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3일 납세자의 날, 기업 대표들로 가득한 기념식에서 낯선 얼굴 하나가 표창장을 받아들었다. 주인공은 최상희 경향신문 기자. 그는 최근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이날 서울 영등포세무서에서 서울지방국세청장 표창을 받았다. 어색한 마음에, 시상식에선 조용히 표창만 받고 왔다는 그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뒤늦게 수상 소감을 전했다. “모범납세자로 뽑힌 분들은 대부분 사업자거나 단체고, 개인은 소수거든요. 납세의무 못지않게 기부 등 사회공헌 활동을 더 관심 있게 봐주신 덕분인 것 같습니다. 과분할 따름이고, 앞으로 사회공헌을 더 잘하라는 격려의 메시지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국세청으로부터 처음 연락이 온 것은 지난해 11월 초쯤이었다. 근로자 부문 추천을 하려고 하니 동의해달라는 연락이었는데, 최 기자는 당황했다. “처음엔 경향신문을 말해서 사장님을 추천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통화를 계속해보니 저를 추천하는 것이었습니다. 당황스러웠어요. 남들이 잘 모르게 사실상 숨겨가며 해왔던 일들이 공개돼 버린 느낌, 특히 2월24일 수상자로 확정됐다는 통지를 받았을 땐 걱정과 기쁨이 교차했습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모범납세자는 성실한 납세의무 이행, 또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나눔과 상생의 문화를 확산한 사람에게 수여된다. 그는 2005년부터 20년간 서울 소재 복지관에서 기부와 봉사에 참여한 공로로 모범납세자에 선정됐다. 그해 딸아이를 따라 집 근처 복지관에 들렀다가, 도움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 책을 한 박스 기부한 게 사회공헌의 시작이 됐다. “도서 구입 예산이 한 달에 3만원밖에 안 된다고 하더군요. 동화책 한두 권 구입하면 끝나는 돈이죠. 책 다음엔 집에서 쓰지 않는 책상을 들고 갔고, 또 지인들이 안 쓴다는 물건도 모아 전달했어요. 그렇게 틈틈이 물품과 금전을 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재능기부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2006년부터 19년간 한 언론단체에서 NIE(신문 활용 교육)와 관련한 초·중·고 교재를 제작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저작권과 저작료를 일체 받지 않고 아주 낮은 금액의 원고료 정도만 받는 일이다. 2000년 국내 최초 NIE 전문기자가 돼 관련 분야에서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그였으니 자신의 전문성을 돈벌이로 활용하자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제가 쓴 내용이 현장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정말로 닿았으면 했어요. 비싼 책을 내면 누가 사겠어요. 국세청에선 이런 활동까지 재능기부로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는 2028년 정년을 앞두고 있다.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은 건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그의 저서 <청소년을 위한 메모의 기술> 같은 책을 한 번 더 쓰는 것이다. 물론 봉사와 기부 역시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매년 언론에 모범납세자로 등장하는 분들은 주로 납세 금액이 많은 연예인들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납세 금액이 적습니다. 소득에 비해 기부 비중이 조금 높을 뿐이에요. 이번 수상으로 평범한 근로자와 일반인도 표창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