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기자와 얘기를 나눴을 때 정치적 양극화 상황에서 언론이 어떻게 보도해야 할지 대화했어요. 언제든 극단주의자가 대통령이 될 수 있고, 올해는 파리에서 올림픽이 있으니까 유럽에서 테러가 생길 수도 있거든요.”
스페인의 마리아 호세 펠레즈 기자는 한국기자협회가 4월22~25일 개최한 ‘2024 세계기자대회’에서 모든 기자가 저널리즘의 가치와 고민을 공유하는 연결된 집단이라고 느꼈다. 마드리드 지역방송인 ‘데하테 데 히스토리아스 TV’를 설립한 그는 40년 전 대학생 때부터 기자로 일했다. 한국에서 일하는 딸을 만나러 네 번이나 입국했을 만큼 한국에도 관심이 크다. 세계기자대회 일정 중 펠레즈 기자를 24일 인터뷰했다.
펠레즈 기자는 “저널리즘의 원칙은 객관성이라고 배웠는데 지금 스페인에서는 언론인이 어떤 축구팀을 응원하는지, 정치인 누구를 지지하는지 거리낌 없이 얘기한다”며 “기자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 한국의 기자들도 이렇게 변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스페인인들은 정치만큼 스포츠에 열광한다.
그는 “민주주의에서는 사회통합은 항상 어렵다”며 “자치지방인 카탈루냐에서는 자신들이 스페인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등 갈등이 크다”고 전했다. 이렇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에 언론사와 언론인이 중심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 펠레즈 기자는 “큰 회사에 다니면 회사의 성향과 지향대로 일해야 하는 문제가 크다. 2017년 새 회사를 차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고 설명했다.
펠레즈 기자는 다른 문화권 기자들과도 동질감을 느꼈다. 그는 “주스페인 한국대사관의 초청을 받았을 때 50개국에서 온다는 얘기에 기대가 컸다”며 “아랍권이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같은 아시아권 기자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같은 언론인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DMZ를 방문했을 때 기자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원하고 궁금해하니까 가이드 안내에서 벗어나 다른 쪽으로 가려고 했었다”며 “그 모습을 보며 서로 만난 적은 없지만 비슷한 사람들이라고 느꼈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중 ‘질문하지 않은 내용 중 말하고 싶다고 떠오른 게 있는지’ 묻자 펠레즈 기자 자신도 그 질문을 인터뷰 때마다 한다며 크게 웃어 보이기도 했다.
이번 세계기자대회에서 아쉬운 점도 얘기했다. 펠레즈 기자는 “콘퍼런스에서 한국의 노지원 한겨레 기자가 자신이 겪은 국제 취재의 어려움을 솔직히 말해줘 고마웠다”며 “하루에 한 주제씩 충분히 깊이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견학보다는 콘퍼런스 일정이 좀 더 길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