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계 없이 달리는 농어촌버스? 막내기자들이 파고들었다

[인터뷰] 강훈·최유선 JTV 기자

전북 무주, 진안, 장수. 합쳐서 ‘무진장’으로 불리는 이 지역은 산이 많고 외져 대부분 주민이 농어촌버스인 ‘무진장여객’을 이용한다. 그런데 이 회사의 일부 버스가 결함이 있는 채로 운행됐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강훈·최유선 JTV 기자의 연속 보도를 통해서다. 두 기자는 지난해 11월 첫 보도 이후 두 달여간 무진장여객의 여러 문제점을 꼼꼼하게 짚으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1월엔 공적을 인정받아 ‘이달의 방송기자상’도 수상했다. 상을 수여한 방송기자연합회는 “지나치기 쉬운 일상을 파헤쳐 안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후속대책까지 이끌어 내며 생활밀착형 보도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강훈(왼쪽)·최유선 JTV 기자는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여간 무진장여객의 여러 문제점들을 꼼꼼하게 짚으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사진은 지난 1월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강훈·최유선 제공


이번 보도는 버스 기사의 제보에서 시작됐다. 차량 운행 상태를 나타내는 계기판을 영상으로 찍어 보낸 제보였는데, 경고등이 7개나 켜져 있었고 엑셀을 아무리 밟아도 속도계가 0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제보자는 ‘버스가 이런 상태인데 회사에서 조치를 취해주지 않는다’며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하소연했다. 최유선 기자는 “문제 자체는 심플했다”며 “먼저 계기판에 각종 경고등이 떠 있는 버스가 여러 대 있다는 사실을 바로 다음날 터미널에서 확인했다. 제보해주신 분을 통해 협조를 구한 후 버스에 직접 타서 어떻게 운행하는지도 취재했다”고 말했다.


회사의 해명을 듣는 과정도 수월했다. 가장 어려운 취재일 거라 생각했는데, 무진장여객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문제점을 쉽사리 시인했다. 강훈 기자는 “속도계를 뽑고 이런 것들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비용 절감 측면에서 운영을 잘 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며 “그래서 그렇게 운행하는 게 왜 잘못인지 최대한 여러 사람에게 검증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그 부분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두 기자는 11월 말부터 관련 보도를 연속해 내보냈다. 무진장여객에서 운영하는 16인승 버스 7대가 속도계 없이 운행하고, 정기 검사 때만 잠깐 수리하며, 진안군은 허점투성이 검사로 이런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기사들이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최유선 기자는 “일단 계기판 영상 자체가 굉장히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며 “저런 버스가 돌아다닌다는 데 놀란 시청자들이 댓글을 달고 메일로 버스와 관련한 추가 제보를 주기도 했다. 실은 저도 처음 제보 영상을 봤을 때 허위 제보인가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이었는데, 그만큼 많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며 항변했던 진안군은 뒤늦게 문제의 버스들에 ‘운행 정지’ 명령을 내리고 무진장여객을 경찰에 고발했다. 무진장여객은 문제가 된 차량을 조기 폐차하고 대체 차량을 투입했다. 강훈 기자는 “해당 버스들이 다니는 곳에 저희 외할머니가 살고 계신다”며 “취재가 다 끝나고 설 연휴 때 외갓집에 가니 할머니가 요즘엔 작은 버스가 아니라 큰 버스가 온다고 말하시더라. 실질적으로 변화를 불러온 것 같아 마음이 좋았는데, 한편으론 이렇게 쉽게 바뀔 수 있었던 문제를 이제껏 고치지 않았다는 것에 안타까운 심정도 들었다”고 말했다.


눈에 보이는 후속대책은 속속 이뤄졌지만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법적으로 책임을 지게 된 무진장여객과 달리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공무원들은 결과적으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서다. 차량 점검은 여전히 미흡해 앞으로 비슷한 일이 또 다시 발생할까 우려도 상존해 있다. 최유선 기자는 “검사에서 이 버스를 잡아내지 못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멈춘 상태에서 검사를 했기 때문”이라며 “버스를 직접 운행할 때 어떤 상태인지 잡아내야 하는데 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좀 더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답변은 들었지만 꼼꼼한 검사나 불시 검사가 없다면 결국 또 이런 버스가 등장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보도는 지역 밀착형 보도로서 JTV에서 막내이자 동기인 두 기자에게 배울 점도 많이 남겼다. 강훈 기자는 “이번 취재를 계기로 지역에 밀착한 보도는 무엇인지 많이 배울 수 있었다”며 “점점 지역에서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데 앞으로 더 크게 눈과 귀를 열고 작고 소외된 지역을 살피려 한다. 산골에 산다고, 나이가 많다고 위태로운 버스에 앉아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