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정부와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가 통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대중국 견제 기조입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은 정권과 무관하게 관세를 무기로 중국 경제를 압박해왔습니다. 이에 중국 기업들은 동남아시아 등 제3국에 생산 기지를 만들어 이른바 ‘택갈이 수출’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의 택갈이 기지가 된 국가들의 공통점도 눈에 띕니다. 미국이 중국에 적용하던 고관세가 이들 국가에도 부과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제3국에서 생산된 제품이지만 중국 제품으로 간주한 것입니다. 중국 기업의 진출로 호황을 누렸던 국가들은 뒤늦게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부가가치 대부분을 만들었던 중국 기업이 관세를 피해 자국을 떠날 경우 자국 산업이 급격히 쇠퇴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취재팀이 트럼프 시대 초입에서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한국 진출 행태에 주목한 이유입니다. 이미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력이 한국을 넘어섰습니다. 기를 못 펴고 있는 국내 산업계는 중국의 ‘택갈이의 유혹’이 달콤해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후폭풍이 얼마나 거셀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한국도 중국의 우회 수출로로 이용되다 미국의 무역 제재를 받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습니다.
정부 부처를 비롯해 주요 경제단체, 협회 등은 본지가 언급한 택갈이 사례들의 진상을 파악하는 중입니다. 정부는 또 외국인의 국내 투자 심사를 강화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시작했다는 후문입니다. 이번 보도가 정부 당국과 산업계가 대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고 생각하지만 만족하지 않겠습니다. 수상을 계기로 추가적인 리스크를 추적하고, 실질적인 대책이 나오는지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