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사진에서 즐거움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좋아서 시작한 사진이지만, 그 뒤에는 항상 책임과 압박이 따랐다. 카메라를 계속 들기 위해서는 증명이 필요했다. 형태와 방법만 달라졌을 뿐, 시간이 지날수록 그 압박은 점점 커졌다.
치열한 앵글 싸움 끝에 이어지는 건 보는 이들의 냉엄한 평가였다. 영하의 날씨에 수 시간을 기다린 취재를 허탕 치자 자조 섞인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즐거움보단 상처가 많았던 지난 몇 년이었다.
다시 한 번 즐거움을 되찾고 싶었다.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카메라를 새로 들였다.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의 리코(Ricoh). 흔히 말하는 ‘똑딱이 카메라’다. 맨해튼 시내에는 지켜야 할 마감 시간도, 눈치를 보며 찍을 행인도 존재하지 않았다.
어깨 위를 짓누르던 무게를 내려놓은 덕분일까. 가벼워진 카메라만큼 마음 또한 홀가분해졌다. 길게 뻗은 브루클린 대교 위에 올라 셔터를 눌렀다. 나지막한 소리가 들리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식은 줄만 알았던 애정은 아직 남아있었다. 불씨가 꺼져 갈 때쯤 항상 그 순간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