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방송 사장은 기관장 공모, 충북도지사 특보는 청주방송 사장으로?

CJB·충북도 '회전문 인사' 의혹
충북민언련 "언론 공공성 훼손"

CJB 청주방송 현 사장이 충북도 산하 기관장 공모에 지원하고, 충북도지사 정무특보로 일한 전 전무가 CJB 차기 사장에 내정됐다. 전·현직 임원들이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엮이면서 CJB가 충북 도정을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규식 CJB 대표이사는 2월7일 마감한 (재)충북테크노파크 원장 공모에 지원했다. (재)충북테크노파크는 충북도 산하 공공기관으로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사장으로 있다. 충북테크노파크는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쳐 2월25일 신 대표 등 2명을 차기 원장 후보로 뽑았다. 충북테크노파크는 3월 중 최종 후보 1명을 선임해 충북도 인사청문회를 거쳐 5월 중 임용한다. 지역 정치권에선 신 대표가 사실상 차기 원장으로 내정됐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CJB 청주방송 이사회는 2월24일 황현구 전 김영환 충북도지사 정무특보를 차기 사장으로 내정했다. 사진은 2023년 5월 김영환 지사가 황현구 특보에게 임용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충북도

신 대표는 기자협회보와 통화에서 “테크노파크 원장은 5월 중 임용 예정이라 현직에 있어도 그 전에 사퇴하면 된다”며 “해보고 싶은 일이라 응모했다. 작년 12월에 대주주 등 주주들에게 연임하지 않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제 퇴사는) 12월에 결정된 일”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정치를 하러 가는 게 아니라 기업인들 돕는 기관에 가는 거라 후배들이 취재 활동하는 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현직 대표가 충북도 산하기관장에 공모한 와중에 CJB 이사회는 2월24일 황현구 전 도지사 정무특보를 차기 사장으로 내정했다. 황 전 특보는 CJB 전무로 일하던 2023년 5월 김영환 지사 정무특보로 옮겨 올해 1월까지 일했다. 정무특보를 그만둔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사장으로 오면서 CJB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청주방송지부는 2월26일 성명에서 “나가고 싶을 때 나가고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올 수 있는 그렇고 그런 자리는 없다”면서 “황현구 대표이사 내정자는 CJB 구성원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CJB는 17일 주주총회를 열어 황 내정자를 차기 대표이사로 최종 확정한다. 청주방송지부는 황 내정자가 취임 전 어떤 입장을 내느냐에 따라 대응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은 CJB와 충북도 간 회전문 인사라고 지적했다. 충북민언련은 2월28일 논평에서 “CJB와 충북도와의 특정한 거래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을 갖게 한다”면서 “충북도와 언론사, 공공기관이 경계도 없이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를 반복하는 것은 언론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위험한 행태로 지역민을 부끄럽게 하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황현구 대표이사 내정자는 기자협회보와 통화에서 “CJB 구성원들이나 시청자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걸 잘 알고 있다. 지방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강력하게 해서 그런 우려를 불식하겠다”면서 “편집이나 보도, 편성에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해서도 안 된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