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배터리 휴대" 기내방송은 '공허한 메아리'

[제413회 이달의 기자상] 손형주 연합뉴스 부산취재본부 기자 / 지역 취재보도부문

손형주 연합뉴스 부산취재본부 기자

설날 전날 밤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제보 내용은 항공기가 불타고 있는 사진과 영상이었다. 가짜 뉴스인 줄 알았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10일간 출장을 다녀왔던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아픔이 채 가시기 전이었다.


차로 1시간이 넘는 거리를 40여분만에 도착했다. 설날을 맞아 모두 경남에 있던 사건팀 팀원들이 하나둘씩 공항으로 모여들었다. 소방당국은 폭발 위험이 있는 여객기를 둘러싸고 필사의 진화작업을 펼치고 있었다. 불에 타 천장이 없어진 항공기, 곳곳에 펼쳐진 에어 슬라이드… 이륙이 지연돼 지상에서 불이 나 승객들이 비상탈출 할 수 있었던 게 천운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사건팀 팀원들과 탑승객들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한명만 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11번째 인터뷰 한 탑승객에게 서 “기내 수화물 선반에서 ‘타닥타닥’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와 불꽃이 보였다”는 소중한 증언을 확보할 수 있었다. 승객과 승무원 진술에 따라 발화 지점은 기내 수하물 선반이고 보조배터리나 리튬이온배터리를 탑재한 전자기기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원인이 모아졌다.


문뜩 지난해 12월 단독 보도했던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사고가 생각났다. 이륙 직전 보조배터리에서 불이 나 기내 소화기로 승무원이 진화했던 것이다. 당시와 이번 화재의 차이점은 발화지점이었다. 손에 들고 있었던 물체에서 불이 나면 기내 소화기로 쉽게 진화할 수 있지만 문 닫힌 수화물 선반에서 발생한 화재는 발견이 늦어 초기 진화가 사실상 어려웠다. 리튬이온배터리에 불이 붙으면 소화기로도 진화가 어려운데 발견이 늦어지면 더 큰 문제였다.


기내 리튬이온배터리 관리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경고가 있었지만, 대책은 사실상 전무했다. 모두 화재를 초기에 발견했을 때만 가능한 매뉴얼이었다.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내 배터리 관리에 대해서는 경종을 울려야 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연합뉴스는 에어부산 화재와 관련해 40여건이 넘는 기사를 송고했다.


평소 김해공항을 담당하고 있기에 대표해서 수상기를 썼다. 함께 수상한 민영규, 김선호, 차근호, 박성제 기자와 도와준 전 연합뉴스 부산취재본부원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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