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와 검열에 맞선 언론인들 기록 한눈에

민주화운동기념관 특별전 '잘린 문장 열린 광장'
내년 3월29일까지 전시

학생들의 언론화형식은 일선 기자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겼고 언론계의 언론자유선언으로 이어졌다. /김성후 선임기자

독재정권에 맞선 언론인의 기록과 시대에 응답한 예술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특별전 ‘잘린 문장 열린 광장’이 지난 2일 서울 용산 민주화운동기념관 MI 중앙홀에서 개막했다. 1970년대 언론탄압 당시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비롯한 각종 선언문과 성명서, 제도 언론이 다루지 않았던 민주화운동 사건을 기록한 ‘보도되지 않은 민주인권사건 일지’와 당시 재판 최후 진술 음성자료, 1980년대 전두환 신군부가 언론사에 하달한 보도지침을 공개한 전시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측은 “독재정권의 검열에 저항한 언론과 시대에 응답한 예술을 통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의미를 다시 묻는다”고 밝혔다. 전시는 1부 ‘반독재 언론투쟁기’와 2부 ‘이미지의 언어 다시 쓰는 내일’로 꾸렸다. 1970~80년대 언론통제와 검열에 맞선 언론인의 기록, 특히 선언문과 성명서, 보도지침, 해직 언론인 자료 등 그간 공개되지 않은 사료들이 눈여겨볼 만하다. 1974년 10월24일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한 동아일보 편집국 공간을 재현한 전시 연출도 선보였다.

전두환 신군부가 언론사에 하달한 보도지침 자료들. /김성후 선임기자

1970~80년대 언론 기록과 동시대 예술 작품을 나란히 배치해 전시한 것도 독특하다. 성능경, 박건, 이윤엽, 옥정호, 심승욱, 김지영, 정정엽 등 총 7명의 예술가가 참여한 전시는 예술이 현실에 응답한 방식을 다룬다. 성능경의 ‘신문읽기’는 신문을 오려내는 행위로 언론의 침묵을 드러냈고, 박건의 ‘소지품 검사’는 유신체제 아래 길거리에서 누구나 당했던 임의 검문을 예술로 재구성했다.

유신체제 아래 길거리에서 누구나 당했던 임의 검문을 예술로 재구성한 박건 작가의 '소지품 검사'. /김성후 선임기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측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등 여러 언론인과 간담회를 통해 완성도를 높였으며, 각각의 언어로 현실을 표현한 예술가 7명이 참여하며 더욱 풍성해졌다고 했다. 전시기획자인 이윤희 전시 감독은 “검열과 침묵 때문에 한때 멈춰진 ‘잘린 문장’은 아직도 써 내려가고 있는 이어짐의 문장”이라며 “예술은 현재의 광장에서 언어의 한계를 넘어 자유를 증명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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