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히든: 검은 돈의 혈관 대포통장

[제430회 이달의 기자상] 황성호 동아일보 기자 /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황성호 동아일보 기자.

“사기꾼이 합의하자고 먼저 나타나지 않는 이상 피해금은 잃어버린 돈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대포통장을 이용한 주식투자 사기 사건 피해자 김모 씨를 만나기 위해 3월 서울 관악구 한 빌라를 찾았을 때 집주인인 70대 노인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그는 김 씨의 장인이었다. 정확히는 전(前) 장인이었다. 김 씨는 수년 전 사업에 실패한 뒤 이혼했지만 집을 구하지 못해 주소지만 노인의 집에 올려놨다. 노인도 김 씨를 보지 못한 지 10년은 됐다고 했다. 경찰로 일하다 은퇴한 노인 역시 수년 전 수천만 원을 잃은 사기 피해자였다. 그가 사기 사건 피해에 대해 냉소적으로 말한 까닭이었다.


사기 사건 주범을 잡아야 피해금을 받아낼 수 있을 텐데 대부분 사기꾼들은 해외에 머물며 범죄를 저지른다. 취재팀이 대포통장에 주목한 이유다. 사기꾼들이 범죄수익금을 세탁하며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통장을 필수 도구처럼 쓰기 때문이다. 해외에 있는 사기꾼들을 잡아야 한다는 기사를 쓰기 보다는 국내에서 현실적 대책을 이끌어낼 기사를 쓰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금융감독원 채권소멸 사실공고는 국내 대포통장 흐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데이터였다. 취재팀은 2021~2025년 12만여 개의 계좌를 분석해 기사 뼈대를 구성했다. 숫자에 가려진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어려웠다. 피해자의 닫힌 마음을 열기 위해 자택 문 앞을 일주일간 지키기도 했다. 어렵게 들은 이야기들이 모여 시리즈가 완성됐다. 당국은 관련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기획으로 사기 피해가 조금이나마 줄어들었으면 한다. 취재를 적극 지원해 준 회사와 동료 기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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