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오요안나 1주기… MBC "기상캐스터 프리랜서 폐지"

기상전문가 제도·정규직 채용 등
유족·시민단체 "두 번 죽이는 것"

15일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의 1주기였다. 이날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는 서울 마포구 MBC 앞에서 고인을 기리고 사망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추모문화제를 진행했다. 추모제가 엄수되던 이날 저녁, MBC가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 폐지,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 도입 및 정규직 채용’이라는 대책을 내놨다. 이를 두고 “고 오요안나를 두 번 죽이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는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이 나온다.

MBC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씨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는 15일 서울 상암동 MBC 앞에서 사망 사건 해결을 촉구하는 ‘고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 1주기 추모문화제’를 진행했다. /엔딩크레딧 제공

이날 MBC는 보도자료를 내어 “고 오요안나님의 1주기를 맞아 MBC는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며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하고,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를 도입해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상기후 전문가는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초 일반 공개채용을 통해 선발될 예정이다. 지원 자격은 기상·기후·환경 관련 전공자나 자격증 소지자 또는 관련 업계 5년 이상의 경력자이며, 기존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들도 지원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또 MBC는 “민사소송 당사자 간의 동의가 이뤄질 경우,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8일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는 1주기 추모주간 투쟁에 돌입하며 MBC에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입장 표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명예회복과 예우 △MBC의 비정규직 고용구조와 노동조건 개선 △MBC 자체 진상조사 결과 공개 등의 요구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날부터 오씨의 어머니 장연미씨는 MBC 앞에서 단식 투쟁에 들어가기도 했다.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인 엔딩크레딧, 직장갑질119는 MBC의 대책 발표 이후 곧바로 성명을 내어 “고 오요안나 캐스터의 노동자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며, 일반직이 아닌 새로운 중규직 직군을 만들어 또 다른 차별을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무엇보다 현재 일하고 있는 기상캐스터들이 경쟁에서 떨어지면 해고당하는 안이다. 어머니가 제2의 오요안나를 막기 위해 기상캐스터 정규직화를 위해 단식했는데, 그 결과가 오요안나의 동료들을 MBC에서 잘리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더구나 오늘(15일) 안형준 사장과 MBC 사측이 농성장을 방문했을 때 한 마디도 꺼내지 않다가 시민사회단체가 추모제를 여는 시간에 맞춰 보도자료를 냈는데 이는 유족과 시민사회를 철저히 무시하고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짓밟는 행위”라며 “MBC는 오요안나를 두 번 죽이는 행위를 중단하고, 기상캐스터 정규직화를 즉각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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