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238) 할머니와 나 사이 시간

아이는 자라 어른이 되고, 그사이 어른은 노인이 된다. 어머니는 늦둥이다. 늦둥이의 딸인 내가 커서 성인이 되었을 때, 할머니는 이미 많이 연로해지셨다. 예전과 다르게 꼿꼿하던 허리는 서서히 굽었고 병원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잦아졌다. 할머니가 손수 가꾸던 꽃은 하나둘 지고 빈 화분이 늘어갔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당연한 사실이 못내 아쉬웠다.


어른이 된 나는 여전히 젊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런데도 시간이 야속하게 느껴지는 건 오직 할머니 때문이다. 나와 할머니가 서 있는 평행선 사이로 세상은 빠르게 변해 왔다. 조금만 더 빨리 어른이 되었더라면 우리 사이의 간격이 조금은 좁혀졌을까. 그랬다면 할머니의 손을 잡고 비행기를 타고 먼 곳으로 여행을 갈 수 있었을까. 아흔을 넘긴 할머니와 나 사이에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멈춰 있는 사진과 달리 시계는 묵묵히 분침과 초침을 옮긴다.


언젠가 빛이 바랜 사진 한 장을 손에 쥐고 오늘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는 지금 이 뒷모습마저 그리워질 것이다. 함께 걷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수록 더 오래도록 눈에 담아 두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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