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추악한 몰락… 헌정사 첫 현직 대통령 체포

[제413회 이달의 기자상] 이종근 한겨레 기자 / 사진보도부문

이종근 한겨레 기자

된추위 속 그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함께 헌정 사상 최초의 현장을 지킨 모든 분을 대신해, 제가 받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2025년 1월15일, 공수처는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두 번째 체포영장을 집행했습니다. 취재진과 경찰로 북적인 공수처에서 현장 사진기자들은 만약을 대비해 ‘현장풀’(현장 상황에 따라 구역을 나눠서 찍고 나중에 사진을 공유하는 공동취재 방식)을 하기로 했습니다. ‘역사적인 현장’을 놓치지 않으려는 취재진의 열망 때문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제 카메라 앵글 속으로 들어왔”고 현장풀에 참가해 좋은 자리에 서 있던 저는 단지 카메라 셔터를 눌렀을 뿐입니다. 10시53분14초(카메라에 기록된 시각), 윤 대통령으로 보이는 인물이 카메라에 보였고, 파인더에서 사라진 1초 동안 12장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액정 속 이미지를 보자 대통령임을 확인했습니다. 급하게 회사로 사진을 보냈고,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다가와 이런저런 질문을 했습니다. 이후 다른 언론사에 공유된 사진은 곧이어 방송에 보도되면서 윤석열이 12·3 비상계엄 뒤 43일 만에 체포되는 순간을 전했습니다.


현장풀에 참가한 기자로서 대통령을 찍었다는 안도의 한숨과 기자들을 피해 건물 뒤쪽으로 들어가는 대통령의 모습에서 느낀 씁쓸함이 교차했습니다.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으로서 피의자가 되는 치욕적인 순간을 감추고 싶었던 걸까요? 공정과 상식을 외치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날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뒤로 숨어 조사받으러 들어가는 그의 모습은 치졸하고 비루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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