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독자생존의 길, 누가 막나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서울교통방송 TBS가 결국 독자생존의 길로 접어들었다. 서울시 출연기관 지위가 공식 해제되며 11일 민간법인으로 전환됐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TBS를 지원한 근거가 사라지며 연말 지상파 재허가 심사 통과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TBS가 민간투자 유치를 위해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정관 변경 허가를 신청했지만 방통위가 미적거려 앞길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안갯속이다.


방통위가 정관 변경 허가를 주저하자 일부에선 보수 종편에 지상파 라디오를 넘기려는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몇몇 보수 종편이 TBS 주파수에 눈독 들이며 서울시와 접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럴싸한 근거까지 대고 있다. TBS가 보유한 지상파 라디오 95.1㎒는 ‘황금대역’으로 라디오가 없는 언론에선 군침을 흘릴만한 채널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240여명에 가까운 직원들의 고용 승계와 상업광고 제약 해소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독자생존을 위해 정관 변경이 시급한 현안인데, 방통위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27일까지 답변을 미뤄놓았다. 서울시 지원을 전제로 교통방송을 허가했는데, 단순히 정관 변경만으로 민영화 길을 터주는 게 가능한지 법리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의결 사항인 사업계획서 변경 승인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관 변경이 평소라면 과장 전결로 처리되는데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방통위가 그간 해온 행동에 비춰볼 때 정치적 고려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혹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정관 변경이 거부되면 폐국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TBS를 출연기관에서 해제하기 전 이런 사태를 짐작할 수 있었는데도 대비는커녕 손 놓고 방치했다는 점에서 책임이 결코 작지 않다. 오세훈 시장이 취임하자마자 ‘편파 방송’을 이유로 TBS예산을 대폭 삭감한 때부터 폐국을 염두에 뒀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 국민의힘이 서울시의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서울시의 TBS 예산 지원 근거인 ‘조례’를 폐지한 뒤 벌어진 과정을 복기하면, 오 시장이 TBS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려고 했던 의지는 읽히지 않았다. 서울시 출연금 폐지 유예로 시간만 끌었을 뿐이었다. TBS 내부에선 “TBS를 살리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죽기 위한 시간을 준 것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2021년 4월 취임 이후 3년5개월, 오 시장에게 시간은 적지 않았다.


KBS, YTN에 이어 TBS까지 윤석열 정부 들어 방송을 둘러싼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 KBS는 수신료 분리징수로, YTN은 공기업 지분 매각으로, TBS는 서울시 출연기관 해제로 치달았다. 돈줄을 쥐고 숨통을 조이는 행태의 반복이다. 약한 고리를 건드려 공영방송의 근간을 흔드는 새로운 유형의 언론탄압이라 할만하다. TBS는 우리 모두에게 가까운 미래일 수 있다.


TBS는 1990년 개국해 서울시 산하 사업소로 운영되며 ‘시정 홍보 방송’이란 비판을 받았다. 2020년 서울시 출연기관으로 지정된 까닭은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TBS가 이 지경에 내몰린 건 어쩌면 진정한 ‘독립’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제적 자립이 생존을 위해 지금 당장 필요한 일이지만, 정치적 독립을 어떻게 이룰지 함께 고민해가야 한다. ‘시민의 눈으로 한 걸음 더’, TBS가 홀로서기하며 내세운 슬로건을 되새길 때다. 정관 변경은 그 첫 단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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