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1년 넘게 표류, 갈등 멈출 입법 보완을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방송의 독립성과 취재·제작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개정 방송법이 시행 1년이 지나도록 공회전하고 있다. 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이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를 두고 편성규약을 정비하도록 한 개정 법의 핵심 조항이 상당수 방송사에서 완결되지 못한 채 노사 갈등만 길어지고 있어서다. 법 시행 1년이 넘도록 기초적 제도조차 안착시키지 못한 방송사업자들의 책임이 일차적으로 크다. 하지만 일관성 없는 입법이 갈등을 키운 측면도 짚어야 할 시점이다.


개정 방송법은 편성위를 방송사 내부의 임의적 협의기구가 아니라 집행력을 가진 법정 기구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편성위는 방송편성규약의 제·개정은 물론 취재·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 보장에 관한 핵심 사항을 심의·의결하고 시청자위원 추천 등 방송사 지배구조에도 관여하는 필수 기구로 설정됐다. 아울러 개정 법은 편성규약을 제정하거나 공표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 방송법이 선언적으로만 규정했던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강력한 벌칙 조항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별 이행 성적표는 크게 엇갈린다. MBC와 EBS는 비교적 빠르게 편성위 발족과 규약 정비에 나섰고 지역MBC와 종편도 관련 절차를 마쳤다. 반면 9개 지역 민영방송은 6일 기준 단 한 곳도 규약 개정을 이루지 못했고 이 중 JIBS제주방송은 편성위조차 꾸리지 못했다. KBS마저 노사 공방만 거듭하다 법정 시한을 넘겨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시정명령 대상에 올랐다.


법 준수는 선택사항이 아니라는 점에서 방송사업자의 책임을 우선 물어야 한다. 특히 법의 직접적 적용을 받는 공영방송 KBS의 파행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KBS 사측은 방미통위 후속 규칙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절차를 미뤘고 종사자 대표 범위를 둘러싼 노조 간 이견을 들어 회의 참석도 거부하면서 법 이행을 고의 지연시켰다는 의혹도 받았다.


다만 모든 혼란의 책임을 방송사에만 돌릴 수도 없다. 이행률이 가장 낮은 지역 민방의 최대 쟁점은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다. 노조는 임명동의제가 빠진 편성규약으로 대주주나 경영진의 편집권 개입을 막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사측은 법적 의무가 없는 제도를 노조가 밀어붙이는 것은 인사권 및 경영권 침해라며 맞선다. 개정 법이 공영방송과 보도전문채널에는 임명동의제를 의무화했지만 지역 민방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분란의 씨앗을 심었다. 임명동의제가 방송 독립에 필요한 장치였다면 입법 단계부터 일관된 기준을 세워야 했지만 그 판단을 개별 노사 협상에 떠넘긴 결과가 지금의 교착 상태인 것이다.


개정 방송법의 목적은 편성위를 하나 더 만들고 편성규약을 새로 짜는 데 있지 않다. 처벌을 앞세운 형식적 이행 경쟁이 아니라 방송 독립을 뒷받침할 실질적 규칙을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한 이유다. 1년째 표류 중인 방송법을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면 법 취지를 훼손한 사업자에게는 책임을 묻되 입법 자체의 공백도 메워야 한다. 특히 임명동의제가 방송 독립에 필요한 장치라면 적용 대상을 지역 민방까지 넓히는 것이 순리다. 경영권 침해 우려는 임명 절차의 범위나 요건을 법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풀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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