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문제 없다’고 한 민간 아파트에 대한 검증은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국토부는 아파트 명단과 조사 보고서를 모두 비공개했습니다. 설사 명단을 확보하더라도 아파트마다 설계 도면을 구해야 하고, 국토부가 사용한 철근 검사 장비도 확보해야 했습니다. 콘크리트 속에 파묻힌 철근을 찾는 모든 과정이 불가능하게만 느껴졌습니다.
현실적으로 검증이 어렵다면 포기하고 주제를 바꿀지도 논의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꼭 알아야 하지만, 알기 어려운 진실을 깊이 취재해 알리는 것’이라는 탐사보도의 기본 원칙을 떠올렸습니다. 그렇게 맨땅에 헤딩하듯 검사 장비를 들고 전국 21곳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직접 찾아 나섰습니다. 그 결과, 국토부 발표와 달리 콘크리트 속 감춰진 ‘진실’이 드러날 수 있었습니다.
이번 7개월 철근 탐사의 기획 취지에 공감하고 양심 고백을 해준 건설 근로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주말 밤낮 가리지 않고 현장으로 뛰어든 팀원들에게도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취재 전 과정을 믿고 맡겨준 회사와 선후배들의 응원과 격려가 있었기에 실패 속에서도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한국인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오늘도 어디선가 아파트는 올라가고 있습니다. 또 한 번 무너지고 나서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기에는 그 대가가 너무 큽니다. ‘철근 하나쯤이야’라는 관행 대신 ‘철근 하나라도 제대로’라는 기본 원칙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번 기획을 통해 국토부와 건설사 등 업계가 감춰진 ‘누락’도 언제든 드러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됐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