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마지막 순간은 언제나 예고 없이 우리 곁을 찾아왔다. 고향 땅을 사기당한 충격으로 기억과 목소리를 잃은 아버지와 그를 돌보는 아들, 그리고 이들을 취재하러 온 내게도 예외는 없었다.
긴 이야기를 마친 아버지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병동으로 돌아가는 그의 휠체어를 붙잡고 아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인사를 건넸다. 실낱보다 가느다란 목소리를 듣기 위해 얼굴을 가까이 댄 그는 아버지의 손을 꼭 쥐고 있었다. 다음 취재를 기약하며 두 사람의 작별을 담았다. 아버지는 이틀 뒤 갑자기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그것이 내가 담을 수 있었던 이들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유품을 정리하러 온 아들에게 사진을 건네며 정중히 부탁했다. 나는 계속 아버지와 당신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아야 한다고. 한참 동안 고개를 떨구고 있던 그는 마침내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카메라와 조명 앞에 섰다. 아들의 양손에는 아버지의 빈 휠체어가 들려있었다. 마지막 순간인 줄로만 알았던 그의 이야기와 나의 기록도 그렇게 다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