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이사 지원자들 가관… 다신 안 보고 싶었던 자들"

방통위 홈피에 방문진 이사 후보자 32명 명단 및 지원서 공개
현 이사 중 김병철·차기환 지원… '언론장악 부역자 명단' 인물도 일부 포함

방송문화진흥회 입구. /강아영 기자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지원자들의 명단이 공개되면서 일부 부적격 인사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5일 방송통신위원회는 홈페이지에 방문진 이사 후보자 32명의 명단과 지원서를 공개했다. 지원서에 따르면 방문진 현직 이사 중 여권으로 분류되는 김병철, 차기환 변호사가 또 도전장을 냈다. 차기환 변호사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방문진 이사를 역임했고, 그 직후 2018년까지 3년간 KBS 이사로 재직했다. 지난해 8월엔 자진사퇴한 임정환 전 이사의 후임으로 임명되면서 무려 네 번째 공영방송 이사를 맡았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그러나 15일 성명에서 “방문진 이사가 되어선 절대 안 될 인물의 표상이 바로 차기환”이라며 “차기환은 5·18 관련 허위 주장과 거짓 사실을 수년간 지속적으로 유포하고, 세월호 참사 특조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극우적 성향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문제의 인사”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차기환은 적폐 시절 방문진 이사로서 MBC의 경영 뿐 아니라 편성과 보도, 제작에 끊임없이 관여하며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흔들었다”며 “언론의 자유를 위해 목소리를 낸 구성원들을 대거 인사조치하는 등 경영진의 부당한 인사권 행사에도 적극 동조했던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이사 공모엔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해임 사태 당시 보궐로 임명됐다가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에 따라 임명이 취소됐던 김성근 전 이사도 지원서를 냈다. 김 전 이사는 MBC 재직 당시 5000만원에 달하는 법인카드를 부당 사용해 공영방송 이사로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인물이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2014년 디지털본부장에 이어 2017년 방송인프라본부장까지 임원 자리를 연임했던 김성근은 그 기간 무려 5000만원에 달하는 법인카드를 부당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부분 골프 비용에 집중됐는데, 업무용이 아닌 사적인 골프 모임에 반복적으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업무상 횡령으로 수사를 받았어야 할 사안인데, 그랬던 김성근이 MBC를 관리·감독하는 방문진 이사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백종문·윤길용·이우용 명단에… "노조 탄압 전면에 섰던 1급 적폐"

이번 방문진 이사 지원자 명단엔 부당노동행위로 항소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 받았다가 2월 복권된 백종문 전 MBC 부사장도 이름을 올렸다. 백 전 사장은 2012년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파업에 참여한 노조 조합원들에게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발령을 내거나 승진을 배제하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 노조활동을 방해해 결국 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이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김재철 사장부터 김장겸 사장 때까지 편성제작본부장, 미래전략본부장, 부사장까지 자리를 꿰차며 편파방송과 부당인사, 노조 탄압의 전면에 있었던 1급 적폐 인사”라며 “김장겸 등과 함께 비상식적인 사면을 받더니 이제는 극우단체의 선봉에서 뻔뻔하게도 방문진 이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일각에선 백종문이 방문진 이사장을 맡을 것이란 얘기까지 들린다”고 지적했다.

지원자 명단엔 2017년 언론노조가 발표한 ‘언론장악 부역자 명단’에 포함된 사람들도 일부 있었다. 시사교양국장 당시 최승호, 한학수 PD 등을 유배지로 부당전보하고 ‘PD수첩’을 무력화시켜 부역자 2차 명단에 포함됐던 윤길용 전 MBC NET 사장, 라디오본부장 시절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라디오 진행자를 하차시키고 프로그램을 폐지했다가 부역자 3차 명단에 포함됐던 이우용 전 춘천MBC 사장 등이 방문진 이사로 지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들 외에도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무려 5년에 걸쳐 MBC플러스에서 이사부터 사장까지 차지했던 한윤희, MBC C&I 부사장까지 했던 성보영 등 적폐 시절 권력에 부역했던 인사들이 방문진 이사를 하겠다고 나섰다”며 “말 그대로 가관이다. 다시는 보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았던 인물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이름을 올렸다”고 비판했다.

한편 공개된 후보자 지원서를 보면 방문진 이사에 지원한 32명 중 20명이 MBC(지역 포함) 출신이었다. 성별은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남자는 30명, 여자는 단 2명에 불과했다. 또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원서에 기재하도록 한 추천인은 지원자 중 5명만 공개하는 데 그쳤다.

방통위는 이날 공개한 지원서를 바탕으로 서류심사 등을 거쳐 1차 후보자들을 가려낼 계획이다. 이어 19일까지 접수된 국민 의견 및 질의를 토대로 면접심사를 해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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