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를 수 없는 대세’일까, 인간을 대체하기엔 ‘불완전한 기술’일까. 인공지능(AI) 기술 활용 및 도입 흐름이 언론사 뉴스룸 내에도 본격적인 가운데, 기자들의 우려와 반발이 적지 않다. 특히 신문 매체의 경우 교열 인력의 AI 대체가 가시화됐는데 이 과정에서 오히려 지면 오탈자가 늘고, 기자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I 도입에 있어서 언론사·뉴스룸 차원의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해진 시점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조선일보엔 교열 기자가 없다. 이 시기 조선일보가 교열 업무를 맡겨왔던 자회사 ‘글지기’ 용역을 계약 만료에 따라 종료했기 때문이다. AI 기술을 기사 생산·유통 등 뉴스 서비스 전 과정에 도입하겠다며 지난해 2월 업스테이지와 공동개발을 통해 교열 AI 시스템을 구축·도입한 조선일보는 그해 12월 교열팀 폐지 및 AI 교열 전면 도입까지 이른 상황이다. AI 교열에 대해 조선일보는 19일 기자협회보에 “AI 기술을 콘텐츠 생산·유통에 적용하는 본사 ‘AI·디지털 전략’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자체 교열 AI를 업무에 적용하고 있는 한국경제신문은 이달 초 편집국 차원에서 교열 기자를 편집 기자로 업무 전환하는 기사심사부 인력 감축을 추진하다 구성원 우려 등이 나오자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20일 한경바른언론실천위원회의 바실회보에 따르면 최근 한 계약직 교열 기자가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되면서 편집부로 발령이 났고, 국장단은 기사심사부와의 면담에서 교열 기자 2명을 추가로 편집 기자로 전환할 뜻을 밝힌 바 있다.
다만 AI 교열 도입 과정에서 여러 우려가 나온다. 조선일보 노조는 15일 노보에서 “AI 교열 전면 도입 이후 기사 작성, 마감 과정에서 혼란과 피로감을 느낀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AI 교열 관련 조합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42.6%가 AI 교열에 대해 불만족한다고 평가했고, 70.3%가 업무 부담이 오히려 늘었다고 했다.
지면 오탈자 발생 빈도에 대해서도 10명 중 8명(79.6%)이 늘었다고 답했다. 실제로 본보가 조선일보의 ‘바로잡습니다’ 게재 건수를 집계(홈페이지 공지 기준)해보니 지난해 9월과 10월 각각 11건, 14건이던 것이 11월 20건, 12월 29건으로 증가했다. 전년 동기간 8건(11월), 7건(12월)에 비해서도 늘었다. 다만 ‘바로잡습니다’ 게재 기준은 편집국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AI 교열 전면 도입 첫 달엔 기자들이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한 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조선일보 기자들은 교열 기자에서 AI 교열기로 대체된 후 달라진 지면 마감 풍경을 마주하고 있다. 대장(신문을 조판한 뒤 교정지와 대조하기 위해 간단하게 찍어 내는 인쇄용지)에 기사가 앉혀지기 전 과거 교열팀에서 하던 오탈자, 팩트 체크 작업을 이제는 기자와 데스크들이 AI 교열기로 해야 한다. 교열 기자와 소통하며 기사를 고치는 일은 이제 불가능해졌다.
한 조선일보 기자는 “맞춤법은 바로 교열팀에서 고치지만, 그 외에 읽었을 때 이해가 안 되는 경우엔 서로 소통을 했다. 교열 AI가 그런 맥락을 읽을 수는 없다”며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한다. 교열기를 한 번만 돌리지 않고 두세 번 돌리는데, AI 특성상 처음 못 잡아내는 걸 재교열하면 또 발견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선 노보에서도 “AI가 ‘12·3 비상계엄’을 ‘12·12 비상계엄’으로 바꾸라 한다”, “오탈자는 여러 번 확인해도 발생하는 일인데, 취재 기자에게 책임이 다 돌아오는 것 같다”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조선일보는 노보에 제기된 기자들 우려에 대해선 “‘AI 교열 도입 후 지면 오탈자 발생 빈도가 크게 늘었다’고 했으나,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교열팀이 교열을 전담했던 시기와 비교해 다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본사는 ‘외국어 한글 표기’ 등과 관련한 챗봇을 개발하고 있고,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 발생하는 교열 관련 이슈를 AI에 적극 반영하며 성능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AI의 특성상 성능 개선을 위한 작업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AI 도입에 따른 기자들의 업무·제작 환경 변화는 교열에서 그치지 않고 이미 번역, 디자인 등의 분야로 이어지고 있다. AI를 비용 절감 차원에서만 접근할 게 아니라 품질 문제와 업무량 증가 등의 관점에서도 바라봐야 할 이유다. 14일 한경 노조의 바실위에서도 AI 교열 도입을 두고 ‘수치, 숫자가 많이 나오는 경제신문의 특성에 맞는지’, ‘그래픽 요소와 기사 내용 일치 여부, 팩트체크 역할 등을 AI로 대체할 수 있는지’, ‘취재 외 업무도 기자 한 명이 전부 해야 할 가능성’ 등의 우려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경제 관계자는 “AI 기술을 활용해 어떻게 하면 기자들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검토하고 있다. AI 기술은 100% 완벽하지 않고, 만능은 아닐 것”이라며 “더 정교화할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