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위축 불러올 사법 결정 신중해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보도를 하는 대가로 억대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21일 새벽 구속됐다. 지난 17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도 놀랐는데 법원마저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여 구속을 결정했다니 그저 아연하다. 법원은 “두 사람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 시작 9개월여 만에 단행된 구속의 사유로는 옹색하다.


돌이켜보면 이 사안과 관련한 모든 일이 ‘초유의 사태’였다. 검찰이 문제 삼은 보도는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인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 관련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담고 있다. 뉴스타파를 통해 의혹이 보도되는 과정에서 김씨와 신 전 위원장이 금품을 주고받은 사실은 법정에서 죄의 유무와 경중을 가릴 사안이지만 해당 보도 자체는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합리적인 ‘검증 보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실제 언론계 대다수는 해당 보도가 허위라는 검찰 측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며 의혹을 제기할 만한 정황 증거도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선거를 앞두고 후보를 검증하는 것은 언론의 책무이며 의혹을 인지하고도 보도하지 않는 것이 도리어 직무 유기다.


그런데도 검찰은 보도 자체가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고 선거에 개입하려 한 중대 범죄라는 낙인을 찍고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대통령실이 뉴스타파 녹취록 보도를 ‘희대의 대선 정치 공작 사건’으로 규정하자 검찰은 지난해 9월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뉴스타파 본사와 기자들 주거지, 김용진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유사 의혹을 제기한 JTBC와 경향신문, 뉴스버스 전·현직 기자들도 압수수색했다. 무려 10여명의 기자가 이 건으로 수사를 받았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뉴스타파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에 대해 최고 수위 징계인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의 정점은 법원의 이번 구속 결정이다. 지금까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법조계에서도 이번 영장 발부를 두고 의외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실제 명예훼손 보도에 대한 구속은 세계적으로도 드문데, 정권이 수사를 빌미로 언론을 겁박하고 처벌할 경우 언론 자유를 중대하게 위협할 수 있어서다. 언론이 언제나 올바른 보도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언론 자유를 제한하는 일이 더 큰 민주주의 후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셈이다. 게다가 대법원은 공익에 관한 보도일 경우 설령 내용이 허위일지라도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은 좀처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무죄를 날카롭게 따져야 하는 사안에서 구속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범죄의 중대성에 비해 과도한 조치며,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유죄 추정’을 부르는 사실상의 처벌이다. 이런 구속 수사의 위협이 거세진다면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이 약해지고 자기 검열이 강해질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사법부는 이번 결정이 언론 자유를 침해해 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이라는 언론계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죄가 있으면 누구라도 처벌받을 일이지만, 민주주의를 구현하려 노력한 언론의 책무와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해서도 널리 살펴주길 기대한다. 국민을 위해 쓰라고 준 막강한 권한을 오용하고 있는 검찰을 제재할 수 있는 힘도 사법부에 있음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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