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조선일보 주필이 “한국 대통령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자폭 사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계엄령 선포’ 주장을 괴담이라 비판한 것을 사과하기도 했다. 이번 계엄 선포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반 국민은 물론 주요 보수 언론조차 당혹감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은 5일 기명 칼럼을 통해 “윤 대통령이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란 얘기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수없이 들었지만 정말 이 정도로 비정상적일 줄은 몰랐다”며 “윤 대통령은 결국 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에서도 국무위원들의 우려와 반대를 무시하고 정반대 결정을 내렸다. 한국 대통령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자폭 사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평했다.
양 주필은 “지난 여름 민주당 의원들이 ‘계엄령 선포’ 주장을 했을 때 ‘괴담’이라고 비판했는데 괴담이 아닌 것으로 됐다. 그 의원들에게 사과한다”고도 했다. 지난 9월4일 <국민을 바보로 아는 ‘계엄령 괴담’>이란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괴담을 근거도 없이 막무가내로 주장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아울러 “지금 세상에서 정부가 계엄령을 발동하면 군에서 이에 따를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그런 자해행위를 할 정부가 어디에 있겠나”라고 하기도 했다.
양 주필은 취임 후 윤 대통령의 크고 작은 ‘자폭’ 행위를 지목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이전’,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 ‘여당 내부와 지금까지 다툼’, ‘유죄 판결 구청장 사면 후 재출마’, ‘가수 문제로 김 여사와 의견이 맞지 않았다고 국가안보실장 경질’, ‘육사 내 동상을 옮긴다며 일으킨 평지풍파’, ‘경호처장의 국방 장관 임명’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총선 기간 내내 이어진 행태를 지적하며 그는 “의정 갈등을 진화하지 않고 더 불을 지르는 담화를 당에서 반대하는데도 굳이 총선 투표 직전에 발표해 선거 자폭 테러의 정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이 이런 연쇄 자폭만 하지 않았어도 총선 결과는 지금과 상당히 달랐을 것으로 본다. 그랬다면 야당의 폭주는 불가능했다. 결국 총선 때 자폭이 이번 계엄 자폭을 부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련의 과정을 들며 양 주필은 윤 대통령에 대해 “이성적이지 않고 극히 감정적이며, 사려 깊지 않고 충동적이다. 인내해서 얻는다는 지혜를 모르고 즉흥적·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세상이 어떻게 국민의 정서가 어떤지를 모른 채 혼자만의 동떨어진 생각을 갖고 있다”, “마치 1970년대를 사는 사람인 듯하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음 처신 역시 감정적이고 충동적일 가능성이 있고,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내용일 듯한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윤 대통령의 다음 결정도 이번의 한밤중 계엄 발표처럼 느닷없이 국민 앞에 나타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한편 5일 윤 대통령의 입장 발표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늘 대통령의 입장 발표는 없다”고 언론에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 한동훈 대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난 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 불안, 혼란에 대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것이란 얘기도 나왔지만 부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