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매체 1위 우려? 신뢰도 문항 뺀 '언론수용자 조사'

매체 신뢰도·영향력 빠져... 언론재단 "개별 언론사 평가 서열화 부적합"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24 언론수용자 조사’에서 언론사별 신뢰도와 영향력을 묻는 문항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부터 5년 연속 포함된 해당 문항을 삭제한 배경을 놓고 여러 말이 나온다.

언론재단은 1984년부터 한국인의 미디어 이용 실태와 언론, 언론인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매년 언론수용자 조사를 하고 있다. ‘2024 언론수용자 조사’는 지난해 9월26일~11월18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기자협회

언론재단은 지난해 조사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다고 생각하는 언론사’를 묻는 주관식 질문을 제외했다. 특정 항목이 5년간 포함됐다면 언론수용자 조사의 주요 설문으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언론사별 신뢰도·영향력 항목은 저널리즘 현장에서 개별 언론사에 대한 이용자 인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필 수 있는 데이터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언론재단은 5년간 이어진 해당 항목을 지난해 조사에서 뺐고, 그에 대한 설명도 보고서에 달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조사는 예년과 달리 한 달가량 늦게 시작됐는데, 해당 항목을 조사에 포함하느냐 마느냐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언론학자는 “미디어 이용자들이 어떤 언론사를 더 신뢰하고, 어디가 더 영향력 있다고 생각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항목”이라며 “삭제하기보다는 매체 유형별, 언론사별로 신뢰도와 영향력을 측정하는 문항을 분리해서 물어봤다면 더 적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재단은 2023년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뉴스리포트 2023’ 한국어 번역본을 내면서 한국 파트에 해당하는 2페이지 분량을 뺐다. MBC가 15개 매체 중 신뢰도 1위로 나타난 대목이 들어있었다. 언론재단은 지난해 6월 공개된 ‘디지털뉴스리포트 2024’ 번역본도 출간하지 않다가 논란이 일자 10월31일에 냈다. 지난해 조사에서 MBC는 2년 연속 신뢰도 1위로 나타났다.

언론재단이 지난해 언론수용자 조사에서 5년간 이어진 언론사별 신뢰도·영향력을 묻는 문항을 들어낸 것이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언론재단 한 관계자는 “특정 언론사에 대한 신뢰도와 영향력이 높게 나올 것을 우려해 해당 문항을 삭제했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2019년부터 5년 연속 포함된 언론사별 신뢰도와 영향력을 묻는 문항을 ‘2024 언론수용자 조사’에서 삭제했다. 사진은 ‘2023 언론수용자 조사’에 나온 영향력·신뢰도 조사 결과.

2023년 언론수용자 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는 KBS(24.8%), MBC(22.0%), YTN(10.4%), 네이버(8.0%), JTBC(6.4%), SBS(6.2%)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는 KBS(28.4%), MBC(21.4%), 네이버(9.3%), YTN(8.7%), SBS(5.5%), JTBC(5.3%), TV조선(2.5%) 순이었다.

언론재단은 언론사별 신뢰도·영향력 문항 제외 이유에 대해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조사에서 개별 언론사에 대한 인식 및 평가를 서열화하여 제시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아 개별 언론사가 아닌 매체 유형별(종이신문, 텔레비전, 인터넷포털 등) 신뢰도·영향력 조사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 문항의 질문 방식은 단순히 매체사명을 기입하는 방식으로 언론산업의 현황을 조망하기 위한 조사 취지와 다르게 사별 브랜드 인지도·선호도 결과에 불과하며 타당하게 측정된 신뢰도 및 영향력이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언론재단은 ‘2024 언론수용자 조사’ PDF판을 27일 언론재단 홈페이지에 올리고, 책자는 이달 말쯤 낼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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