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연말 한파 넘어 '빙하기' 경고등

[이슈 인사이드 | 경제] 오찬종 매일경제신문 뉴욕특파원

오찬종 매일경제신문 뉴욕특파원

21일 국내 재계 서열 ‘톱5’인 롯데그룹이 가용 자산만 71조원 이상이라며 이례적으로 재무 상황을 공개했다. 최근 유동성 부족에 직면했다는 루머가 시장에 돌면서 주가 폭락으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근거 없는 소문만으로 국내 톱5 그룹마저 휘둘릴 정도로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불안해졌다는 방증이다.


연말 한국 경제에 대한 위기음이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은 거의 동시에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국내외를 가릴 것 없이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다.


IMF는 이달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낮췄다. 지난달 올해 성장률을 2.5%로 전망한 뒤 불과 한 달도 안 돼 0.3%포인트를 낮췄다. 여기에 더해 내년 성장률 전망까지도 하향 조정했다. 앞서 KDI도 12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낮췄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우리 경제를 우려하는 주된 이유는 장기간 이어진 민간 소비 부진 등 ‘수요 약세’가 크다. 또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과 함께 예고된 관세 장벽은 유일한 활로인 수출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이 같은 리스크에 우리 기업을 지원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마음도 싸늘하게 식고 있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주요국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뒷걸음질을 쳤다. 22일 기준 최고점 대비 25%나 하락했다. 미국 증권시장이 연일 연중 최고치 경신에 이어 12월 ‘산타랠리’까지 기대하며 순항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밸류업’ 이름을 붙이며 각종 대책을 쏟아 냈지만 한국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냉담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부는 국내 주가 하락과 관련해 “다소 과다한 측면이 있다”는 3인칭 화법을 앞세우고 일회성 대책을 만들어 내는 데 머물고 있다.


이미 기업들은 현재 경기 둔화가 일시적 현상을 넘어 장기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버티기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 시장에 적극적으로 회사를 내놓고 있다. 심지어 비주력 사업이 아닌 매출과 영업이익에 보탬이 되는 효자 사업부까지 매물로 나오고 있다. 실제로 CJ제일제당 영업이익 30%를 담당하는 바이오사업부와 반도체용 특수가스 세계 1위 SK스페셜티는 약 4조원에 매각을 추진 중이다. 내다 팔 것마저 없는 중소기업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583건으로 전년 대비 16%나 증가했다.


지금의 한국 경제는 마취제에 불과한 단기 자금 집행을 넘어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IMF는 이미 지속적 성장률 저하에 대응하기 위해 “강력한 경제정책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특히 인구구조 변화 등 구조변화에 맞서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장기적인 경제개혁이 중요하다. 유연한 통화정책, 투자 지원 확대, 규제 완화 등 전방위적인 경제 살리기 마련 대책이 필요한 때다. 지금 구조조정이 가장 시급한 건 개별 기업이 아니라 경제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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