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고는 있었지만, 전하는 방송은 없었다

송지연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장

25일 오전 서울 강동구 명일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전날 발생한 싱크홀(땅 꺼짐) 사고 현장이 통제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월 24일, 서울 강동구 대명초 인근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로 한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한 달 전, 해당 지점의 붕괴 가능성을 우려한 민원이 서울시에 접수됐지만, 시는 “이상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결국 경고는 묵살되었고, 시민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나는 그날, 뉴스를 보며 오래도록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TBS가 있었다면, 무언가 할 수 있지 않았을까?”

TBS는 35년 동안 서울시의 재난방송을 전담해왔다. 폭우, 한파, 대설, 도로 통제, 지하철 마비, 교통사고, 재난경보 상황이 발생할 때, 서울시 산하 방송사였던 TBS는 누구보다 빠르게 정확한 정보를 전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시민들은 일상에서 TBS를 통해 위험을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TBS는 이런 방송을 더 이상 만들 수 없다. 서울시가 TBS를 출연기관에서 분리하고, 예산을 전면 중단하면서, 재난방송은 물론 공공정보 전달 시스템도 심각하게 위축되었다. 민영화 전환을 시도하면서, 협찬과 후원이라는 불안정한 수입에 의존하도록 구조를 바꾼 결과다.

현재 TBS의 보도 인력은 급격히 줄었고, 제작 여건은 더 이상 재난 특보나 긴급 편성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번 사고처럼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상황에서도 TBS는 취재하고 분석할 최소한의 기능조차 수행하지 못했다. 우리는 그 사실을 내부에서 누구보다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했는데, 우리는 방송을 만들 수 없었다.

서울시 재난방송 의무사업자였던 TBS. 하지만 서울시 출연기관에서 분리된 뒤 재난방송은 물론 정상적인 방송도 하지 못하는 상태로 버티고 있는 중이다.

이것은 단순한 편성 축소나 인력 감축의 문제가 아니다. 공영방송으로서 35년간 지속돼 온 역할이 단절된 것이고, 그 단절은 결국 시민이 체감하는 정보 공백, 안전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TBS 구성원 개개인의 무능이 아니라, 공공성을 포기한 정책 결정의 결과다. 그 결정이 현실에서 어떤 파장을 만들어내는지는, 이번 사고를 통해 명확히 드러났다.

공영방송이란 단지 뉴스를 보도하는 플랫폼이 아니다. 행정에 대한 감시자이자, 긴급 상황에서 시민과 정부를 연결하는 통로다. 이 역할은 수익 모델로 대체할 수 없고, 협찬 중심 구조로 복원할 수 없다.

이번 사고는 서울시 행정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서울시 공영언론 시스템이 무너진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경고는 있었지만, 그 경고를 되묻고 알릴 방송이 없었다. 이 공백을 누가,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서울시는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 그리고 TBS 역시도 시민들과 함께 이 질문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지역 공영방송이 아닌 TBS가 우리 사회에 여전히 유효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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