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명태균 황금폰 핵심 내용

[제413회 이달의 기자상] 안대훈 중앙일보 기자 / 취재보도1부문

안대훈 중앙일보 기자

‘분신술이라도 배워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한 건, 지난해 10월21일 이후부터다. 강혜경(민주당 공익제보자)씨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명태균 게이트 핵심인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을 공식 제기한 날이다. 열흘 뒤 민주당은 ‘공천 개입’ 정황을 보여주는 윤석열 대통령 육성 녹음을 일부 공개했다. 같은 날 검찰은 명씨 자택을 두 번째로 압수수색 했다. 사건 관련자들이 하나둘 검찰에 출석했다. 바빠졌다. 검찰 조사가 있으면 창원지검 앞에서 기다렸고, 여러 피의자 변호사 사무실 앞에서도 서성거려야 했다. 참고인 등 여러 사건 관련자들과 접촉하려 수없이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내 휴대폰에 마가 꼈는지…. 응답 없는 휴대전화를 붙들고 지검 출입문 앞 차디찬 돌계단에 쪼그려 앉아 있는 날이 많았다. 오래 앉아 있진 못했다. 항문 질환을 앓았던 엉덩이가 감당하기엔 벅찬 계단이었다.


다른 기자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여럿이 취재에 나섰지만, 한없이 부족했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다. 명태균 황금폰만 집요하게 쫓았다. 명씨의 전언이 아닌, 직접 명씨와 대통령 부부 사이 오간 대화가 담겼을 그것에만 집중했다.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해 쓰레기장을 뒤지고, ‘부친 산소에 묻었다’고 해 명씨가 유년 시절을 보낸 시골 마을을 찾아 불쑥불쑥 “계세요?”라고 외쳤다. ‘마창대교에 던져달라’고 했단 말엔 마창대교로 향했다. 심지어 이 다리를 건너면 나오는 모 카페도 찾아갔다. 명씨 지인의 가족이 운영하던 카페였는데, 검찰 압수수색 시점을 전후해 명씨 등이 마창대교를 통행한 기록이 있어서다. ‘혹시 거기?’란 마음에 카페 안팎을 훑었다. 카페가 넓어, 다행히 의심의 눈초리는 피할 수 있었다.


이는 모두 실패한 선택과 집중이었다. 황금폰은 거기 없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 들었던 내용들은 지금 보도의 뼈와 살이 됐다. 내가 말없이 허탕을 칠 때, 나 대신 더 많은 사람과 전화하고(내 전화는 안 받던 분들) 만난 위성욱·김민주 선배가 있어 이번 기사를 쓸 수 있었다. 돌계단에 앉아 함께 칼바람을 맞았던 기자 동료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각자의 취재로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 나갔다. 그런 보도들이 있었기에, 비록 헛걸음은 했을지언정 길을 잃진 않았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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