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자들이 본 공공기관 개편… "지역 특색 지워선 안 돼"

정부가 행정, 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을 발표한 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모습. 정부는 2027년 상반기부터 법무부, 성평등가족부 등을 우선적으로 세종시 이전을 추진하고 차질없는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완공과 검찰청(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경찰청 등 별도의 청사가 필요한 기관의 청사 신축 이후 이전을 추진하기로 했다. /뉴시스

정부가 3일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공개하자 주요 지역 언론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면서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반응이 나오는 한편, 기관 통폐합을 두고는 지역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거나 지방자치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의 통합을 놓고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정부가 이들 기관을 한국항만공사(가칭)로 통합하는 방안을 내놓자, 지역 기자들은 항만마다 산업구조와 기능이 달라 하나의 기관으로 묶을 경우 운영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일보는 1면에 <해양수도·균형발전 흔드는 ‘졸속 통합’ 멈춰라> 기사를 내는 등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혜랑 부산일보 기자는 “당초 항만공사가 출범할 때도 독립적인 조직 운영이 항만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지역별 공사를 둔 것”이라며 “부산은 컨테이너, 울산은 에너지 등 항만별 배후산업과 수익구조가 다른데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하면 각각의 현안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통합 이후 지자체의 발언권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의사결정 구조가 본사에 집중되면 항만 인프라 투자와 배후단지 개발 등 지역 현안에서 지방정부의 영향력이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예지 중부일보 기자는 “결국 항만에 대한 지역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이라며 “지역지 기자 입장에서는 지방자치의 퇴행이라 본다”고 말했다.


통폐합 과정에서 통합 본사를 어느 지역에 둘 것인지도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여러 지역에 흩어진 기관을 하나로 묶으면 본사를 유치하는 지역과 기존 기관을 내줘야 하는 지역이 갈릴 수 있어서다. 이용주 울산MBC 기자는 “아직 정부가 통합 본사를 둘 지역을 결정할 가이드라인을 주고 있지 않다”며 “단체장 입장에서는 뺏고 뺏기는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얼마나 많은 공공기관을 유치하느냐가 시장의 정치적인 능력으로 해석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가스공사를 둔 대구와 한국석유공사를 둔 울산에선 벌써부터 신설 에너지자원공사(가칭) 본사 유치를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대구에선 통합 본사가 울산으로 향할 경우 최근 불거져 온 ‘TK 패싱’ 우려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경북 지역 일간지 A 기자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구에서는 반도체 등 지역의 주력 산업을 유치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공사 통합 과정에서도 ‘TK 패싱’이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현실적으로 석유공사는 시추시설이나 설비 등의 문제가 있어 바다와의 접근성이 중요하지만 가스공사는 본사 위치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통합까지는 넘어야 할 절차가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상장사인 한국가스공사와 비상장사인 한국석유공사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주주가치 침해 문제 등을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A 기자는 “당장 기사 논조는 가스공사가 ‘울산에 넘어가면 안된다’는 거지만 ‘정말로 넘어갈 건가?’라는 부분에서는 아직까지 확실하지 않다는 게 제가 취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통폐합을 둘러싸고 여러 우려가 제기됐지만, 수도권 공공기관을 지역으로 옮긴다는 큰 방향에는 지역 기자들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1차 공공기관 이전 이후 10년 넘게 운영된 혁신도시에 추가 기관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허귀용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진주혁신도시만 해도 생긴 지 10년이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도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대책”이라며 “진주에서는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공공기관의 기능을 연결한다는 정부 방침을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주 기자 역시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이라는 관점에서 정부가 큰 결단을 했다고 본다”며 “사실상 노무현 정부 당시 세종특별시를 설립한 이후 처음 있는 움직임인 만큼 지역에서는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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