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제94회 한국어능력시험 암표상 사태

[제403회 이달의 기자상] 박민섭 전라일보 기자 / 지역 취재보도부문

박민섭 전라일보 기자

퇴근 후 무거운 몸을 침대로 끌고 와 누워 우연히 중국의 한 유명 SNS(샤오홍슈)에 접속했습니다. 켜자마자 보였던 키워드는 ‘제94회 한국어능력시험’과 ‘대학 졸업을 못 하게 생겼다’. 다행히도 기자는 중국어를 공부했던 터라 글쓴이가 쓴 글의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큰 궁금증에 취재 아닌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글쓴이와의 대화를 통해 사정을 들어보니, 한국어능력시험을 보지 못해 졸업을 못하게 됐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예약제로 시험 신청이 가능한 한국어능력시험. 이른바 암표상(황니우)들이 시험장 자리 수백여 개를 예약, 선점한 뒤 공인어학성적이 필요한 유학생들에게 2~4배의 웃돈을 얹혀 팔고 있었습니다. 피해는 전국적. 공인어학시험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피해자들은 문화취약계층인 유학생, 그 어디에도 이러한 상황을 알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암표상을 가만히 내버려 두면 피해는 걷잡을 수없이 커질 것이라고 판단해 기사를 쓰게 됐습니다.


취재 과정과 보도 중에서도 ‘내가 기사를 써도 변화가 없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많아 잠을 못 이루기도 했으나, 다행히 관계기관은 이들 암표상을 차단하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이후에도 기자는 ‘한국어능력시험 신청’과 관련된 피해 글들을 찾아봤지만, 더는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또 취재 과정에서 전국적 피해를 알리기 위해 자신의 소속 대학교를 밝혀 목소리를 내주었던 수많은 유학생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상은 저에게 너무나 과분한 상이지만, 지역사회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기자로서의 열정과 의지에 대한 격려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보다 나은 보도를 위해 더욱 힘쓰며 숨겨져 있는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 듣고 큰 소리로 대변하겠습니다. 끝으로 항상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말씀하시며 취재력을 북돋아 주시는 전라일보 김성순 사회부장님께 감사 말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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