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AI 전쟁과 정부의 예산 삭감

[이슈 인사이드 | 국제·외교] 권희진 MBC 외교안보팀장

권희진 MBC 외교안보팀장

인공지능(AI)이 조종하는 F-16 전투기와 인간이 모는 F-16 전투기가 드디어 공중전을 벌였다. 작년 9월의 이 전투를 미 공군은 6개월이 지나 발표했다.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실제로 공중에서 근접전을 벌이는 이른바 ‘도그파이트’였다. 두 전투기 모두 음속 1.5배가 넘는 속도로 날며 싸웠다. AI 조종사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해 순간적으로 대응했다. 누가 이겼는지 미 공군은 승부를 밝히지 않았다.


작년 9월 미 공군이 전투 능력 평가 시험 비행을 완료했다고 밝힌 AI 전투기 ‘XQ-58A 발키리’는 조종사 없이 시속 1000km로 최대 고도 13.7km를 자동으로 비행한다. 장거리 미사일을 싣고 한 번에 5000km 이상을 날아간다. 미 공군은 앞으로 10년 간 1000대 이상의 AI 전투기를 배치할 계획이다.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중국도 작년 2월 공중전 시뮬레이션에서 중국의 AI 전투기가 미국 F-35를 8초 만에 격추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극초음속 공중전 시뮬레이션에서 중국의 AI 전투기가 마하11의 속도로 적기 30km 후방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AI 장거리포도 개발했다. 폭격 궤도를 AI가 계산해 16km 거리 밖에서 인간 크기의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한다. AI의 군사적 활용은 중국의 ‘강군몽’ 실현의 핵심이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 영국, 일본 등 군사 강국들이 이처럼 AI를 전투에 활용하기 위해 사활을 건다. 그러면서 자율주행 탱크는 물론이고 AI 무인 잠수함 등도 개발했다. 레이더를 피할 수 있는 스쿨버스 크기의 작은 잠수함부터 초대형 무인 잠수정까지 독자적인 작전을 펼친다. 작년 미 해군에 인도된 26m 길이의 대형무인잠수정 ‘오르카’는 배터리로 1만km 이상을 항해한다.


AI 기술은 짧은 시간에 군비경쟁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과거 핵무기가 개발됐을 때처럼 AI를 사용한 군사력이 미래의 군사적 패권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적으로 AI 무기의 사용에 대한 윤리 논쟁이 불붙고 있을 정도로 ‘AI 전쟁’은 이미 현실이 됐다.


우리 군은 두 달 전인 지난 4월에야 연구원 100명 규모의 국방AI센터를 창설했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 2024년도 국회 예산안을 보면 민간의 AI 관련 연구개발예산은 특히 큰 폭으로 삭감됐다. 사단법인 한국 인공지능협회는 당시 성명서를 내고 AI 기술개발 부분에서는 2023년 대비 3894억원, 43%의 예산이 올해 삭감됐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 한 대학의 AI 학과 교수들은 AI 개발은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분초를 다투는 전쟁인데 연구 예산이 늘어나기는 고사하고 갑자기 절반으로 줄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밤낮을 함께 하던 박사급 연구원 절반을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연구실에서 내보내야 했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쯤 되면 우리의 안보를 과연 누가 위협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군은 지난 4월 국방AI센터 출범을 계기로 앞으로 민간의 AI 첨단기술도 군에 적용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AI 전공 교수들은 이번 예산 삭감으로 타격을 받은 한국의 AI 연구는 앞으로도 회복이 어려울 정도의 근본적인 손상을 입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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