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론을 향해 “검찰의 애완견”이라며 직격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도 이 대표 발언을 두둔하며 언론을 조롱하는 데 가세했다. 법률적 다툼에 대해 억울한 측면이 있으면 항변하는 게 마땅하지만, 언론에 적대감을 드러내며 노골적으로 대중을 선동하는 모습은 보기 딱하다. ‘입틀막 정권’이라며 현 정부의 언론관을 매섭게 비판하며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던 제1야당 대표의 발언이라곤 상상하기 어렵다. 의회 권력을 쥔 거대야당 대표의 언론을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이 자칫 견제 받지 않는 권력으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재명 대표의 편향된 언론관이 드러난 게 처음은 아니다. 총선 공천을 앞두고 ‘사천’ 비판이 나올 때 “대통령부터 집권여당, 언론까지 협잡해서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 “5배로는 약하다. 고의적·악의적 가짜뉴스를 내는 언론사를 망하게 해야 한다”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지지자에겐 시원한 ‘사이다’ 발언일 수 있지만,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켜 비판을 옥죌 위험한 발언이다. 특히 지금처럼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야당 대표의 지위를 생각하면 입법권을 무기로 언론을 ‘입틀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한 건 그 신호로 읽힌다. 자칫 윤 정부의 언론 탄압에 날개를 달아주는 법안이 될 ‘양날의 칼’이다.
이 대표의 ‘애완견’ 발언이 나온 뒤 민주당 일부 의원이 보인 행태는 더 실망스럽다. “기레기라고 해도 될 것을 애완견으로 품격을 높여줬다” “권력이 주문하는 대로 받아쓰고 권력에 유리하게 프레임을 만들어주는 언론”이라고 조롱하고 폄하하며 거들었다. 특히 이들이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을 설파했던 언론계 출신이란 점에서 불편부당의 자세는 어디로 갔는지 묻고 싶다.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단체가 성명을 낸 것은 한때 동료였던 그들이 이성을 되찾길 바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 때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며 이런 발언을 했다. “우리 국민들도 혹시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잡혀가는 거 아닐까 이런 걱정을 하는 세상이 됐다”며 “모범적인 민주국가로 평가받던 대한민국에 대해 스웨덴 연구기관이 독재화가 진행 중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윤 정부의 언론탄압을 꼬집었다. 이 대표한테 이 말을 돌려주면 너무 가혹한가. 본인이 내뱉은 말이 ‘내로남불’이 아니었길 바란다.
언론을 향한 폄훼는 정치권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기레기들이 들어와서 방청하고 쓰레기 기사 써왔다”며 어떤 근거도 대지 않고 비판기사를 써온 언론에 불만을 표출했다. 적대적 언어로 언론을 모욕하는 현상은 가뜩이나 진영대립이 심한 우리 사회를 더 극단으로 몰고 간다. 토론이 사라진 자리엔 혐오의 독버섯이 똬리를 튼다. 주장이 사실로 둔갑하고 가짜뉴스가 진실인 양 미디어시장이 황폐화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그 토양을 만드는 데 언론의 책임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국민이 늘어난 건 언론으로서 반성할 일이다. 그렇다고 혐오와 광기가 정당화되지 않는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은 언론이 자신들의 애완견이 되길 바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