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관련 연수라더니 식당·카페에… 대구시교육청 부실 운영

[지역 속으로] 대구시교육청 직업계고 글로벌 프로그램 '민낯' / 김지혜 대구일보 기자

대구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직업계고 글로벌 프로그램의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인솔 교사들의 보고서는 베껴쓰기 일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사점, 특이사항, 여행효과, 기타사항까지 사전답사 후 작성된 보고서와 내용이 일치했다. /김지혜 기자 제공

자칫 해마다 반복될 뻔했던 대구시교육청의 직업계고 글로벌 프로그램(이하 프로그램)의 민낯은 뉴질랜드 현지 교민의 제보로 드러났다. 전공 기술을 배우러 왔다는 학생들이 식당이나 카페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됐고, 학생 일부는 일하고도 임금체불까지 당해 뉴질랜드 오클랜드 교민 사회에서 안타깝게 여겼다며, 재발 방지 차원에서 제보한다는 내용이었다.


대구시교육청은 매년 직업계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국, 싱가포르, 뉴질랜드 등 선진국가에서 전공 관련 기술 습득과 다양한 문화 체험을 통해 글로벌 마인드와 취업 능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취지와 달리 전공 및 교육과정과 무관한 식당과 카페 등에서 일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대구시교육청은 해외 현장실습 직전 당초 취지에 맞지 않는 운영을 예견하고도 그대로 강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전공 관련 선진 기술을 배우기 위해 뉴질랜드 등으로 현장실습을 나간 대구지역 직업계고 학생 40여명이 전공 및 교육과정과 무관하게 식당, 카페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대구일보 기사.

전공과 무관한 식당·카페에서 일한 학생들

취재가 시작되고도 대구시교육청은 문제 인식은커녕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미리 설명했고 동의를 얻었기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현장실습 업체의 부적합함을 지적하자 전공과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도 했다. 식당에 배정된 한 학생이 현지에서 문제를 제기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숨겼다. 해당 사실은 참여 학교를 통해 드러났다. 대구시교육청은 관리·감독의 역할은 않은 채 오롯이 학교들에만 맡겨놓고 있었다.


프로그램 참여 학교 교사들은 현장실습 국가 선정 등 기획부터 잘못됐다며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낙농업과 축산업 중심의 서비스업이 발달한 뉴질랜드에서 공업고등학교 전공에 맞는 현장실습 업체 선정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대구시교육청은 뒤늦게 예산 부족으로 직접 현장 점검을 못해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취지와 달리 식당 등에서 현장실습을 하도록 한 것은 문제라고 인정했다.


인솔 교사들 보고서는 하나같이 똑같았다. 인솔 교사들은 각기 다른 시기 학생들의 현지 생활을 들여다보고 왔다. 하지만 출장 일정과 경비를 제외하고 시사점, 특이사항, 여행효과, 기타사항까지 가장 먼저 작성된 사전답사 보고서와 대부분 일치했다. 정작 현장실습 중인 학생 개개인별 만족도나 학생별 전공과 부합한 현장실습 업체 매칭 여부, 사업 추진 점검 등은 빠져있었다. 이들 보고서는 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었지만 대구시교육청은 이마저도 알지 못했다. 공무국외여행 직후 기간 내 보고서를 게재토록만 할 것이 아니라 취지나 목적에 맞게 다녀온 것이 맞는지에 대한 평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출장을 다녀온 후 공무국외여행 보고서를 부실하게 작성했다는 대구일보 기사.

강은희 교육감 미국 출장 관련 의혹

부실하기는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출장 보고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 교육감이 1월9~1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다녀온 이후 작성한 보고서 세부일정은 출장 전 작성한 계획서 내용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었다. 하지도 않은 학교경영자 직무연수단과의 간담회와 평가회 일정도 들어 있었다. 이는 해당 연수단의 공무국외여행보고서 내용과 일치하지 않으면서 밝혀졌다. ‘공문서 위조’나 다름이 없었다. 대구시교육청은 불찰이었다며 문제를 인정하고 즉각 수정했다.


미국 출장은 비단 부실 보고서 문제만이 아니었다. 강 교육감의 미국 출장 의혹은 출장길에 오른 직후 불거졌다. 공교롭게도 강 교육감이 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배우자가 대표이사로 있는 A기업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4) 참가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A기업은 강 교육감 소유의 기업이다. A기업 비상장 주식 186만9750주의 평가액이 고공행진하며 강 교육감 재산은 최근 3년간 110억원 가까이 불었다. 여러모로 CES에 가야 하는 이유는 명확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도 긴박하지 않은 사안에 미국 출장을 떠났다며 논평을 내고 비판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의혹을 제기한 기사에 강하게 반발하며 대구일보에 곧바로 보도자료 배포 중단 조치를 내렸다. 경험해보지 못했던 ‘언론 통제’였다. 여러 언론에서 대구시교육청의 잘못된 조치에 대해 보도하자 엿새 만에 슬그머니 보도자료 배포 중단 조치를 해제했다. 대구시교육청은 강 교육감의 출장 경비만 공개할 뿐 통역을 맡은 장학관과 수행 주무관 등 함께 떠난 3명의 경비는 ‘개인사생활 침해’라는 이유로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의 설명대로 개인의 일이 아닌 공적인 일을 위해 대동시켜 놓고 이들의 경비를 공개하지 않는 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

김지혜 대구일보 기자

특정 업체 일감 몰아주기 및 예산 남용 논란도

대구시교육청은 노후 책걸상 교체 및 탈의실 확충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모자라 예산 남용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특정 해당 업체의 가구 영업을 한 B씨는 대구시교육청 전현직 간부들과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노후 책걸상 교체 사업을 하면서 애초에 다른 지역보다 관련 예산을 과도하게 책정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학교마다 보내는 공문에 교육부 지침 외 문구를 넣어 해당 업체의 물품 설치를 유도하는가 하면 담당 직원은 신청한 학교를 일일이 가보지도 않고 전화로만 확인했다. 예산의 과도한 집행을 막기 위해 현장 실사반 구성 등 제한을 둔 다른 시도교육청과 비교하면 안일한 행정이라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은 학교와 업체 간 일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 정책을 내세우며 해당 의혹을 일축했다. 업체 한 곳의 독식 체제나 다름 없다보니 지역 업계의 시선은 고울 리 없다.


공적인 일일수록 의구심이 일게끔 일을 처리해선 안 된다. 강은희 교육감은 2022년 당선 소감으로 “대한민국 교육수도를 넘어 ‘세계 수준의 대구교육’으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세계 수준의 교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문제가 되는 부분이 없도록 해야 하고, 있다면 짚고 가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교육수도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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