등에서 조차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성적인 면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경우가 있다면 그에 대하여 큰 주의를 요한다.

13. 알콜 중독 상태일 때

알콜 중독 상태가 되어 있는 사람은 자살에 매우 가까이 가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이것을 가장 위험한 단일 요소로 보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14. 타인의 도움을 받기 거절할 때

자살을 하려는 사람은 자신의 상태가 더 좋아질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이들은 마음의 문을 닫는다. 그렇게 되므로, 타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잘 하지 않게도 되고, 타인에게 도움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또한 누군가가 그들을 도와주겠다고 이야기하여도, 그들은 마음의 부담감만 느끼고 도움 받기를 거절한다. 그러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그리고는 자살 시도를 한다. 따라서 타인의 도움 받기를 거절하면서 혼자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더 주의 깊게 보아야 한다.

15. 미혼이거나 독신, 혼자 살고 있을 때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보다는 미혼이거나 독신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자살률이 훨씬 더 높다. 옆에 누군가가 있으면 혼자 자살 시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16. 봄, 이른 아침, 월요일과 화요일

일반적으로 자살은 마지막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던 희망이 사라질 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번 주말까지야 그래도 어떤 해결이 나겠지“, “이번 겨울이 지나고 새 봄이 되면 그래도 상황이 달라지겠지“ 하는 식의 생각들을 한다. 그러나 그런 기대가 소망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사람들은 더 깊이 절망하고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따라서 어떤 기간이 끝나고, 새로운 시작이 이루어지는 시점이 될 때가 사실은 자살의 위험성이 더 큰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IV. 자살 직전의 모습

일반적으로 자살하겠다는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고 그 사람이 자살을 실행에 옮기기까지 1주-1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 중 보이는 태도의 특징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1. 주위 사람들에게 자살하겠다는 뜻을 표현한다.

자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생각과 뜻을 주변 사람들에게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이야기한다. 그것을 심각하게 이야기할 수도 있으나 때로는 마치 농담하듯이 이야기 하고, 또는 이야기 해 놓고는 농담이라고 덧붙이기도 한다. 따라서 가족들이나 동료들은 그런 이야기에 민감하여야 한다.

2. 성직자나 의사, 또는 주변의 동료 등을 찾아간다.

많은 경우, 자살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은 성직자 (목사, 신부 등) 의사들을 찾아간다. 또는 자신의 친구나 동료들을 찾아가기도 한다. 찾아가서 자신의 자살 의도를 밝히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에는 그것을 직접 이야기하지 않고, 그저 주변의 겉도는 이야기들을 몇 가지 하다가 그냥 나오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는 자살을 하는 것이다. 만일에 그런 성직자들이나 의사들, 또는 동료들이 평소에 자살의 전조에 대하여 예민할 수 있도록 교육이 되어 있다면 그럴 때 좋은 도움을 줄 수 있겠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자신의 앞에 왔다가 가는 그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한 생명을 잃을 때가 흔히 있다. 사실 이런 자살 의도를 가지고 찾아오는 사람을 정확히 알아본다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이런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정신과 의사도 때로는 실수를 하게 될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그리고 특히 성직자들과 의사들은, 이런 문제에 대하여 늘 예민하게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

3. 우울한 상태가 심해진다.

자살이 임박한 사람들은 언행이 위축되고, 식사량이 줄고, 말이 없어지고, 성생활이 중지된다. 잠자는 습관에 큰 변화가 와 잠을 못 자거나 지나치게 많이 잔다. 유서를 쓰고, 마치 긴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그러므로 과거와 달리 이런 식의 행동을 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4. 자살 당일의 행동상의 특징

자살을 한 사람들의 자살 당일의 행동을 나중에 다시 분석을 하면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일반적으로 볼 수 있다. 즉 평소 소중히 여기던 물건을 아낌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 그리고 자살을 한 이후 발견되었을 때의 자신의 모습에 대하여 관심을 가진다. 가장 흔한 내용 중 하나는 속옷을 깨끗한 것으로 갈아입는 것 등이다. 자신의 시체를 다룰 사람들에게 깨끗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V. 자살 위험도의 평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위와 같은 자살의 전조를 많이 보인다고 생각이 들어, 자살할 가능성이 의심될 때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말 그가 자살을 하려고 하는가를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자살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에 대하여 알아보겠다.


1. 자살 의도를 물어보는 방법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사람이 아무래도 이러다가는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자. 이럴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살 의도를 직접 질문한다는 것이다. 즉 그 사람을 자극할까봐 빙 둘러서, 우회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단도직입적으로 직접 질문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질문은 조심스럽고 진지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적절한 말로 이루어 져야 한다. 예를 들어 “너 자살하고 싶냐?“ 라고 질문할 수도 있으나, 그것은 질문 받는 자를 당황하게 만들어 순간적으로 “아니요“ 라는 거짓말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는 “너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까 정말 많이 힘들겠다. 정말 어떤 때는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을 것 같다“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정확할 때가 있다. 이와 같은 질문을 하면 자살할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자살할 생각이 있다는 대답을 한다.

2. 자살 계획의 평가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의 자살 가능성에 대한 평가는 다음의 4단계로 이루어진다.

1단계 : 자살 의도 평가

앞에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자살을 할 의도가 있는가를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히 묻는다.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면 일단 넘어가지만, 자살할 생각을 때로는 할 때도 있다는 식의 대답이 나온다면 2단계로 넘어간다.


2단계 : 자살 방법 평가

일단 1단계에서 자살 의도가 있다고 밝히면 2단계에서는 그가 어떤 방법으로 자살할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물어보게 된다. 일반적으로는 “그럼, 만일 죽는다면 어떤 방법으로 죽겠다고 생각한 것이 있는가?“라고 질문한다. 이 때 그 방법이 더 위험한 방법일수록, 그리고 그 계획이 더 구체적일수록, 자살의 위험성은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예를 들어 칼로 손목을 긋는다거나 수면제를 사용하겠다는 것 등은 위험성이 낮은 방법이다. 그러나 목을 맨다든지, 높은데서 떨어진다든지, 총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는 식의 생각은 매우 위험하므로 그런 방법을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바로 조치들을 취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할수록 더 위험한 것이다. 예를 들면 총기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 노끈을 구하고 매듭을 지어 묶는 방법 등을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할수록 자살의 위험성은 더 큰 것이다.

3단계 : 자살 준비 평가

그 다음 단계로는, 그런 방법을 가지고 자살하기 위하여 구체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거나, 한 적이 있는가를 질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살용으로 수면제를 사서 모으고 있다거나, 노끈을 준비하여 숨겨놓았다거나, 옥상에 올라가서 주위를 둘러보았다거나, 총기를 구하려고 접근해 본적이 있는가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만일 자살 생각도 있고, 방법도 생각은 하여 놓았지만, 아직 그런 준비 단계까지는 가지 않았다면, 그 자살 위험성은 아직 낮은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대답한다면 자살은 매우 임박한 것이 될 수 있으며, 따라서 그에 대한 긴급 조치가 필요로 된다.

4단계 : 자살 시도 평가

최근 자신이 생각한 그런 방법으로 실제 자살 시도를 남모르게 한 적이 있는가를 평가한다. 그래서 몰래 약을 먹어 본 적이 있다든가. 또는 목을 매 본 적이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이제 자살의 위험성은 극도로 높은 것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은 즉각 가족에게 연락되고, 정신과 의사에게 보내져 긴급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그리고 앞에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최근이 아닌 먼 과거에서라도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는 사람은 일단 요주의 인물로 보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VI. 자살의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자살 평가 등을 통하여 자살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된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

1. 즉각 주변 가족들과 사람들에게 연락한다.

자살의 위험성이 일단 의심이 되면, 그것에 확신이 들지 않더라도, 일단 그에 대하여 관련을 가지고 있는 가족이나 친구, 학교 선생님, 상담 교사 등 중요한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과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의외로 한 생명을 살리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괜한 호들갑 떠는 것, 남의 비밀을 고자질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큰 오해이다.

2. 혼자 있지 못하게 한다.

자살은 문자 그대로 혼자 하는 행동이다. 따라서 주변에 누군가가 가까이 있게 되면 자살 시도는 잘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정신과 의사에게 데리고 가서 입원 등 전문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이 자살 시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조치 중 첫째는 그가 어떤 시점에서도 혼자 있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즉 화장실조차도 혼자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3. 자살을 시도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이나 상황이 가까이 있지 못하도록 한다.

자살 위험이 큰 사람들이 충동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있는 장소에 있지 못하게 하고, 주변에 그런 자살에 사용할 만한 물건도 있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때로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물건들이 자살의 도구로 사용될 수도 있음을 예상하고 대비하여야 한다.

4. 즉시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도록 한다.

자살 예방을 위하여 가장 중요하고 빠른 길은 자살 위험성이 큰 사람들이 정신과 전문의를 빨리 만나도록 하는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자살의 문제에 대하여 매우 예민하고 유능하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다.


VII. 자살 위험상이 높은 사람을 정신과에서는 어떻게 치료할까?

자살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정신과 전문의들에게 보내면, 환자들은 어떤 치료를 받게 될까? 일반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종류의 치료를 받게 된다.

1. 보호

정신과에서 하는 치료의 가장 일차적인 목표와 내용은 환자의 보호이다. 자신을 해치려는 시도를 하지 못하도록 면밀히 관찰하고 보호하는 것이 치료의 내용이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가면 점차 안정되면서 자살 생각도 없어진다.

2. 약물 치료

현재 정신과에서 사용하고 있는 약물들은 매우 효과적이면서도 강력하다.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항우울제를 투여하면 그 우울증은 매우 효과적으로 치료되며, 우울증이 호전되면 자살하고자 하는 생각도 같이 없어지게 된다. 또한 항불안제를 투여하면 불안감과 긴장감이 감소하므로,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매우 빠르게 안정된다. 또한 충동적 기분과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효과적인 약물들이 많이 있다. 일반적으로 정신과 약물에 대한 잘못된 선입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첫째, 정신과 약물은 중독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약물 종류에 따라 약간의 습관성이 있는 경우는 있으나, 소위 중독성이 있는 것은 아니며, 일반적으로 매우 안전하다. 그러므로 마치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하면 기침약을 먹듯이, 우울증에 걸리면 항우울제를 먹어 증상을 호전시키면 된다는 것을 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정신과 약을 먹으면 사람이 더 폐인이 된다는 식의 이야기도 과거 부작용이 많던 약을 먹던 시절의 잘못된 이야기들이며, 최근 사용하고 있는 약물들은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이 있다. 오히려 약을 먹지 않아 병이 더 심해지는 것이 훨씬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대부분이다. 다만, 여기서 주의하여야 하는 것은, 일단 우울증이 호전된다 할지라도, 재발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지속적인 외래 진료와 약물 치료가 필요로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만일 정신분열증, 약물 남용, 성격 장애 등의 정신질환이 있을 경우는 그에 대한 따른 적합한 약물치료를 하여야 한다.

3. 정신치료

그러나 때로는 약물 치료와는 다른 차원에서 자살 사고에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즉 어린 시절부터의 정신적인 충격, 성격적인 문제, 기타 본인의 능력으로는 잘 이해하지도 못하고 해결할 수 없는 본인의 심리적 갈등이나 가정의 갈등 등이 있을 때에는 약물 치료와 함께 그에 대하여 자세한 면담을 하고 정신치료를 하게 된다. 이것은 자살 사고를 스스로 이해하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되고 특히 자살 시도의 재발을 방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4. 인지치료 등 기타 치료

때로는 환자가 보이는 우울증의 특성에 따라 인지 치료, 행동 치료, 대인관계 치료 등 특수 치료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상과 같은 치료를 통하여 자살 생각과 행동의 많은 부분이 치료되고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할 수 있는 경우도 많이 있다.


VIII. 자살 시도를 한 사람을 응급실에 데리고 가는 경우의 주의 사항

그러나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노력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100% 자살 사고를 다 예방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실제 자살 시도자가 발견되어 병원으로 급히 이송하여야 하는 경우가 생겼을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점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1. 환자가 안전하게 있도록 보호하여야 한다. 가급적 4-5명 정도가 동반해 주는 것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안전하다. 즉 자살 시도자가 2차 자살 시도를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2. 주변에 유서 등이 있는가를 확인하여야 한다.

3. 만일 약물을 먹고 자살 시도를 한 흔적이 있는 경우에는 주변에 있는 모든 의심되는 약병과 약 봉지, 남은 약 알들, 약물 설명서 등을 가지고 병원으로 가도록 한다.

4. 일단 병원 응급실에서 의식이 돌아 왔을 때에도 철저히 감시를 하며 주의를 하여야 한다. 특히 환자를 혼자 두어서는 안된다. 자살 시도 직후에 환자들은 흥분 상태일 수 있고 그에 따라 2차 사고나 자살 시도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혼자 화장실 등에 간다고 하고 화장실에서 다시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많이 있으므로, 반드시 화장실에도 동반하여 가야 한다.

5. 자살과 관련된 몇 가지 질문을 하게 될 때, 환자가 하는 말의 진실성에 대하여도 평가하여야 한다. 응급실 상황에서 하는 이야기가 반드시 진실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6. 응급실 상황이나 병원에서 환자와 삶의 의미나 살아야 할 이유 등에 대하여 논쟁을 벌이는 것은 금물이다. 일반적으로 자살 시도자들은 이 방법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절망적인 생각을 하고 자살을 시도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심한 우울증 상태에 있으므로, 그 시점에서는 모든 것에 대하여 심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아무리 이들과 어떤 의미 있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누어 보려고 해도 그것은 그 시점에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일단 환자가 완전히 치료되고 정상적인 기분 상태가 되었을 때 그와 나머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7. 환자들에게 일반적인 낙관론을 쉽게 이야기하는 것은 금물이다. “조금만 참으면 모든 것이 다 잘될 것이다“라는 식의 일반적인 낙관론 이야기는 환자로 하여금 지금 그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어려움에 대하여 전혀 공감해 주지 못하다는 절망감을 더욱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은 그들이 하는 말을 잘 들어주고, “정말 많이 힘들었겠다“라는 이야기 정도만 하는 것이 좋다.


VI. 자살 예방을 위하여 언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자살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지침들을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언론에서는 전체적으로 이런 자살 예방 활동을 어떻게 하는 것이 필요할까?

1. 자살 예방 교육 관련 기사들이 정확하고 풍부하게 다루어지어야 한다.

자살은 사실 모든 인간의 삶 가까이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인간도 삶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될 수 있다. 그러기에 자신의 자살에 대한 생각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자살에 대하여도 늘 그 가능성을 인정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는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바와 같은 자살 예방 방법을 언론을 통하여 모든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객관적인 지식을 가지고만 있는 것으로도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고 돕는 것을 매우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2. 삶을 더 긍정하는 따뜻한 내용의 전달이 언론을 통하여 이루어지어야 한다.

사람들은 언론을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바라 볼 뿐 아니라, 자신의 삶도 바라보게 된다. 따라서 언론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순과 어두운 점만을 더 부각하게 되면, 사람들은 그 만큼 사회뿐만 아니라 그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자신의 삶에 대하여도 비관적이 되고, 그것은 결국 자살로 이어지게 된다. 성급한 성공에 대한 유혹을 강조하는 언론의 태도는 많은 좌절을 체험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더 큰 어려움을 준다. 따라서 사회와 삶의 부정적인 측면과 동시에,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언론인의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3. 생명 존중의 사상이 부족한, 그래서 자살을 유도하는 무책임한 선정적 기사와 보도들을 조심하여야 한다.

자살을 마치 한 인간이 할 수 있는 불가피한 극적인 최종 해결책인 것처럼 미화하는 보도 태도가 없어야 한다. 많은 자살의 잠재적 위험군에 속하는 사람들은 그런 기사를 통하여 분명히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4. 삶의 더 높은 목표를 가지도록 하여야 한다.

삶의 ‘열정’이 식었을 때 사람들은 자살한다. 그러므로 삶의 열정을 계속 유지하고,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은 자살 예방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에게 “당신은 왜 살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매우 종교적이고 실존적인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대답되어져야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삶에 대하여 더 진지한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기사를 언론이 다루도록 하는 것은 간접적이지만 매우 효과적인 자살 예방 활동이 될 것이다.


VII. 마치는 말

누구나 삶의 극단적인 어려움 앞에 서면 한번 쯤 자살을 생각하게 된다. 그 것 자체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자살 생각을 하는 그 자체를 비난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누가 자살 생각을 하고 있느냐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살 생각을 하고 있는 그 사람 옆에 지금 누가 있느냐?’는 것이다.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너무도 지쳐있고, 외롭고, 절망감에 싸여 있다. 그 때 그 옆에 있는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조용히 어려움을 들어주며 작게라도 같이 해결 방안을 찾아보려는 시도를 해줄 때, 지치고 외롭고 절망하는 마음을 극복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들의 옆에 존재하고 있는 한 공동체의 일원이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 가지고 격려하는 방법을 배우고 경험하게 된다면, 그것은 일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이다. 개인과 사회, 국가와 인류의 발전은 바로 그런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의하여 하나씩 이루어져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살은 그런 사람들에 의하여 예방되고 있다.







* 참고 문헌

육군본부 (1997) : 자살, 예방할 수 있다

민성길 (2002) : 최신정신의학, 일조각

Maris RA, Berman AL, Silverman MM (2000) : Comprehensive Textbook of Suicidology. The Guilford Press

Jacobs DG (1999) : The Harvard medical School Guide to Suicide Assessment and Intervention. Jossey-Bass.

Rudo MD, Joiner T, Rajab MH (2001) : Treating Suicidal Behavior. The Guilford Press





















자살행동과 미디어의 영향과 윤리강령



허 태 균
(한국외국어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 한 사회에 특정 시기에 자살로 인한 사망자(또는 자살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생존자들)가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의 일부를 미디어의 영향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제안되고 있다. 자살이 시간적이고 공간적으로 근접하여 다발적으로 발생하였던 사실은 역사적으로 존재하여 왔지만(예, Barkwin, 1957), 이러한 자살의 전염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독일의 문호 괴테(Johann von Goethe)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the Sorrows of Young Werther)'에서 주인공인 베르테르의 자살이 대중에게 공개된 1774년에 유럽전역에 걸쳐 자살이 급증하면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게되었다. 또한 금세기에 들어와 많은 심리학과 사회학 등의 사회과학분야에서 많은 학자들이 이러한 자살의 전염성을 베르테르 효과(the Werther effect)라고 부르며 연구하였다(Phillips, 1974).


자살행동에 미디어가 미치는 영향

☞ 자살과 미디어의 관계에 대한 많은 연구들은, 미디어에 공개된 자살사건이 뒤따르는 자살사건들에 일정한 영향을 준다고 제안하며 베르테르 효과를 지지하였다(Gould, 2001; Stack, 2003). 즉, 신문이나 TV를 통해서 묘사되는 자살에 대한 기사들과 소설 속의 가상의 자살묘사들이 일반인들, 특히 기사 내용의 자살자와 비슷한 현실적․심리적 문제를 갖고 있거나 잠재적인 자살시도 가능성을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쳐 자살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제안들이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지지되고 있다.

☞ 대부분의 연구들이 윤리적인 제한(통제 상황에서 실제 자살사건을 일으킨 뒤 이러한 사건에 대한 보도가 뒤따르는 자살에 영향을 주는가를 검증하는 실험연구가 애초에 불가능함) 때문에 인과관계를 직접 밝히지는 못하지만, 일반적으로 자살사건이 지사 등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넓게 공개된 경우에 자살률이 평소보다 급증하는 형태의 자료들을 보고하고 있다(Gould, 2001; Stack, 2000). 대표적인 예는 Phillips(1974)가 1947년에서 1968년 사이에 일어난 35건의 자살사건들의 전후 4개월간의 자살률 변화를 조사한 연구결과이다. 그림 1과 같이 자살보고가 대대적으로 미디어를 장식한 달과 그 다음 달에 자살률이 평균적인 월별 자살률보다 급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1] 자살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보도와 근접한 달의 자살빈도 (Phillips, 1974)

* 세로축의 0은 평균 자살률을 의미함


☞ 최근에는 미국과 캐나다같은 북미뿐 아니라 영국, 독일, 호주와 일본을 포함하는 다양한 국가들에서, 미디어를 통한 자살보도가 후속 자살에 미치는 영향이 연구되고 있다. 그 결과들은, 부분적으로는 일치하지 않더라도, 대부분 일관성 있게 자살의 대대적인 보도 이후에 자살에 의한 사망자의 수가 급증하는 것을 보고하고 있다.

■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자살보도의 주요 요인들(Stack, 2000; 2003)

물론, 이러한 미디어가 자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들은 그 구체적인 조건과 내용에서 일부 차이가 있다. 하지만 42개의 연구논문에서 발표된 293개의 자료를 메타 분석한 Stack(2000, 2003)의 연구에 따르면, 미디어를 통한 자살보도와 관련된 다음과 같은 중요한 몇 가지 요인들이 후속 자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 유명인사의 자살: 연예인이나 유명 정치인의 자살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보도는 그 외의 사람에 대한 자살보도보다 14.3배나 높은 후속자살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 사실기사 여부: 괴테의 소설 뿐 아니라, TV 또는 영화 속 주인공들의 자살은 후속자살 또는 자살시도 빈도는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Ostroff & Boyd, 1987). 하지만, 그 영향력은 실제의 인물이 자살했다는 사실기사가 전자보다 4.03배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 매체의 종류: 자살보도는 TV에서보다 신문에서 그 영향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기사는 TV기사와 달리 나중에 다시 볼 수도 있고, 스크랩하기도 쉬우며, 자살한 사람의 사회적 배경이나 자살의 원인 추측, 가족 인터뷰 등의 세부 자료를 싣고 있어 독자에게 자살에 대한 훨씬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TV의 경우 언급되는 시간도 짧고 따라서 잊혀지거나 주의를 끌지 못할 수 있으며, 보도시간이 짧고 세세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 보도 노출 범위: 자살보도를 다루는 언론매체의 수가 많을수록 모방자살의 파급효과도 커진다. 예를 들어 메이저 언론계 세 곳에서 자살보도를 하는 경우, 단 한 곳에서만 보고하는 경우보다 모방자살의 효과가 컸다는 것이다(예: Phillips & Bollen, 1985; Stack, 1991).

■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그 밖의 주요 요인들 ■

☞ 모방자살은 ‘전염병 모델(Hazell, 1993)’로 설명되기도 한다. 특정한 병이 특정한 집단의 사람들에게서 더 잘 발병한다면 그 집단의 사람들을 특별 관리하는 것이 발병을 막는 가장 좋은 예방법이 될 것이다.

☞ 연령층으로는 청소년과 노년층이 자살위험군에 속하는 사람들인데, 이들 중에서도 특정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사람들이 자살보도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청소년들 중에서도 TV를 많이 보고, 과거에 자살시도 경험이 있으며, 우울 증세를 심하게 보이는 아이들이 자살을 할 가능성이 높다. 노년층에서도 경제적으로 어렵고 신체적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자살위험성이 크다.

☞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5배 정도 자살시도율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 전반적으로 사회분위기가 침체된 상황(고-실업률, 고-이혼율, 종교적 위기)일 때, 위기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자살보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Stack, 2003). 이런 사람들은 자살보도에 좀더 선택적으로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보이며 위기상황에 놓이지 않은 사람들보다 모방자살을 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고 할 수 있다.

미디어의 자살에 대한 영향의 심리기제

○ 자살사건에 대한 신문 또는 TV를 통한 보도가 뒤따르는 자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제안과 그것을 지지하는 연구 결과들은 일반적으로 그러한 기사를 접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러한 기사들이 전혀 자살할 이유도 없고 자살의도가 없는 사람들을 자살하게끔 한다는 것은 지나친 확대이다. 하지만, 사회적/경제적/환경적 요인에 의한 어려움과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어서 그러한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가 매우 강한 사람들에게 자살에 대한 대대적인 보도는 매우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영향을 설명하는 기제는 크게 사회학습적 기제와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인지적 기제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사회학습이론

○ 사회학습이론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이 행동 이후에 직접 경험하는 일련의 사건들에 의해 행동수정이 일어난다는 학습원리를 관찰을 통한 간접적 경험으로 확대한 이론이다. 즉, 일반적으로 특정행동을 한 후에 긍정적인 결과를 경험하면 이후에 비슷한 상황에서 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반대로 부정적인 결과를 경험하면 이후에 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학습의 원리는 동물과 인간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원리이다. Bandura(1973)는 이러한 학습의 원리가 관찰과 같은 간접적인 경험에 의해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제안하였으며, 더 나아가 긍정적/부정적 결과에 대한 정보 없이 단순히 특정행동의 관찰을 통해서도 그 행동을 따라하는 모방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Baron, 1971).

○ 미디어의 기사를 통해 대대적으로 자살보도가 행해진 이후에 자살이 급증하는 베르테르 효과를 일반적으로 심리학자들은 사회학습이론을 설명하려 한다. 기사를 통해 자살 사건이 보도될 때 보통 자살자가 가지고 있었던 현실적 어려움 또는 심리적 고통을 그 원인으로 보도하는데, 이러한 원인들과 자살의 인과관계에 대한 지각이 모방자살(Copycat suicide)을 일으키게 된다고 제안되었다(Cialdini, 2001).

○ 실제로 일부자료들은 이러한 사회학습이론의 모방이 베르테르 효과의 중요한 설명기제일 수 있다고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질식에 의한 자살방법을 제안한 'Final Exit'이라는 책이 발간된 연도에 미국 뉴욕에서 질식에 의한 자살은 313%나 증가하였다고 보도되고 있고, 이러한 자살의 27%의 경우에 자살장소에서 그 책이 발견되었다고 보고되었다(Stack, 2003). 또한, 위에서 언급된 Phillips(1980)의 연구에서 보도 이후에 나타난 후속자살의 경우 자살상황 또는 사고상황이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었던 자살상황과 매우 유사한 점이 많이 보고되었다(Cialdini, 2001).

○ 사회학습이론에서 제안하는 모방효과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인 유사성의 역할도 미디어가 자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들에서 보고되고 있다. 즉, 자살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보도를 접하는 사람들이 자살자와 유사하면 할수록 그 보도기사의 영향은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Phillips(1980)의 자살사건의 자살자와 시간적-공간적으로 근접한 교통사고 사망자의 연령을 비교한 결과 매우 높은 상관관계가 발견되었다. 즉, 젊은 자살자에 대한 기사가 보도된 직후에는 젊은 사람이 죽은 교통사고가 급증하였으며, 늙은 자살자에 대한 보도 직후에는 늙은 사람이 죽은 교통사고가 급증하였다(Stack, 2003).

귀인: 인지적 방략들

○ 사회학습이론의 모방기제는 자살에 대한 미디어의 영향을 현상수준에서는 잘 설명하지만, 자살에 대한 보도기사를 보는 시청자 중에 일부의 개개인이 왜 자살을 결심하게 되는가에 대해 구체적인 심리학적 규명을 제공해주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개개인마다 고유한 환경적 또는 심리적 이유가 있어서 모든 자살자들의 심리를 공통적으로 규명할 수 는 없지만, 다음과 같은 심리적 기제들은 자살에 대한 미디어와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 가용성 방략(availability bias) : 우선 현실적 어려움과 정신적 고통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해결방법을 찾게되는데, 자살에 대한 대대적인 보도는 자살이 하나의 해결방법으로 매우 쉬게 머리에 떠오르게 만든다. 이러한 현상은 특정 사건에 대한 사회적 판단을 내릴 때, 그 순간에 의식에 떠오르는 정보에 의해서 그 판단이 과도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가용성 방략에 의해 잘 설명될 수 있다 (Tversky & Kahneman, 1973).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에 대한 연구에서, 일반적으로 자살(시도)자들은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욕구가 매우 크지만,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해결방법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박상철, 조용범, 1999). 이런 상황에서 타인의 자살에 대한 구체적인 보도는 마치 하나의 해결방법을 제시해 주는 듯이 보여질 수 있으며, 그 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보도는 그들의 머리 속에 자살을 매우 쉽게 떠올리게 만들 수 있다.

○ 대표성 방략(representative bias) : 자살에 대한 미디어의 영향과 관련된 또 하나의 심리적 기제는 대표성 방략이다. ‘어떤 사건(또는 현상)의 발생 가능성에 판단이 그 사건의 실제 기본적인 발생가능성보다는 그 사건의 전형적인 속성(특성)들에 의해서 판단되는 것’을 의미한다(Tversky & Kahneman, 1971). 예를 들어, 실제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극히 일부분만이 자살을 시도하는데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잠재적 자살(시도)자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한 사람이 자살했다’는 기사를 통해 경제적 어려움과 자살간의 전형적 관계를 통해 그 가능성을 매우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시청자들뿐만이 아니라 그러한 기사를 제공하는 기자들에게도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살에 대한 보도 원칙의 필요성

☞ 앞에서 논의되었듯이 자살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미디어 보도는 시청자들에게 영향을 주어 후속모방자살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지지되고 있다. 이에 학자들과 언론인들 사이에서 미디어의 자살보도에 대한 보도 원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자살사건에 대한 기사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아닌, 언론인 스스로가 참고하여 활용할 수 있는 자살사건 보도원칙이 만들어진다면,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도 보다 건강한 미디어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미디어의 자살보도 권고지침은 현재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오스트리아 등에서 쓰이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1996년 전국규모의 세미나가 열린 후 언론계도 만족하는 지침서가 마련되었고 정부의 강요 없이 사용되고 있다(Herman, 1996). 그리고 실제로 후속모방자살률이 낮아지는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예: Etzerdorfer, Sonneck & Nagel-Kuess, 1992).

■ 오스트리아의 성공적인 사례 ■

☞ 오스트리아에서는 1978년 지하철이 처음 개설된 이후, 80년대에 지하철에 뛰어드는 것이 가장 대중적인 자살방법으로 떠올랐다. 게다가 미디어가 지하철 자살을 드라마틱하고 충격적인 기사거리로 보도하면서 자살과 자살시도 빈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오스트리아 자살예방협회(ÖVSKK)는 이에 비엔나의 신문에 실린 자살보도가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세운 가설은 다음과 같다.

☞ 연구진은 뒤에서 설명할 두 가지 기제에 의해 사람들이 자살하게 된다고 보았다. 첫 번째 기제는 원래 자살하려던 사람들이 미디어의 보도에 자극받아 자살한 사람들의 전례를 따르게 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있는 사람은 시야가 좁아져 해결책을 잘 찾지 못하는데, 언론의 자살보도가 그 해답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 이에 따라 연구진은 1987년에 가설들을 이용한 언론 보도지침을 만들어 언론사에 배포하고, 자살사건 보도시 이 원칙을 따라줄 것을 부탁하였다. 효과는 바로 나타나기 시작해서 1988년부터 지하철 자살률이 급격히 떨어져 안정되었다. 전체적인 자살률도 약간 낮아졌으며 다른 수단을 이용한 자살률이 늘지도 않았다. 오스트리아의 사례는 자살보도를 금지하지 않고도 언론과의 협동 하에 자살보도의 질을 높여 모방자살을 감소시킬 수 있었던 좋은 예가 되었다.

■ 유명 연예인의 죽음의 영향력을 줄인 사례
- 커트 코베인 자살보도

☞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록그룹 너바나(Nirbana)의 리드 싱어 커트 코베인이 1994년 권총자살하자,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그의 자살에 대한 미디어 보도가 자국 젊은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연구하였다. 결과는 흥미롭게도 그 전해인 1993년보다도 당해인 1994년의 자살률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고, 권총을 이용한 자살률이 증가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커트 코베인의 자살은 Phillips가 분류한 것에 따르면 모방자살을 유도할만한 요소가 가장 다분한 사건(유명인이라는 신분, 전 세계적으로 젊은이들을 열광시킨 공격적인 노래와 가사의 주인공, 자살이후 대대적인 신문1면 보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스트레일리아 청소년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은 것이다(오히려 그의 죽음 이후 첫 한 달간은 자살률이 더 낮아졌다).

☞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진은 언론 통제 없이도 모방자살 억제 효과를 낸 것이 그의 부인이었던 코트니 러브의 발언 때문이라고 잠정 결론지었다(Martin & Koo, 1997). 그녀는 그의 죽음을 낭만적으로 덧칠하지 않고 그의 자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그가 자살 전에 약물문제와 실패로 끝난 자살시도를 했었다는 사실도 그의 죽음을 보다 건조하게 만들었다. 적어도 오스트레일리아의 청소년들에게는 커트 코베인의 자살이 모방할 만큼의 매력을 주지 않은 것이다. 이는 오스트리아의 연구진이 세운 가설2에도 들어맞는 것이다.

☞ 한편, 커트 코베인이 자살한 장소인 미국 시애틀에서도 예방 프로그램이 곧바로 시행되어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모방자살이 증가하는 것을 막았다(Miller, 2002).


자살관련 언론보도의 윤리강령


죽음의 방식은 한 개인의 사적 영역에 속하며 언론은 이를 존중해야 합니다. 따라서 언론은 자살에 대한 보도에서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언론의 자살 보도 방식은 자살에 영향을 미칩니다. 자살 의도를 가진 사람이 모두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아닙니다. 언론의 자살 보도가 그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자살 보도는 사람들이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자살을 고려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자살이 언론의 정당한 보도 대상이지만, 언론은 자살 보도가 청소년을 비롯한 공중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충분한 예민성과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언론인들이 자살에 대한 보도에서 아래의 준칙을 지켜주실 것을 권고합니다.


자살보도를 위한 실천 요강





▶ 실천요강 세부설명 ◀

【1】자살은 전염된다.
- 자살에 대한 보도는 대중의 모방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하자.
- 자살이 유행하고 있다거나 특정 지역의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등의 표현을 피한다.

【2】자살은 다수의 복합적인 원인들에 의해 발생한다
- 실연, 실업, 질병 등의 고통스러운 사건들 자체가 유일한 자살의 원인은 아니다.
- 자살자의 90%이상이 사망 당시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드러나지 않은 경우가 많다.
- 유명인사의 자살은 일반인의 자살보다 모방을 유발하기 쉽다. 유명인사의 자살이 특별한 주목을 받더라도 그의 개인적인 매력이나 명성 때문에 정신건강상의 문제나 약물 남용 문제가 가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3】자살 보도문에서의 언어적 표현이 자살의 전염성을 높일 수 있다
- 헤드라인에 자살이라는 말을 쓰거나 사인이 자해라고 표시하는 것은 위험하다.
- 자살한 사람의 신분에 상관없이 헤드라인에 이름, 나이, 거주지를 밝히는 것은 좋지 않다.
- ‘자살’, ‘자살하다’ 보다는 ‘자살로 사망하다’라고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자의 표현은 기사의 초점이 죽음에 국한되어 있거나 그 죽음을 죄악시하는 것을 암시할 수 있다.
- ‘자살 사망’ 혹은 ‘자살 미수’란 표현이 ‘자살 성공’ 내지 ‘자살 실패’라는 표현보다 바람직하다.

【4】자살 보도문이 암시하는 태도가 자살의 전염성을 높일 수 있다
- 자살이 사회적이나 문화적인 변화 내지 타락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는 식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언급을 삼간다.
- 자살한 사람을 순교자로 미화하거나 자살 행위 자체를 용감하거나 아름다운 행위로 묘사할 경우, 자살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자살을 실행에 옮기도록 부추길 수 있다. 그보다는 자살한 사람의 사망 사실에 대한 애도를 강조해야 한다.

【5】자살사건의 특성도 모방자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특히 유명인사일 경우 자살을 흥미위주로 다루는 것을 피해야 한다. 유명인의 경우에는 그 사람이 앓고 있었을지 모르는 정신질환 문제에 대해 반드시 언급해야 한다. 특히 자살한 사람이나 자살 장면, 자살 방법에 대한 사진 등을 개제하지 말아야 한다. 1면 머리기사로 싣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 특히 자녀를 포함한 가족동반자살의 경우 희생된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살해한 부모의 비정함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자살을 결심한 부모에 대한 정보가 전달되지 못하거나 왜곡될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6】어떤 방법으로 자살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은 절대 금해야 한다.
- 연구에 의하면, 자살에 대한 미디어 보도는 자살 빈도보다는 자살 방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 특정한 절벽, 고층빌딩, 철도 같은 전통적으로 자살이 자주 발생하는 곳을 보도하면 대중의 관심을 환기․집중시켜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장소를 선호하게 된다(예: 한국의 반포대교).

【7】자살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를 함께 밝혀준다
- 자살에 대한 기사에는, 자살에 대한 편견과 정신적 충격으로 그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이 겪을 고통이 언급되어야 한다.
-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하여 신체적 후유증(뇌 손상, 사지마비 등)을 입을 수 있음을 자세히 보도하면 자살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8】자살보도시 자살을 극복할 수 있는 정보도 함께 전달해야한다
- 자살률의 추이와 자살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위한 최신 치료법을 알려 준다.
- 자살한 사람이 자살하는 대신 선택할 수 있었던 대안을 함께 알려 준다.
(위기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의 전화번호와 인터넷 사이트 주소 등)
- 치료나 상담을 받고 위기를 넘긴 사람의 사례를 보도한다.

【9】시민들이 자살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 자살에 대한 편견을 소개하고 자살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는 정보를 포함한다.
- 통계수치는 반드시 주의 깊고 정확하게 해석하여 인용해야 한다.
- 자료 출처는 정확하게 제시한다.
- 자살 전문가들의 조언을 정기적으로 제공한다.
- 죽음을 너무 가볍게 여기거나 터부시하지 않고 진지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한다.
- 시민 자신과 가족의 정신건강을 체크하고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자살 징후가 무엇인지, 그런 징후를 발견하면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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