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포로 2명의 인터뷰 기사가 나간 뒤 해외 여러 기관과 매체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 중 한 영국인 특파원으로부터 “한국 매체가 먼저 그들을 만날 것이라곤 전혀 예상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 좋은 의미로 건넨 이야기였겠지만, 한국 언론을 바라보는 글로벌 매체들의 시각이 은연중 드러난 듯해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올해 초 북한군 포로가 생포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어떻게 하면 이들을 직접 취재할 수 있을지 서울의 데스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북한군 병사가 외국 땅에서 전투를 벌이다 붙잡힌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파병 사실 자체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흐름은 물론, 한반도와 글로벌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기도 하다.
북한군 파병에 대해 침묵하고, 심지어 부인하는 주장마저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 ‘증거’를 직접 만나 확인하는 임무마저 외신에 넘겨주고 싶지는 않았다. 이역만리 남의 전쟁터에 끌려온 북녘 동포 청년들의 사연을 외국어를 거치지 않은, 우리말 육성으로 직접 전할 수 있으면 했다. 많은 동료 기자들이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인터뷰 성사까지 한 단계 한 단계 접근해 가는 과정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편집국과 신문사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세계적 언론사들의 요청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첫 취재의 기회를 내 준 우크라이나군 당국에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낯선 기자의 예기치 않은 방문에도 선뜻 말문을 열어 준 두 청년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지구상 어디서든, 인간의 당연한 권리를 누리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두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