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30일자로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끝났다. 27년째 국정감사를 감시해 온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의 평가는 F학점이다. 2016년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이 국정감사를 보이콧하는 등의 이유로 F학점이 나온 이후 처음이다.
이제껏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면 익숙한 비판의 패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정책 없이 정쟁만 있었다’, ‘역대 최악을 경신했다’는 지적이 해를 거듭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의 D-학점에서도 강등된 결과라는 점에서 올해 국정감사 성적표는 역대급이다.
‘조요토미 히데요시’, ‘양자역학’, ‘찌질한 X’, ‘꽥꽥이’…. 이번 국정감사를 되돌아보며 생각나는 것은 주로 문제적 발언이다. 12·3 불법 비상계엄 이후 치러진 첫 국정감사라는 점에서도 분명 입법부가 짚어야 할 개혁 과제들이 많았지만 막말에 가려졌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의 ‘쇼츠 각개전투’는 더 잦아졌다. 맥락을 잘라내고 짧고 굵게 뉴스를 소비하는 행태에 편승했을 뿐만 아니라 부추기는 모양새였다. 국회 보좌진들이 모여있는 단체 대화방에는 각자 만든 의원의 쇼츠를 올리고 ‘튀겨달라’, ‘바삭해달라’는 은어가 유통되는 지경이다. 조회수를 올려달라는 뜻이다. 의원의 관심사와 국정감사 성과 지표가 쇼츠이기 때문이다.
점점 양극화되는 정치·미디어 환경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개별 정치인의 단기적 이해 추구 행태가 장기적으로 전체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다. 지적을 넘어선 해법에 대한 논의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쇼츠 국감’은 ‘쇼츠 국회’로 상시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번 국정감사는 조희대로 시작해 최민희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막판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부정적 존재감도 또렷했다. 자녀 결혼식 논란에 이어 MBC 보도본부장 퇴장 명령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최 위원장은 뒤늦게 사과했다. 그러나 과방위원장 자리를 사퇴해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갈등의 중심에 과방위가 있다 보니 언론계 주요 현안과 연결된 후속 과제에는 손도 못 대고 있다. 과방위의 주요 피감기관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는 개점휴업 상태다.
10월1일 관련 법이 공포되면서 이름만 바뀐 게 아니다. 조직 체계를 정비하는 등 새출발해야 한다. 그 시작점인 인사도 못하고 있다. 현재 방미통위 및 방미심위 위원장과 위원들 자리는 공석이다. 국정감사도 직무대리와 직무대행 체제로 치러졌다.
정상화 시기도 불투명하다. 국민의힘은 야당 교섭단체 몫의 방미통위 위원 3명 자리를 추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방미통위가 구성돼야만 8월 통과된 방송3법 등에 따른 후속 절차도 밟을 수 있다. KBS·EBS·방송문화진흥회의 새 이사회 구성 등을 위한 규칙을 제정해야 한다.
방미심위 역할 부재는 당장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각종 피싱 사이트, 불법 광고, 불법 촬영물 등에 대한 신고가 이뤄져도 차단이 되지 않는다. 방미심위 인선이 되지 않아서다. 국회가 유해 정보의 확산을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국정감사가 종료됐다고 국회의 일이 끝나는 건 아니다. ‘최악’의 오명을 딛고 지금이라도 입법부는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