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촉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야권 위원이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복귀했지만 류희림 위원장의 ‘심의민원 사주’ 의혹에 문제 제기는 차단당한 모양새다. 해촉되기 전 진상규명 등을 요구한 회의는 무기한 정회됐는데 당시 회의가 이미 산회했다는 해석을 방심위가 내놓았기 때문이다. 야권 위원 수가 모자란 상황에서 안건을 다시 상정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류 위원장은 11일 방심위 전체회의에서 야권 위원들이 해촉되기 직전 열린 전체회의는 이미 산회했다고 공지했다. 야권 위원들이 안건이 상정된 채 멈춰 있는 1월8일 회의를 다시 열어 달라고 요구하자 회의는 이미 끝났다고 주장한 것이다.
당시 김유진, 옥시찬, 윤성옥 위원은 류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에 대해 진상규명과 대국민 사과, 제보자 색출 중단을 요구하는 안건을 새해 첫 전체회의에 올렸다. 회의는 파행하다 정회됐고 이후 지금까지 속개하지 않았다. 김 위원과 옥 위원이 해촉된 뒤에는 민원사주 의혹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방심위 기조실장은 “입법례는 국회법, 방통위법, 저희 내규에도 없었다”며 다만 “1998년 헌법재판소 결정례를 보면 국회에서 정회된 뒤 자정을 넘긴 경우 자동으로 산회했다고 보는 결정례가 있어 산회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회의가 산회했다면 상정돼 있던 안건은 다시 올리겠느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류 위원장은 “다시 올리시면 다시 상정하겠다”며 안건 제의 절차를 다시 처음부터 밟으라고 답했다.
방심위는 방통위법 시행규칙과 내부 규정에 따라 위원 3명이 있으면 안건을 제안하고 임시회의도 열 수 있다. 옥 전 위원은 법원이 6일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 남은 야권 위원은 2명뿐이다.
김 위원은 “야권 위원이 두 명밖에 없기 때문에 솔직히 ‘다시 할 테면 해 보라’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발했다. 김 위원은 그러면서 “진심으로 의혹에 당당하시면 다음 회의에서라도 위원장이 직권으로 상정하는 게 맞다”고 요구했지만 류 위원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류 위원장은 야권 위원들의 지적과 달리 이번 사건에 의견표명이 그동안 없지 않았다며 “민원인 정보가 불법으로 대량 유출된 게 핵심”이라는 지난해 12월 입장을 반복했다.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여권 위원들은 “같은 얘기가 반복돼 피곤하다”거나 “앉아 있을 이유를 모르겠다”며 모두 퇴장했다. 류 위원장도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이야기”라고 말한 뒤 폐회를 선언하며 자리를 떴다.