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살인 김레아' 머그샷 공개기간 종료… 초상권 침해 주의

머그샷공개법 첫 사례 ... 기자들, 사진 사용여부 입장 엇갈려

일명 ‘머그샷공개법’이라 불리는 중대범죄신상공개법 시행 첫 사례인 김레아의 신상공개 기간이 종료됐다. 이후 언론이 김레아의 실명과 얼굴을 보도한다고 해서 당장 문제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인격권을 세분화하고 엄격하게 판단하는 법원의 판례 경향에 비춰 시일이 더 지난 뒤에는 보도 형태에 따라 초상권 침해가 인정될 수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수원지방검찰청은 21일 헤어지자는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함께 있던 여자친구의 어머니에게도 중상을 입힌 26살 김레아의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를 홈페이지 ‘고시·공고’에서 내렸다. 김레아는 1월25일 새로 시행된 중대범죄신상공개법에 따라 지난달 22일 전국에서 첫 번째 사례로 신상이 공개됐는데 법에서 정한 신상공개 기간인 30일이 이날 끝났기 때문이다.

중대범죄신상공개법은 2023년 10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정부와 여야가 합의해 입법 과정에서 크게 관심을 받지 않았다. 2023년 7월부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네 차례에 걸쳐 심사됐지만 ‘공개기간 30일’과 그 이후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특별히 논의가 오가지 않았다. /뉴시스

이후 김레아의 사진을 계속 보도할지 현장 기자들 반응은 엇갈린다. “일단 공개됐다면 공익성은 분명하니 30일 이후에도 계속 보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군소 언론사들은 위험 부담 때문에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라며 “주요 언론사가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중대범죄신상공개법은 수사기관에만 적용돼 언론을 제약하거나 처벌하지는 않는다. 경기신문은 공개기간이 끝난 이틀 뒤인 23일 유족이 첫 공판 방청을 위해 법정까지 왔다가 재판이 미뤄져 되돌아간 소식을 전하면서 김레아의 사진을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에 없던 공개기간을 법에서 특별히 정한 탓에 분쟁이 발생할 여지도 분명히 남았다. 동아일보 법무팀장을 지낸 장수민 변호사는 “30일이 지난 직후 보도했다는 이유로 곧장 문제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지만 나중에 어느 순간에는 인격권 침해 책임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시일이 지난 뒤에도 얼굴을 공개할 만큼 보도 필요성이 있는지는 언론이 입증해야 할 사안이 되기 때문이다.


2019년 대법원은 언론이 실명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은 면책받더라도 다른 인격권인 초상권 침해는 인정될 수 있다는 판례를 남겼다. 2017년 뉴스타파가 KBS 기자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 취재하면서 전직 KBS 보도국장과 통화를 녹음해 실명과 음성, 얼굴 사진을 밝히고 보도했는데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이다.


당시 법원은 보도에 얼굴 사진을 쓰는 이유는 언론사가 입증해야 하는데 얼굴을 꼭 공개하지 않더라도 뉴스타파 보도의 신뢰성에는 문제가 없었고 이미 6년 전 사건을 보도하는데 굳이 당사자의 얼굴까지 알려야 할 만한 중대한 이유도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뉴스타파에 초상권 침해로 위자료 200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장수민 변호사는 “법원은 인격권을 한 묶음으로 보지 않고 종류를 나눠 보도 필요성이 있었는지 하나씩 따져 판단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익형량을 했을 때 피의자의 얼굴 사진까지 공개하는 건 과하다고 판단할 시점이 사건 발생으로부터 언제쯤일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형태와 성격의 보도가 문제가 될지는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레아 측은 검찰의 신상공개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9일 변호사 7명을 선임해 피의자신상정보공개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언론에도 분쟁이 번질지는 미지수다. 신상공개 기간 이후 보도가 계속되면 언론에 문제를 제기할 것인지, 법원에서 공개처분 취소가 받아들여지면 언론사에도 명예훼손이나 초상권 침해 등 법적 대응을 할 것인지 질문에 김레아 측 변호인은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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