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 10월부터 ‘2인’으로 구성된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이 위법하다는 판단을 계속 내놓고 있다. 특히 법원이 이런 판단을 내린 근거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도 매우 유용하다.
법원의 판단을 이해하기 위해선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의 의사결정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방통위는 대통령이 추천한 2인에다 국회가 추천한 3명(여당 1명, 야당 2명)을 더해 총 5명의 상임위원으로 이루어진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5명의 상임위원에게 분산해 놓은 구조다.
행정과 관련해 이런 결정구조를 가진 조직을 합의제 행정기관이라고 부른다.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중요하거나 보다 공정하게 결정할 일을 다루는 조직이 이런 합의제를 채택하는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감사원, 노동위원회, 금융통화위원회 등이 해당된다.
이와 달리 조직의 수장인 1인이 최종적으로 책임지고 결정할 수 있는 기관을 독임제 행정기관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행정기관 중에 부, 처, 청이 해당된다. 원칙상 행정조직은 이런 독임제로 구성되는데 의사결정이 신속하고, 더 통일성을 가지고 이루어진다는 장점 때문이다.
법원이 방통위 결정의 위법성과 관련해 주목한 것도 방통위가 ‘합의제 행정기관’이라는 점이다. 방통위는 방통위법상 재적위원이 ‘현재 존재하는 위원’을 뜻하기에 재적하는 위원의 수에 상관없이 과반이 의결하면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원은 다음 두 가지 사안을 강조한다. 첫째, 합의제 기관이라면 실질적 토론이 가능해야만 한다. 대통령이 지명한 2인만으로 결정하는 것은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이 의사결정과정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는 소수파를 배제하고 “다수파만으로 단독처리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보았다.
이는 법원이 다수결이 ‘다수의 지배’가 아님을 명확히 한 것인데, 한나 아렌트는 ‘다수의 지배’란 간단히 말하자면 ‘소수자를 제거해 버리는 것’으로 다수결의 타락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한다. 다수결이 ‘단순 다수의 지배’가 되면 민주적 과정이 강조하는 토론은 형식적인 것,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만다.
둘째, 합의제 기구라면 최소한 3인 이상이 의결해야 한다. 실제 재적위원이 몇 명이든 상관없이 과반만 출석하면 된다는 방통위의 논리를 따르면 1인으로도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방통위법 13조 1항에 따르면 “위원장이 단독으로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방통위는 그 취지와는 달리 독임제 행정기구가 되어 버린다.
관련하여 방통위법을 보면, 위원회는 “2인 이상 위원의 요구가 있을 때 위원장이 소집한다.” 누군가는 이 2인 이상의 위원에 위원장이 포함된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앞서 보았듯 위원장은 단독으로도 회의를 소집할 수 있기에 이 2인에 포함될 이유가 없다. 이를 근거로 법원은 위원회의 의사결정이 합법적이려면 위원장을 비롯해 2명 이상의 위원이 참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더하여 법원은 독일의 행정절차법에도,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경우에도 최소 3명의 위원이 출석해야만 정족수 요건이나 회의 개의 요건을 맞추게 된다며 해외사례까지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최소 3인일까? 다수결을 활용하는 합의제 기구일수록 이견이 존재할 수 있게 수용하면서도 찬반의 명확성이 분명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1인이 결정할 경우 합의제 기구라는 취지를 위반하고, 2인의 경우 의견이 갈린다면 찬성과 반대가 모호하기에 그 정당성을 주장하기 어렵고, 2인의 의견이 일치한다면 이견이 존재할 여지가 전혀 없다. 이런 점에서 합의제 기구에선 최소 3인의 의사결정자가 필요하다.
2023년 8월 이후, 방통위는 2인 체제 아래에서 공영방송 장악 및 방송 민영화와 관련된 여러 시도를 해왔다. 그 시작엔 야당이 추천한 인물의 임명을 거부하고 자기 추천권만 행사한 대통령의 결정이 있었다. 일단 법원이 명백한 근거를 주며 제동을 걸었다. 이제 그 근거를 어떻게 쓸 것인지는 언론의 몫이다.
물론 알고 있다. 지금도 현장에서 권력에 맞서 노력하고 있는 많은 언론인이 있다는 사실을. 그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