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기자를 하고 싶은 학생 없나요?"

[언론 다시보기] 송해엽 군산대 미디어문화학부 교수

송해엽 군산대 미디어문화학부 교수

전공생 진로 탐색 특강을 위해 기자 출신의 강사분을 초청한 적이 있다. 다양한 직종을 경험하셔서 그런지 전공 분야 전반의 직무와 전망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짧은 특강을 마치고 질의응답 시간에 수줍어하는 학생들을 대신해 내가 던진 질문이 있었다. “만약 자제분이 미디어 관련 전공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잠시 당황하던 그분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이미 아이들한테 아빠는 공대 가는 거 아니면 등록금 대줄 수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학기에 담당하는 수업 중 하나는 저학년을 위한 개론 수업이다. 신문, 출판, 라디오, 방송, 광고와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 전공의 전반적인 소개로 구성된다. 그중에서 신문과 관련된 주제는 전체 15주 수업 중 4주간 이루어진다. 과연 수업 구성이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은 수년 전부터 계속해왔다. 제도화된 커뮤니케이션 전공 역사는 저널리즘 교육이 큰 부분을 차지했었지만, 진로 희망을 조사했을 때 기자를 꿈꾸는 학생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도 신문기자는 방송 PD보다 선호도가 떨어지기 시작했었지만, 최근에는 두 가지 직종의 선호도를 굳이 비교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기자 직무를 소개하는 상황까지 가면 학생들의 표정은 더 나빠지는 것 같다. 산업적으로 언론사 총매출은 증가하고 기자 숫자도 늘어나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부분의 증가는 인터넷 언론사 숫자의 증가에 기반하고 있다. 산업의 외형적 성장과 비교해 기자 초임연봉은 통계가 맞는 건지 생각해볼 정도로 낮다. 전반적인 취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취업자의 눈높이가 많이 낮아졌음에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수치다. 여기자 비율은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지만, 여학생들이 기자를 진로로 고민하기에는 여전히 높지 않다. 과거 작성했던 논문의 여기자 비율을 보고 국내 사정을 잘 모르는 해외 심사자는 “너 확실히 수치가 틀린 거 같은데 다시 한번 확인해봐”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었다.


취업을 앞둔 학생 면담에서 어떤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지 이야기했다. 교내 언론사 편집장 경력이 있는 친구는 영상 제작이나 마케팅 분야를 언급했다. “편집장까지 했는데 언론사는 관심 없나요?” 학생은 ‘교수님이 왜 나한테 이상한 질문을 하는 걸까?’ 싶은 표정을 지으며 “그쪽은 아닌 거 같아요”라는 말을 했다. 비슷하게 교내 언론사에서 기자 활동을 했던 친구는 패션 분야로 잡지사 쪽을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졸업생 중에서 언론사 취업을 한 학생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비율로 따져보면 5%도 되지 않는다.


교내 보고서를 작성하며 다시 정리해본 최근 3년 학생들의 주요 취업 분야는 영상, 방송, 홍보, 공공기관 순이다. 학생 진로를 위해 만들어 둔 학과 모임을 2개 운영 중인데 영상 제작 모임은 잘 운영되지만, 언론사 취업준비반은 언제나 학생 모집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과목도 학생 수요에 맞추어 개편될 수밖에 없다. 교육부에서 강조하는 수요자 맞춤 교육에 따라 학생들이 원하지 않는 내용을 가르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이트키핑이나 아젠다세팅 같은 고루한 이론을 가르치는 수업은 폐지했고,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질적 연구와 효과 측정 수업을 추가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데이터 분석 수업에 대한 선호도 역시 낮지만, 정책 방향에 맞추어 개설하는 과목에는 학생 수요 같은 건 중요하지 않은지도 모른다. 굳이 저널리즘에 관한 내용을 배우지 않아도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방법을 배우면 기사도 금방 쓸 수 있는지도 모르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저널리즘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 기회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어쩌다 보니 최근 했던 몇 편의 연구가 기자 근무 환경과 이직 문제를 다루었다. 기자인 친구가 동생 소개팅 이야기를 하길래 친구 없는 나 같은 사람한테 부탁하지 말고 기자인 후배를 소개해주라고 말했다. 친구는 “그거는 좀… 아닌 거 같아”라고 답했다. 2023년 언론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언론인으로서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09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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