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을 위해 지켜야 할 '선'

[이슈 인사이드 | 경제] 오찬종 매일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오찬종 매일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을 두고 경제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한·일 관계까지 부담을 주는 이번 라인 사태는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를 공동 경영하는 기업인 소프트뱅크가 ‘단독 경영’ 하라는 투의 지시를 내리며 촉발됐다.


이미 두 달 전 행정지도가 나왔지만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뚜렷한 대응을 못 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결과를 놓고 보면 초기부터 정부에 도움 요청 없이 수면 아래서 일을 진행한 네이버의 판단도 악수였다.


하지만 더 큰 우려는 이 사태가 엉뚱하게 ‘정쟁화’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 일각은 라인 사태를 반일 프레임으로 몰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반대로 여당 일각서는 이를 수세에 몰린 여러 이슈에서 시선을 분산하기 위한 카드로 만지작거리고 있다. 일본 내 정치권과 정부에서 ‘라인’ 관련 발언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다행히도 네이버가 요구 기간 내 지분 매각 관련 입장을 제출하지 않기로 하면서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소모적인 책임 논쟁만 펼쳐지다 시간만 낭비하면 결국 손해는 우리의 몫이다. 어렵게 마련한 골든타임은 재발 방지 대책을 고민하고 실리적인 결과를 위한 전략 마련에 집중하기도 빠듯하다.


정부는 ‘제2의 라인 사태’를 막기 위해 원인과 과정, 결과 세 단계에 맞춘 구체적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 우선 원인 측면에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다시금 ‘빌미’를 주지 않는 것이다. 본 사건의 시작은 네이버 클라우드의 정보 유출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는 데이터 주권 강화 추세를 고려하면 향후 또다시 보안이 우리 기업을 압박할 수 있는 ‘취약지점’이 될 수 있다. 국내 서버 보안 역량이 국제 사회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민관 합동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둘째로 과정 측면에선 향후 유사 상황 발생 시 정부와 기업이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는 프로토콜 마련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원 팀’으로 움직인 일본과 달리 우리 정부와 네이버는 구체적 교감이 부족해 초기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업종 간 융합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 간 공동 경영의 사례가 과거보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제2의 라인 사태’는 언제든 또 찾아올 우려가 크다.


끝으로 결과 측면에선 최대한의 성과를 내기 위한 명확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만약 현실적으로 일본 내 경영권 유지가 어렵다면 대만·동남아 등 라인의 다른 해외 사업을 지켜내는 데 보다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만약 네이버가 지분 매각을 결정한다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는 게 차선의 목표가 된다. 소프트뱅크는 지분 구조상 한 주만 사들이면 단일 최대 주주가 돼 경영권을 가져갈 수 있다. 싼 가격에 적은 지분만 취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네이버 입장에선 최대 10조원 가치 지분을 제대로 매각해야 미래 사업 투자를 위한 실탄이 확보된다. 정부는 직간접적으로 이 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라인을 위한 우리 사회의 ‘선’이다. 누군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섣부르게 선을 넘었을 때 피해는 결국 우리 IT 산업계와 더 나아가 우리 경제에 돌아올 수 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