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도심이 여명으로 붉게 물들어 가는 시간, 태화강 상공에 검은 물결이 선회한다. 겨울을 나기 위해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떼까마귀다. 빌딩 숲 사이에서 펼쳐지는 수만 마리의 군무는 울산이 단순한 산업도시가 아니라 생태도시임을 증명한다.
시민들의 노력으로 맑아진 태화강은 철새가 머무는 휴식처가 되었고 강변을 따라 자리한 십리대숲은 천적을 피해 숨을 수 있는 안식처가 되었다.
울산의 하늘은 그렇게 자연과 도시가 공존하는 철새들의 무대가 되었다.
그러나 이 경이로운 풍경의 이면에는 또 다른 목소리도 있다. 상가의 간판과 인도, 주차된 차량 위에 떨어진 배설물의 흔적을 매일 마주해야 하는 주민들에게는 일상의 불편이기도 하다. 떼를 지어 선회하는 검은 물결은 어떤 이들에게는 경이로움이지만 또 다른 이들에게는 위압과 혐오의 감정으로 다가온다.
생명을 환대하는 도시의 이미지와 주민들의 현실적인 불편 사이에서 우리는 ‘이 겨울 손님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한다. 떼까마귀의 군무는 그 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공존이라는 오래된 숙제를 하늘 위에 그려 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