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저작권 분쟁, 모두에게 이로운 해법

[이슈 인사이드 | IT] 최연진 한국일보 IT전문기자

최연진 한국일보 IT전문기자.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중요하게 부상하는 것이 콘텐츠 사용에 대한 권리, 즉 저작권이다. AI 학습 및 답변 내용에 콘텐츠 제작자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아 저작권에 위배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문제로 분쟁이 종종 발생한다. 가장 최근 사례는 12일 미국 영화사 디즈니와 유니버셜이 AI 이미지 생성업체 미드저니를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고소한 사건이다. 이번 소송은 세계적 영화사가 생성형 AI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한 첫 사례다. 디즈니와 유니버셜은 미드저니가 AI 학습과 결과물에 ‘슈렉’ ‘스타워즈’ ‘심슨가족’ 등 여러 영화 속 캐릭터를 무단 사용했다며 저작권 침해 횟수당 15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언론사에서도 같은 경우가 발생했다. 2월 가디언, LA타임스, 폴리티코, 콘데나스트 등 언론사들은 캐나다의 AI 기업 코히어를 저작권 침해 혐의로 제소했다. 이들은 코히어가 4000건 이상의 기사를 AI 학습 및 답변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돈을 내야만 볼 수 있는 유료 기사도 포함됐다. AI가 전체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유료 기사까지 가져간 것이다. 소송을 제기한 언론사들은 AI가 무단으로 기사를 요약해 보여주거나 해당 매체 명의로 ‘가짜 뉴스’까지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도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올해 초 네이버를 상대로 생성형 AI ‘클로바X’와 ‘하이퍼클로바’ 학습에 기사를 무단으로 활용했다며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신문협회도 4월 같은 이유로 네이버를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AI의 콘텐츠 무단 이용은 AI가 등장할 때부터 우려한 문제다. 그래서 메타, X, 레딧 등 미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업체들은 AI가 콘텐츠를 가져가지 못하도록 데이터 난독화나 데이터 수집을 제한하는 기술적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AI는 기술적 보호조치를 우회해 콘텐츠를 가져간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저작권 사용 계약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구글 등 일부 AI 업체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언론사들과 저작권 사용 계약을 맺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AI의 저작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재미있는 스타트업까지 등장했다. 한국의 연쇄 창업가 이승윤 대표가 설립한 프로그래머블IP랩스다. 이 업체는 AI로부터 그림, 음악, 영상, 기사 등 각종 저작권을 보호해 주는 ‘스토리 프로토콜’이라는 독특한 서비스를 만들었다. 이 서비스는 등록된 저작물을 AI 학습이나 답변에 활용하면 자동으로 추적해 이용료를 청구한다. 거꾸로 뒤집으면 AI가 비용을 지불하고 저작물을 정당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덕분에 이 업체는 AI 시대에 가장 주목할 스타트업으로 꼽히면서 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르네상스를 이끈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 패리스 힐튼과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삼성 및 미국의 유명 벤처투자사들로부터 1억40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언론사를 포함한 콘텐츠 제작자들은 스토리 프로토콜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가 일일이 AI의 저작권 침해 사례를 추적해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차라리 스토리 프로토콜처럼 저작권 은행을 만들어 공동 대응하면 저작권자나 AI 업체 모두 편리할 수 있다. AI 업체들도 정당한 저작권료 지불이 AI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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