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돈거래' 전직 기자 2명 구속영장 기각

검찰, 불구속 기소 가능성
보도청탁 여부, 저리 이익제공 등 쟁점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와 부정한 청탁을 받고 돈거래를 한 혐의를 받는 중앙일보(왼쪽)와 한겨레 출신 기자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차례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돈거래를 한 전직 기자 두 명이 검찰의 구속을 피했다. 이후 불구속 상태로 기소가 이뤄질 수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김석범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밤 한겨레와 중앙일보 출신인 두 전직 기자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이날 오전 두 사람을 불러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진행했다.

법원은 검찰이 이들을 구속해 수사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전직 한겨레 기자에 대해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관계를 고려할 때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직 중앙일보 기자에 대해서도 “증거 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증거 인멸 가능성이 높다고 하기 어렵고, 주거 관계와 지금까지 수사에 임한 태도 등에 비춰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언론사의 간부 기자로서 대장동 개발사업 비판 기사를 막고 유리한 보도가 이뤄지게 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며 11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영장 청구는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이 이들을 불구속 상태로라도 조만간 재판에 넘긴다면 배임수재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각각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임수재는 단순히 돈을 받은 것을 넘어 부정한 청탁까지 들어줬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죄가 된다. 반대로 청탁금지법 위반은 청탁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 공무원이나 언론인이 법에서 정한 금액 이상을 받기만 하면 성립한다.

이들 전직 기자는 김씨의 청탁은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한겨레는 언론학자와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50여일 동안 조사한 결과, 한겨레 기자가 재직 당시 대장동 관련 기사에 직간접적으로 끼친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난해 2월 발표하기도 했다.

전직 기자들은 또 김씨에게 받은 돈은 빌린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나중에 이자까지 갚아야 해 이익 수수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청탁금지법 위반도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이 파악한 돈거래 액수는 전직 한겨레 기자가 2019년 5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모두 8억9000만원, 중앙일보 기자는 2019년 4월부터 2021년 8월까지 모두 2억100만원이다.

앞서 법원은 빌린 돈도 이익 수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김씨와 돈거래 한 다른 전직 한국일보 기자가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며 제기한 사건에서다. 지난달 14일 서울중앙지법은 김씨와의 돈거래 이자율이 시중은행보다 낮다며 이자율 차이에 거래 금액과 대여 기간을 곱하면 한 번에 1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받은 셈이 돼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 재판에서 한국일보 기자가 대장동 사건 보도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쟁점이 됐지만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 김씨의 언론계 로비 의혹은 1년 6개월 전인 지난해 1월 불거졌다. 당시 한국일보와 한겨레 기자는 해고됐고, 중앙일보 기자는 스스로 회사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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