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위 '마구잡이 심의' 폭주 멈춰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제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는 이쯤 되면 ‘법정제재위원회’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선거방송이 공정하지 않았던지 회의만 열면 무더기로 법정재재를 의결하고 있다. 18일 하루에만 윤석열 대통령 장모의 3·1절 가석방이 추진되고 있다는 지난 2월 뉴스데스크 보도에 관계자 징계 등 MBC 5건, CBS 1건 등 모두 6건에 대해 중징계를 내렸다.


22대 총선 선방위는 18일까지 법정제재 26건을 의결했다. 선방위 법정제재는 낮은 수위인 주의에서 경고, 관계자 징계로 나뉘는데, 모두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 평가에 감점 사유로 작용한다. 이런 추세라면 선방위 활동이 끝나는 5월10일까지 ‘역대급’ 법정제재 기록을 세울 수 있다. 최고 수준의 징계인 관계자 징계의 경우 2008년부터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를 통틀어 단 2건이었는데, 이번 선방위는 지금까지 11건을 의결했다.


재재 건수와 제재 수위 등 결과뿐 아니라 심의 내용도 코미디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방위는 선거방송의 공정성 유지를 위해 설치된 법정 기구로, 국회의원선거 예비 후보자 등록신청 개시 전날부터 선거일 30일 후까지 활동한다. 그런데 선거와 전혀 무관한 보도들이 제재 대상에 오르고 있다. 선방위가 윤 대통령 장모 3·1절 가석방 추진 보도에 중징계를 의결한 이튿날 법무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왜 이 사안을 선방위에서 심의했는지 물었다고 한다.


선방위 제재 칼날이 MBC를 겨냥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서울시의 미세먼지 농도 수치를 강조하며 ‘파란색 숫자 1’을 사용한 MBC 날씨예보에 관계자 징계를 결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을 내렸지만, 국민의힘 민원에 신속심의로 화답한 선방위는 중징계를 내렸다. 18일 선방위 심의 대상에 오른 MBC 보도 17건 중 선거와 관련된 보도는 2건에 불과했다. YTN 민영화,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 손준성 검사 고발사주 의혹 1심 판결 등 선거와 관련 있다고 보기 힘든 뉴스가 선거방송과 묶여 심의됐고 제재를 받았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국민의힘에 불편한 뉴스는 어김없이 법정제재로 이어지고 있다.


납득이 안 가는 선방위 운영은 ‘류희림 방심위’에 책임이 있다. 지난해 12월 선방위가 꾸려질 때부터 예견됐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자신의 논문 지도교수를 선방위 위원장으로 선임했고, 보수성향 언론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관련 인사 2명을 선방위 심의위원으로 위촉했다. 그동안 공언련이 민원을 제기하면 공연련 출신 인사들이 심의해 이해충돌 비판이 나왔는데, 이는 최근 한겨레 보도에서 확인됐다. 한겨레가 조승래 더불어민주당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선방위 민원 및 안건 상정 현황’을 보면 지난해 12월14일부터 3월20일까지 지상파 방송 부문에 접수된 민원 304건 중 단체 민원은 32건으로 나타났다. 단체 민원 32건 모두 공언련에서 냈고, 고스란히 선방위 안건으로 올라갔다.


22대 총선 선방위 심의위원 면면을 보면 교수, 변호사, 방송사 고위 임원 등을 지낸 내로라하는 인사들이다. 명망이 있는 인사들이 길어야 5~6개월 활동하면서 ‘입틀막 심의’ ‘과잉 제재’ 꼬리표를 붙이는 행태가 한심하다. 정치에 경도되어 언론을 오염시키는 심의를 하는 건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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