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계엄도, 6시간 만에 수습한 것도 독일엔 큰 충격"

[2026 세계기자대회 / 인터뷰]
펠릭스 릴 독일 프리랜서 기자

“그날이 생일이어서 취재차 머물던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있었거든요. 평일이라 휴대폰을 옆에 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연합뉴스에서 속보 알림이 왔어요.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라고요.”

독일 출신의 펠릭스 릴 기자가 2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박호순 의정국장을 향해 질문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독일의 프리랜서 기자이자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 특파원으로 활동하는 펠릭스 릴 기자는 2024년 12월3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캄보디아 무장단체 크메르 루주가 정권을 잡은지 50주년이 되는 해를 맞이해 현장 취재를 갔을 때였다. 한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속보 알림을 보고는 처음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는 단어였는데, 문장의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의 계엄선포문이 담긴 푸시 메시지가 이어지자 현실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재빨리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간 그는 새벽 3시까지 한국의 상황을 지켜보며 기사를 써내려갔다. 2년 전 그의 생일은 그렇게 끝이 났다.


한국에 비상계엄이 선포됐지만 여섯 시간 만에 시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소식은 독일에서도 큰 뉴스였다. “두 가지 면에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는 민주주의 국가로 여겨지던 한국에서 계엄령이 선포됐다는 사실이고요, 두 번째는 그에 대한 대응입니다. 국회위원들은 해야 할 일을 빠르게 파악했고, 시민들은 이들을 돕기 위해 국회로 모여들었습니다. 그 모습이 독일인들에게는 아주 인상깊었어요.”


12·3 불법 계엄은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릴 기자는 “한국 역시 독일과 마찬가지로 극우 세력이 힘을 얻고 있다”면서 “특히 정치 인플루언서들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는 점 역시 독일과 한국의 공통된 문제다. 릴 기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독일의 언론 신뢰도가 낮아지는 이유 역시 ‘편향성’에 대한 지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20년대 나치가 자신들의 선전선동과 다른 기사를 보도한 언론을 비난하기 위해 사용했던 단어 ‘뤼겐프레세(Lügenpresse·거짓말쟁이 언론)’가 최근 극우 성향의 정치인과 지지자들에 의해 다시 회자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포털 사이트이자 자체 뉴스룸을 운영하는 언론사이기도 한 ‘웹데(web.de)’에선 기사에 언급된 모든 내용의 출처를 각주로 상세히 밝히는 걸 원칙으로 한다.

그렇다면 언론은 어떻게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릴 기자는 그 해법으로 ‘정보의 투명성’을 제시했다. 독일의 포털 사이트이자 자체 뉴스룸을 운영하는 언론사이기도 한 ‘웹데(web.de)’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웹데는 기자의 주관이 들어간 기사의 도입부에 ‘개인적 관점이 포함된 분석’임을 명시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지 않은 독자들이 의견과 사실을 혼동해 ‘편향됐다’고 단정 짓지 않도록 미리 가이드를 주는 것이다.


또한 웹데는 기사에 언급된 모든 내용의 출처를 각주로 상세히 밝힌다. 취재원의 실명과 소속, 참고한 자료의 링크를 기사 말미에 정리해 투명하게 공개한다. 어떤 경로를 거쳐 이 기사가 완성됐는지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정 이익 집단의 자료만을 참고했는지, 혹은 다양한 관점의 데이터를 교차 검증했는지 투명하게 드러냄으로써 보도의 중립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초적인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릴 기자는 “이것만으로 언론이 처한 신뢰도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지만, 믿을 수 있는 언론을 만드는 기초를 만들기 위한 토대는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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