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기술 통합, 분사 사전작업"... YTN 내부 우려 속 조직개편

28일 주총, 이사회서 '유진그룹 알박기' 지적
사외이사 추가안 등 잇따라 의결

YTN이 영상과 기술 조직을 한 본부로 통합하는 안 등이 포함된 조직개편안을 28일 이사회에서 의결하고 공개했다. 업무 연관성이 없는 두 조직을 합친 기구개편이 분사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의심된다며 내부에선 성명 게시, 피케팅 등 강한 반발이 나오는 상태다.

YTN은 이날 기존 7본부 1단 체제를 4본부 체제로 변경한 기구개편안을 공개하고 인사발령을 냈다. 이사회 의결에 따라 영상국과 제작기술국이 미디어제작본부 산하에 함께 놓이고 그 외 보도본부, 사업본부, 경영관리본부 등 아래 기존 조직이 재편된 결과다. YTN은 기구개편 취지와 배경을 전한 내부 공지에서 “조직 세분화에 따른 일부 부서의 핵심 역량 분산, 의사 결정 지연 등의 한계가 있었다”며 “방송 광고 시장 축소와 높은 고정 비용, 강력한 디지털화의 파고는 이제 YTN에 새로운 체제로의 재편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퇴행적 적자 구조의 고리를 조속히 끊고 지속 가능한 체제를 만들기 위해 새롭게 조직을 개편한다”고 밝혔다.

28일 YTN 주주총회에 참석한 30여명의 YTN 우리사주조합원이 피케팅과 비판 발언 등을 하는 모습. /언론노조 YTN지부

영상국과 기술국을 같은 본부에 배치한 것과 관련해선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과 방송 환경 변화에 다라 더 유연하고 다양한 보도 콘텐츠를 생산하고, 협업을 통한 업무 혁신도 이뤄내겠다. 기술적 제약을 극복하고 차세대 미디어 제작 시스템으로의 업그레이드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주주총회와 이사회에 앞서 YTN 구성원들이 깊이 우려를 표한 개편안이 그대로 통과됐다. 특히 업무 연관성이 없는 영상과 기술 조직의 통합이 분사를 위한 사전 작업의 의도로 보인다며 YTN 구성원들은 하루 전 잇따라 성명을 냈다. 한국영상기자협회 YTN지회는 27일 성명에서 “영상기자 조직을 보도본부가 아닌 기술본부와 통합하려는 저의는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분사로밖에 읽히지 않는다”며 “경영 효율화라는 미명하에 영상과 기술직군을 한 데 묶어 법인 분리하기 위한 전 단계라는 강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영상본부는 취재, 촬영, 편집, 그래픽을 만드는 보도 콘텐츠 제작 주체이고 기술본부는 방송 송출 및 관리를 담당하는 방송 시스템 운영 주체로 관련도가 적다는 지적이다. 본부 간 업무 연관도를 따진다면 영상본부는 보도본부와 가깝고, 개편 목적이 매출 증대라면 보도와 경영을 묶는 재편이 타당하다. 지난 30년 간 YTN에서 영상과 기술을 한 데 묶은 적은 없었는데 결국 이런 개편이 이뤄진 건 “분사를 획책하려는 시도”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YTN지회는 “특정 직군만 분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평생 자기 일에 자긍심을 가지고 업무에 매진했던 구성원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며 “(이번)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 (중략) 영상기자는 우리의 미래와 생존을 위해 그 어떤 투쟁도 기꺼이 감내할 것”이라고 했다.

YTN 방송기술인협회도 이 같은 변화가 방송품질 악화, 직원 동기부여 저하를 야기할 것이라며 두 본부의 통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들은 같은 날 성명에서 “양 본부의 전문 분야가 다른 만큼 각 구성원의 전문 분야도 선명히 다르다. 이러한 점을 무시하고 조직을 통합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회사의 안정성을 흔드는 시도일 뿐 아니라, 방송 품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구성원들의 노동조건이 달라지는데도 일방적으로 추진된 절차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조직개편은 노동조건 변화 등을 야기하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사전에 노조에 알리지 않고, 노사협의회를 통한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건 단체협약과 근로자참여및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등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노사가 현재 10차에 이른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시점에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을 의제로 다루지 않는 것 역시 법적책임을 방기한 교섭 해태”라고 지적했다. 28일 YTN 사측은 이사회 직전에야 조직개편 안건을 YTN지부에 통지했다.

28일 YTN 주주총회에 참석한 30여명의 YTN 우리사주조합원이 피케팅과 비판 발언 등을 하는 모습. /언론노조 YTN지부

이사회에 앞서 열린 이날 오전 주총에서 YTN은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사외이사를 늘리는 ‘8인 이사 선임안’을 의결하기도 했다. 해당 안은 6인이던 YTN 이사회 구성에 사외이사 몫 3인을 늘려 9인으로 재편하고 신임 이사 선임까지 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 다수가 ‘친유진그룹’ 성향이고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내부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28일 언론·사회·노동단체가 모인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서울 상암 YTN 사옥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발의사를 표했다. YTN 구성원(우리사주조합원) 다수가 주총 장소 안팎에서 피케팅, 구호, 발언을 진행하며 사외이사 선임, 본부축소 조직개편안 등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주주총회에서 새로 인선한 이사는 유경선 회장의 절친이자 유진그룹 계열사 자문 변호사로 언론에 대한 전문성이 없을 뿐 아니라 대주주 독단을 감시한다는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에도 전혀 맞지 않는다”며 “방송사 이사 자리를 대주주 오너 측근을 위한 전리품쯤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YTN 지분율이 30%에 불과한 유진그룹은 오늘 주주총회에서 기존 6인의 이사 수를 9명으로 대폭 늘려 이사회 구성의 80%를 장악하게 됐다. 회사는 최근 20년 내 최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실적이야 어떻게 되든 자리만 확보하면 된다는 유진그룹 발상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도 했다.

지난 24일 YTN지부는 추가 선임되는 사외이사 3인 중 2인이 친유진그룹 인사라며 우려를 표한 성명을 낸 바 있다. YTN지부는 신임 사외이사인 김진용 삼성출판사 사장에 대해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어린 시절 목포에서 함께 자란 친구 사이로 유경선 회장에 이어 대한트라이애슬론연맹 회장을 맡기도 했고, 유경선 회장이 하이마트 창업자와 경영권 분쟁을 벌일 당시 사외이사로 창업자 해임안에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고 적시했다.

또 다른 신임 사외이사 조성욱 법무법인 화우 대표 변호사에 대해선 “검찰 출신으로 유진투자증권 법률고문을 맡은 경력이 있다”며 “유진그룹은 회장 절친에다 계열사 법률 자문을 하던 변호사까지 YTN 이사로 꽂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YTN지부는 “결국 대통령 탄핵 등 정치 상황이 격변할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자기 사람 등을 추가로 알박기하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며 “고작 지분 30%로 YTN 이사회 80%를 장악하려는 비상식적 이사 선임이자 유진 식민지 체제의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28일 YTN 주주총회에 참석한 30여명의 YTN 우리사주조합원이 피케팅과 비판 발언 등을 하는 모습. /언론노조 YTN지부

사외이사 선임은 표결 끝에 주총에서 의결됐다. 지난해 2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유진그룹을 YTN 최다액출자자로 변경 승인하며 ‘YTN 사외이사와 감사는 유진이엔티와 관련 없는 독립적인 자로 선임’하란 조건을 걸었는데 향후 논란이 될 수도 있는 지점이다. 이날 이사회 의결로 기존 주주에게 신주 배정이 가능해지고, YTN이 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 등도 이뤄졌는데 구성원들은 유진그룹의 YTN에 대한 지분 증가 등 지배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이날 2인 체제 방통위에 의한 졸속 의결로 유진그룹이 YTN 최대주주가 됐다는 사영화의 시작을 재론하며 단체협약으로 규정된 보도국장 임면동의제 무시, “방송의 공공성, 보도전문채널의 사회적 책무를 1도 모르는 무자격 자본, 노동 탄압을 일삼아온 반노동 자본 유진그룹이 망가뜨리고 있는 YTN의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 소중한 공적 자산인 YTN을 이사회 ‘알박기’로 장악하겠다는 게 유진그룹의 속셈이라면 일찌감치 포기하라. YTN 구성원은 물론이고 언론계와 시민사회의 전면적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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