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기사쓰고 뉴스 진행… 언론사는 준비돼있나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사람들의 삶과 생활을 바꾸고 있는 인공지능(AI)은 언론계에도 예외 없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취재 방식부터 기사 전달·소비까지 뉴스 산업의 구조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술에 따라 환경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침을 겪었고, 지금도 해법을 찾고 있는 한국의 언론. AI의 파도가 기회 또는 위기가 될지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새로운 도구로서 AI는 기회다. 검색과 취합 등 단순 반복 노동에서 기자들의 손을 거들 것이다. 언어를 넘나드는 통역 기술이 시야를 넓히고, 교열·녹취 등을 자동화해 사소한 오류를 줄인다. ‘이 기사는 OOO AI 프로그램을 활용해 작성했습니다’라는 문구로 마무리되는 뉴스는 이미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노동을 대신하는 로봇을 조력자로 삼아 기자들은 기획하고 분석하며, 검증하는 시간을 벌 수 있다.


AI 저널리즘은 다른 산업보다 시작은 다소 늦었으나 빠른 적응력을 보인다. 기상 캐스터로 시작된 AI 앵커는 속속 실제 뉴스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지역 방송사에서는 실험 단계를 넘어 고질적인 인력난과 경영난을 극복할 대안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매일 최소화된 개수로 번역됐던 기사는 AI를 통해 다국어 뉴스로 서비스된다. 영어보다 범용성이 떨어져 전 세계로 확장되지 못하는 한국어의 한계를 해결한 셈이다.


반면 AI는 저널리즘의 지속성과 경쟁력을 증명해야 하는 위기이기도 하다. 전 세계 언론은 2000년대 전후부터 기술이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판도를 어떻게 바꾸는지 학습해 왔다. 변화의 주기가 빨라지고 파급력은 커진다는 점도 확인했다. 그래서 두려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생성형 AI가 실시간 뉴스 생산에 본격적으로 투입되면 어뷰징이 포털 뉴스페이지를 점령했던 몇 년 전 상황보다 심각하게 획일화된 뉴스 경쟁을 부를 수 있다. 독자의 편향성을 부추기는 필터버블과 획일화된 정보, 오보에 따른 피해 등으로 언론에 대한 불신에 기름을 붓는 시나리오다.


AI가 그럴듯하게 거짓을 사실처럼 말하는 ‘환각 현상’이 허위조작 뉴스를 만들지 않도록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확산돼 인간인 기자가 필터링하는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울 수도 있다. 속보나 생방송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고, 오역 문제에 대한 대응력을 떨어뜨려 뉴스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일보가 지난 4월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생성형 AI 활용 준칙’을 만들어 현장 보도용 사진·오디오·영상에 AI를 이용한 어떤 요소도 개입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이 같은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지다.


AI가 기자의 역할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으나 인공지능 시대, 사회적 신뢰를 위한 안전한 정보의 생산자로서 요구는 더 커질 것이다. 기술의 방향성은 결국 사람이 정한다는 학습효과다. 도구로서 AI가 편향되지 않고, 윤리적인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도록 기자들에 대한 교육과 기술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AI는 도전이다. 넘치는 정보 가운데 신뢰할 수 있는 책임감 강한 주체로 언론이 다시 서는 계기로서 말이다. 허위 사실이나 조작된 정보를 판단하는 능력은 저널리즘의 책무이자 언론인의 숙명이며, 존재 이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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